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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Paul Jun 30. 2023

오늘도 불안한 자유인

요즘은 거의 매일 꿈에서 모험을 한다. 내용과 장르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과도하게 창의적이다. 꿈을 열심히 꾸느라 수면의 질은 나빠졌다.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곧 푹 자게 되겠지 뭐. 친구는 요즘 걱정이 많거나 불안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불안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데, 대처 방법을 잘 모르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싫다. 개미 숨결만 닿아도 요동치는 물결처럼 나불안은 예민하다. 때로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사사로운 일들마저 끝내 불안에 연결 지어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며칠이나 어떻게든 그 안에서 휘둘린다. 그럴 때는 가능한 한 자극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어떤 연락들은 일부러 피하고, 짧은 대화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불안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 본다


이럴 때는 집중할만한 익숙한 일을 찾으면 그나마 불안을 잠시 무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책을 읽는 시간, 성가대 연습 시간,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하는 북클럽 시간. 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불안할수록 익숙함, 반복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반복하는 것들에는 예측 불가능성이나 변수가 많지 않으니까.


친구와 둘이 하는 북클럽은 햇수로도 최소 5년은 지났고 그사이 500페이지가 넘는 책도 몇 번은 함께 읽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 모임을 우리 둘이서만 하자는데 암묵적으로 함의했다. 그동안 몇 번 독서 모임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새로운 사람 없이 이어가고 싶다는 데 동의했다. 5년이나 되고 보니 그게 누구든 우리가 이 모임을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 아껴줄 순 없겠다는 건 내 생각이다. 게다가 나의 소중한 불안컨트롤러에 변수를 두고 싶지 않다.


몇 주 전 쇼생크 탈출을 다시 봤다. 한 번 정주행 하고 보고 또 보고. 그리고도 질리지 않았다. 지치지도 않고 희망을 품는 주인공, 희망을 스스로 증명해 내는 끈기가 존경스러웠다. 어느 한 장면 허투루 볼 수 없었다. 그 안에서 수십 년 동안 어떻게 희망을 놓지 않았을까. 주인공 앤디는 희망을 놓지 않은 게 아니라 없는 희망을 창조해 낸 것만 같았다. "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어."라는 레드의 말이 더 맞다고 생각했는데. 앤디는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라는 말을 증명했다. 혹시 앤디도 교도소 안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조금의 힘을 얻었을까?


"나는 결말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자유인이다." 라는 대사를 곱씹어본다. 이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면 불확실성은 모든 사람의 그림자일 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불안을 통제할 만한 좋은 방법을 더 알고 있으면 좋을 텐데. 마흔이 넘어도 불안을 다스리는 일에 서툴다. 이럴 때야말로 나이 먹는 덕을 보고 싶은데.

    

우선은 오늘도 몇 페이지 읽지 못했지만 책을 읽었고 이틀 후엔 성가대 연습을 할 수 있고 몇 주 후엔 북클럽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당분간 이 세 가지를 잃지 말고, 또 다른 방법들도 모색해 봐야겠다. 레드처럼 사는 나에게 앤디가 되어줄 누군가 뿅 나타나도 좋고.           


다음엔 <그린 마일>을 찾아 봐야겠다. 어쩌다보니 이번에도 스티븐 킹이 원작자인 작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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