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의 육아 판타지가 아닌.
네, 맞습니다. 만사 불편러 맞고요. :)
프랑스 육아처럼 해야 된다, 네 살 육아는 다르다, 애착육아를 해야 된다 등등, 육아전문가의 팁이라는 것들을 남에게 뒤지지 않게 많이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을 갖는 데 있어 물론 그 책들과 영상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들로 부모들과 아이들을 유형화하여 분석하고 답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와 아내, 우리 아이를 그 유형 안에 넣으려는 시도는, 마치 혈액형이나 MBTI 성격 분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인용한 연구 속에서는, 연구자의 목적이나 가설에 맞추어 여러 가지 사실들이 재단되어 채택되거나 혹은 버려졌을 것입니다. 저는 그 지점이 불편했습니다. 전 인류를 표본으로 하지 않는 이상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 세 가족에게 정확히 들어맞을 수 없는 여지가 있을 것임에도 '전문가'라는 권위 때문에 그 조언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그 구도 가요.
전문가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적 육아마저 전문가에 의존해야 하는 일처럼 몰아가는 최근의 경향은 저에게는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얼마 전, 아이의 동네 친구 가족을 초대하여 저녁을 함께 하며 서로의 육아 생활로 세 시간 넘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보통 육아 이야기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두 집의 아빠 엄마 모두가 함께하는 그 시간은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자기들끼리 신나게 놀았고, 아빠 엄마들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건 이게 좋다더라, 저건 이렇더라 하면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박사님의 권위가 자리를 비운 대신, 아빠의 관점, 엄마의 관점, 아이들의 생각 모두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실험실에서, 보고서에서 정리된 아이의 행동유형이 아닌 진짜 가족의 생활, 가족의 육아가 말이죠.
동글이에게,
네가 만약 아빠가 되면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일 거야. 조그맣고 연약한 아기를 처음 받아 안을 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조심스럽기만 하거든. 그때는 아기가 아픈지, 배고픈지,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시기라서, 전적으로 의사 같은 전문가들의 손을 빌려도 좋단다.
하지만 아기가 좀 더 자라서 어린이가 되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시간이 되면, 그때는 아빠인 네 생각과 경험도 중요하게 될 거야. 너보다 네 아이를 잘 아는 어른은 찾기 힘들 테니까. 너와 네 아이가 마주할 문제들을 아빠와 너도 함께 헤쳐나갔단다. 아빠와 네가 지나왔던 그날들을 되새겨 본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그건 오래전 아빠의 친구들의 아빠 엄마들, 네 친구들의 아빠 엄마들과 함께 만들어 온 우리 집 만의 육아 노트 같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