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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m Nov 02. 2023

[나쓰편] 편견러에게

#대표성편향

 갤럭시 쓰세요? 아이폰 쓰시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 팀장이 나에게 물었다. 당연히 아이폰을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하다.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를 써본 입장에선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고 또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점차 유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때그때 사고 싶은 걸 사며 어떤 스마트폰을 쓰던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의아해하는 반응에 오히려 놀랐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무언가 더 트렌디해 보이고 갤럭시를 쓰면 시대에 뒤처져 보인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세태인 듯해서 씁쓸했다.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것은 그나마 애교 수준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성별, 교육 수준, 거주지역에 따라 상대방을 쉽게 단정해 버렸거나 본인이 단정 지어진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 같다. 누가 만든 지도 모른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머릿속에서 휙 하고 떠오르는 1차적 반응은 제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때 순식간에 일어나는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생각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고 옳지 않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1차적 반응이 맞을 때보다는 잘못되었을 확률이 더 높다라는걸 나이가 들며 알게 되었다. 첫인상으로 판단해 버리고 상대의 진면목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의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ness Bias) 


  대표성 편향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분류방식에 근거하여 새로운 정보를 분류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신념 인내(Belief Perseverance) 편향이다. 자신의 분류방식(Classification)이 적절하다고 믿으며 그 방식에 과중한 비중을 둔다. 이유는 본인이 목격한 현상과 생각에 대한 의미를 도출하려고 할 때 자신이 정한 유형에 따라 분류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정보가 자신이 정한 범주에 잘 맞지 않더라도 자신의 분류법을 고수한다. 이때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참조 프레임의 범주를 결정할 때 "가장 적합한(best fit)" 근사치를 사용한다.  


  이런 지각적 프레임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편리한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통계와 정보 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신규 정보는 기존 분류의 친숙한 부분과 표면적으로 유사하거나 대표성(representative)을 가지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보에 기반하여 미래를 예측 시 지속적으로 편향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하게 되며 대표적으로 두 가지 타입이 있다. 


  • 기저율 무시(Base-Rate Neglect) : 기저에 있는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일부 특성만으로 전체를 단정지음

    예) A 주식의 일부 특성만으로 성장주(growth)라고 분류해 버리고 해당 주식의 위험에 대해 자세한 분석은 생략한 채 성장주의 특징(stereotypes)에만 의존하여 의사결정 진행 

  • 표본크기 무시(Sample-Size Neglect) : 작은 표본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가정함. "law of small numbers"
   

   시장 참여자들은 대표성 편향에 취약한 행동을 보이는데 새로운 정보와 작은 표본을 모집단 전체를 대변한다 생각하여 종종 과대 평가한다. 대표성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 새로운 정보와 작은 표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관점을 설정하거나 미래를 예측

    예) 투자담당자 평가 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기본 확률을 무시하고 1년, 2년 혹은 3년 동안의 높은 수익을 과도하게 강조. 결과적으로 수익이 계속될 수 있는 기저 가능성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고 투자담당자를 고용하여 단기 성과에 따라 관리자를 빈번하게 교체

  • 복잡한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한 정보처리보다는 기존의 간단한 분류법에 따라 업데이트. 새로운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어려움(cognitive cost)을 느끼기 때문

  예)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했는데 회사가 분석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회계내용 변경으로 인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발표해도 투자자는 회계 변경에 반영된 근본적인 영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회계변화로 인한 내재가치 영향(fundamental impact)을 분석하기보다는 단순히 주식 분류만을 업데이트. 

        → 내재가치에 기반하여 의사결정하기보다는 주식 재분류 후 그 특성에 기반하여 주식을 매도 


  기저율 무시 혹은 표본크기 무시가 문제가 될 거라고 인지했을 때 다음과 같이 물어볼 필요가 있다. "투자대상 회사은 (회사와 닮은 특성 혹은 대표성을 지닌) 그룹 A와 (통계적으로 더 높은 확률로 속할) 그룹 B 중 어느 그룹에 속할까?" 이런 질문을 통해 보수주의 편향의 영향도를 줄일 수 있다. 만약 통계적 오류가 발견된다면 심도 깊은 조사를 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결국엔 보다 투자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국내 포트폴리오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성장주일까 가치주일까? 그리고 핵심 BM은 반도체 일까 아니면 그 외 다른 BM일까? 23.3Q 매출액은 67조 4천억 원, 영업이익 2.4조 4300억 원으로 부문별 영업손익은 DS(반도체) -3.75조 원, DX(디바이스 경험) 3.73조 원, SDC(디스플레이) 1.94조 원, VD(영상가전) 0.38조 원, 하만 0.45조 원인데 이익만 봤을 때는 성장주도 반도체 회사도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수출이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표본크기 무시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저율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것일까? HBM에 있어서 SK하이닉스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은 타개가 가능한 상황인가? 전기차 시대 전장사업 성장성을 보고 하만의 인수를 긍정의 요소로 보고 미래가치를 올려야 하는 것일까 아닐까?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요즘 현대차는 향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까? 미국 전기차 공장을 '25년에서 '24년으로 앞당겨 개발한다고 하는데 포드는 16조 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중단을 발표했고 GM은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가동을 '25년으로 1년 연기했다. 이에 대해 혼다와 합작 '저가 전기차'개발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전기차 시장 선두기업인 테슬라는 멕시코 기가 팩토리 공장 건설을 연기했고 '이젠 10원 단위로 전쟁이라'라며 긴축모드에 들어갔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도 정답을 말해 줄 수는 없고 나도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장점을 믿고 자산배분 전략을 쓰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거시경제 환경과 산업별 큰 흐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ETF를 통한 중장기 분산투자에 집중해 보자.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ps. 어느 날 식당에서 우연이 옆자리에 앉게 된 그 팀장이 쓰는 휴대폰도 갤럭시였음을 알게 되었다. 노트10을 쓰는 그 팀장이 갤럭시 쓰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물어봤을 거라 편견을 가진 건 내가 아니었을지? 며칠 전 갤럭시로 찍은 달사진을 첨부한다. 아이폰으로는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은 안 비밀!


갤럭시 노트20 울트라(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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