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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m Nov 06. 2023

[나쓰편] 통제자에게

#통제편향

이번주 로또 번호는...

    호주 멜버른에서 워홀러 생활을 할 때 카지노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고스톱 규칙도 모르는 도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데 기왕 온 거 뭐라도 한번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블랙잭은 다른 게임에 비해 규칙도 간단하고 룰렛, 바카라, 슬롯 등 다른 카지노 게임에 비하면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보여 데스크에 앉았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는지 생각보다 큰돈을 따게 되었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카지오 하우스를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멈췄어야 했지만 본전 생각에 ATM에서 추가 인출한 돈으로 밤을 새우며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후 몇 주간 초췌하고 퀭한 모습으로 파트타임 하는 내내 '고작 이돈 벌어서 뭐 하나?' 하는 자책에 시달렸다. 잃은 돈은 약 400~500 달러였는데 주급이 200 달러였으니 2주 이상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지만 당시 나에겐 무기력증이 올 만큼 큰 충격이었다. 




  통제 편향(Illusion of control Bias)


  통제 편향(통제의 환상 편향)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불가하지만 결과를 조정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보이는 신념 인내(Belief Perseverance) 편향이다. Langer(1983)는 통제 편향을 "객관적 확률이 보장하는 것보다 부적절하게 높은 개인적 성공 확률에 대한 기대"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복권 구입 시 스스로 번호를 선택하도록 허용된 사람들은 무작위 번호를 할당받은 사람들 보다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과 관계를 추론하거나, 우연한 사건의 결과에 대한 예측에 놀라울 정도로 큰 확실성을 나타내는 유사한 상황을 발견했다. 통제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트레이더들, 특히 온라인 트레이더들은 투자의 결과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음. 이는 과도한 거래를 초래하여 덜 빈번하게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 대비 실현 수익이 낮아짐
  

균형 있게 분산된 포트폴리오 대신 집중화된 포트폴리오 구축.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와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여 포트폴리오 내 해당 주식의 비중을 높임.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으며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해고되거나 투자 손실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음


이미지 출처 : thedecisionlab.com/biases/illusion-of-control


  통제 편향의 영향을 인지하고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지침은 다음 같다.

  1. 성공적인 투자는 확률론적 활동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 글로벌 자본주의는 매우 복잡하고 심지어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도 투자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음

  2. 신규 투자 시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질문해 보며 논리적으로 평가해 보기

       -  내가 왜 이 투자를 하는가? 투자 전략의 일부인가? 하방 위험은 무엇인가? 언제 매도할 것인가? 

  3.  투자에 대한 근거 등 관련 기록을 유지하며 최초 투자시점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보기
      - 각 투자의 중요한 특징과 투자 성공에 도움이 되는 특성 확인


  합리적인 사람들은 장기 투자 수익이 단기적인 생각, 감정 그리고 충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투자의 성과는 기업의 성과나 거시경제 상황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의 결과이다.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기 어려울 수 있다. 심리적 편향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성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투자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일상의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사람에 의해 달성된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카지노 하우스는 철저하게 계산된 확률에 근거하여 운영하는데 개인은 자신이 능력이 있어 돈을 딸 거라 기대한다. 마치 딜러가 어떤 패를 건넬지 알 수 있다는 듯이. 투자 시에도 동일하게 행동하면 카지노에서의 결말과 같은 결과를 볼 것이다. 주식의 가격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 방향을 맞추려 하고 더 나아가 파생상품 기반의 방향성 상품에 과도한 금액으로 투자하여 그 위험을 배가한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계셔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분이 계셨다. 업계에서 이미 더 올라갈 자리가 없을 만큼 성공하신 후에도 도전적으로 다른 산업에 뛰어드셨는데 그분이 옮기신 회사는 국내에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조만간 거버넌스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았다. 변동성은 오히려 기회로 보였고 공시된 리포트 등 다양한 자료로 기업분석을 해본 결과 추후 성장성도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분이 주요 경영진이 되어 거버넌스 전환작업을 주도한다고 하니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 믿고 투자했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참담하다. 그분을 탓하고 싶지는 않으며 오히려 큰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패착은 한 개인이 전체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기업경영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다른 요인이 있으며 드러나지 않는 더 많은 이슈가 아래에 깔려 있다는 것도 투자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포트폴리오 수익률 하위권에 있는 주식을 볼 때 그리고 가끔 카지노를 지날 때면 그때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더 큰 실수를 했겠다는 안도와 위안이 든다. 


커버 이미지: en.wikipedia.org/wiki/Cognitive_b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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