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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m Oct 31. 2023

[나쓰편] 꼰대에게

#보수주의편향

이제 대세는 전기차 그리고 2차 전지 


  '23년 기준 기업분석 리포트, 언론 그리고 유튜브 등 다수의 매체에서 2차 전지 찬양일색이다. 향후 성장성이 엄청나고 특히 한국은 관련 산업의 수직계열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비대면(OTT/메타버스), 바이오(코로나 치료제)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장을 이끄는 주류 섹터가 있게 마련인데 단기적 움직임에 그칠 것인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초반에 올라타지 못하면 진입이 어렵고 이미 가속도가 붙은 후에 따라가기에는 두려움이 더 크다.    




  보수주의 편향(Conservatism Bias) 


  보수주의 편향은 새로운 정보를 부적절하게 통합함으로써 이전 견해나 예측을 유지하는 신념 인내(Belief Perseverance) 편향이다. 이 편향은 통계적 그리고 정보 처리 오류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확률 및 결과에 대한 초기 믿음은 과대평가하고 신규 정보에는 과소반응 한다. 새로운 정보에 기반하여 합리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수준까지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수정하지 못한다. 이런 결과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주어져도 기존의 시각과 전망을 수정하지 않거나 천천히 수용

   예) 신약 승인을 받을 거라 믿고 제약주에 투자 후 승인에 문제가 있다는 회사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초기 가치를 고수하고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지 않거나 느리게 반영   

복잡한 자료를 분석하고 처리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보다 기존의 판단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 이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

   예)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했는데 회사가 분석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회계내용 변경으로 인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발표. 이때 회계 변경에 따른 근본적인 영향을 파악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투자 논리를 유지

    → 위 두 가지 사례 모두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들보다 더 오래 주식을 보유


  보수주의 편향의 영향은 새로운 정보를 적절하게 분석하고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수정되거나 감소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거나, 정보가 관련성이 없다고 믿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신념을 바꾸지 않으며 새로운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는 경우 보수주의 편향에 영향받을 수 있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약 2~3년 전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질 무렵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기술주들이 주식시장을 장악하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미 투자했지만 너무 많이 오른 주식에 추가투자를 하기보다는 앞으로 오를 신규분야를 더 담고 싶어 비대면 관련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변경했고 미국 초등학생이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로블록스는 연일 신문을 장식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메타버스가 있었다. 단기적 과열인지 아니면 대세 상승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언젠가는 열릴 시장이라 믿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더불어 고립된 환경으로 인해 우울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정신과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항우울제 치료제인 프로작 생산업체 일라이 릴리에도 투자했다. 해당 제약사는 147년이 넘는 역사에 신약개발을 위한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매출의 2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었다. 코로나 치료제를 생산하는 화이자 등 관련 주식의 주가는 이미 하늘을 날아다녔는데 해당 회사에 투자했어야 하는지 살짝 의문이 들었고 현재의 내 판단이 옳은 것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우울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기존 생각을 고수하여 투자했다.   


  엔데믹 시점에서 복기해 보면 아마존과 구글은 팬데믹 시기 최고점을 찍고 우하향 하며 안정화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고 메타와 넷플릭스는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회복 중에 있다. 가장 심각한 주식은 로블록스로 당장 답이 안 보인다. 2차 전지는 엄청난 수익률을 보이다 최근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가장 흥미로운 주식은 어느 날 열어본 주식계좌에서 수익률 1등을 하고 있던 일라이릴리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찾아보니 비만치료제 개발 이슈로 주가가 수직상승 했던 것이다. 최초 투자 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미지 출처: scanz.com/cognitive-biases-affect-trading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5%를 넘기도 했지만 미국기업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아 투자비중을 늘리자니 달러강세이고 미국과의 금리차로 엔화약세인 일본주식은 안정적인 기업실적과 추후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지만 일본정부가 환율정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가늠이 되지 않아 투자에 신중해진다. 한국은 고점을 찍었던 2차 전지가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해 투자하기 나쁘지 않지만 변동성이 너무 심해 섣불리 들어가기엔 망설여진다.     


  보수주의 편향이 좋은 것인지 혹은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 안 좋은 편향인지 고민해 보았다. 이 편향으로 손실을 보기도 이익을 취하기도 하는데 이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꼰대가 비꼼과 희화화 대상이었다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들의 말이 모두 틀린 건 아니라는 여론이 만들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관점에 따라 꼰대의 말이라고 해서 모두 틀린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편협한 시각으로 성급하게 그것을 차단하지 않고 또 대세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분석결과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 않으며 스스로 해당 종목과 업종을 분석했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라는 것이 꼭 이익을 실현해서가 아니라 손실구간에 있더라도 향후 방향에 대해 크게 의문이 들지 않고 언젠가 본질가치에 수렴하는 가격에 도달할 거라는 심리적 안심효과도 포함해서이다. 


  꼰대가 '내 말이 맞잖아'라고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억지 논리는 없는지 그리고 상대방을 위한 진심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 치열하고 치밀한 객관화의 과정을 스스로 선행해야 하는 것과 같다.


커버 이미지: en.wikipedia.org/wiki/Cognitive_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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