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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m Nov 11. 2023

[나쓰편] 예지자에게

#사후확신편향

그럴 줄 알았어~!


  자본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주요 투자 대상은 벤처기업이었는데 업계 특성상 사업초기에는 거창한 계획만 있을 뿐이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실질 성과는 없기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논리와 근거를 마련하기가 정말 어렵다. 특히 사람과 기술이 가진 전부인 경우가 많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토 당시에는 정말 허무맹랑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고 정말 미래가 밝아 보이는 회사도 있는데 사후 판별해 보면 최초의 투자논리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내는 경우도 많고 성공률이 단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검토를 하게 된다.


  당시 검토한 회사 중에 인공지능으로 암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었는데 인력구성도 훌륭하고 언젠가는 열린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수년이 흐른 후 어느 날 IPO 청약 대상기업을 보니 해당회사가 리스트에 있었다. 꾸준하게 회사를 잘 운영하여 공모를 할 정도로 성장시켰구나라고 생각하며 자료를 훑어보았다. 여전히 투자가 많이 필요한 초기이기 때문에 적자상태였고 공모희망밴드보다 한참 낮은 공모가가 정해졌다. 기관수요예측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였다. 오랜 기간 투자하면 언젠가 수익을 볼 수 있을 거란 판단은 있었지만 투자가 망설여져서 결국 청약은 하지 않았다.  




사후확신 편향(Hindsight Bias) 


  사후확신 편향은 사람들이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특성을 보이는 신념 인내(Belief Perseverance) 편향이다.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예측 가능했던 합리적인 사건이라고 여긴다. 이는 발생하지 않은 결과보다 실제 발생한 결과가 더 명백하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또한 발생한 사건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자신이 예측한 미래를 실제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에 발생하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이미 발생한 일을 상대적으로 불가피하고 예측가능했던 것으로 보려 한다. 이런 원인은 종종 기억의 재구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완벽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으로 "틈을 메우는(fill the gaps)"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과거로부터의 교훈을 얻을 기회를 상실하기도 한다. 사후확신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투자 결과를 예측한 수준을 과대평가하여 잘못된 자신감을 갖게 하고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투자 가치가 평가되면 그 이유를 반영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다시 쓸 수 있음. 이로 인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게 되어 향후 투자 실수로 이어짐

자금 관리자의 성과 또는 수익평가를 부당하게 할 수 있으며 증권 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는 능력을 바탕으로 기대치가 아닌 발생한 일과 성과를 비교함. 자신의 전략을 충실히 따라 비교 그룹에서 상위권에서 랭크될 수 있는 매니저가 시장의 다른 부문 혹은 시장 전체의 성과와 비교하여 낮은 평가를 받음

  

이미지 출처 : thedecisionlab.com/biases/hindsight-bias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후확신 편향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내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투자자가 스스로가 실수를 인식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이런 접근 방식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 그러나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투자가 잘못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성공 투자를 위해 중요하다.


  사후확신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의 투자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좋든 나쁘든 투자 결정을 주의 깊게 기록하고 조사해야 한다. 또한 시장이 주기적으로 움직이며 좋은 관리자는 좋을 때나 나쁠 때에도 자신의 전략을 충실히 유지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기대치는 반드시 관리되어야 한다. 훌륭한 관리자라도 시장보다 성과가 저조한 시기가 필연적으로 있을 것이다. 이때 교육은 매우 중요하는 것을 명심하고 모든 관리자가 적절한 벤치마크 혹은 동종 그룹을 기준으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해당 주식은 공모일 이후 주가는 최초가격 대비 약 60% 수준까지 떨어졌고 참여하지 않길 잘했다고 안심했는데 그로부터 몇 개월이 흐른 이후 공모가 대비 10배까지 오르더니 현재는 5배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고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것인지 만감이 교차했다. 투자 스타일상 빈번한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트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 편인데도 맘속에선 주가의 움직임이 계속 궁금했다.


  애플이 한국에 상륙했을 무렵 주거래 증권사를 찾아가서 미국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하거나 직접투자는 불가능 하지만 해외계좌를 개설한다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였다. 명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증대될 때도 LVMH 주식을 매수할 방법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주거래 증권사에서 럭셔리 펀드에 투자하거나 유럽주식은 삼성증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사후확신 편향은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내린 결론은 그때의 나는 행동에 옮길 만큼 확신이 없었고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든 다른 방안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아무리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주식이라도 변동성이 큰 주식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 투자철학과 맞지 않으면 행동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후확신 편향으로 후회하고 스스로를 자책할 시간에 무수히 많은 주식 중 나에게 수익을 안겨줄 라이징 스타를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커버 이미지 : Cognitive bias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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