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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May 31. 2016

Shiny Christmas in Taipei

대만 여행: 타이베이 101 타워, 타이베이 야경


드디어 도착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제일 높은 빌딩. 타이베이 101 타워. (台北101, Taipei world trade center)

조만간 '롯데월드 몰'이 완공되면 그 타이틀을 뺏기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써는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다.


건설 도중 지진을 얻어맞아 위험한 순간도 겪었지만, 지금은 별문제 없이 굳건히 서 있는 타이베이 101 타워. 개장 전부터 문제가 봄날 벚꽃 피듯 만개한 롯데월드 몰보다는 왠지 믿음직한 느낌이다. ㅡ.ㅡ;


이미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라, 더 이상 길거리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타이베이 101 타워의 다른 곳을 구경할 틈도 없이 바로 5층에 있는 전망대 매표소로 진격.


[ 타이베이 101 타워 가는 법 ]

MRT 2호선 타이베이 101 타워 역에서 내리면 타워 지하로 연결되는 출구가 있다.

출구로 나오면 딘타이펑 타이베이 101 타워 점이 보이니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차.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데 신경 쓰느라 잠깐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은 바로 크리스마스이브! 타이베이 101 타워 안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휘황찬란하고, 풋풋한 커플들이 손에 손을 잡은 채 초대형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부부는 ?

마치 좌회전 우회전 못하고 부산까지 내려간 어느 초보운전자처럼 트리건 크리스마스 장식이건 당연히 다 무시하고 표 사고 바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직진 또 직진. ㅡ.ㅡ;;;

크리스마스이브의 로맨스는 공항에서 판도라 팔찌로 잘 커버했으니까, 안전을 위해 마눌님의 표정을 한 번 확인한 후 재빠르게 전망대 입장권을 사 왔다. 전망대 입장권 티켓 오피스는 "Observatory"라고 쓰여 있는 노란 부스다. (맨 오른쪽 사진)


타이베이 101 타워 전망대 입장료는 물경 500 NTD (한화 18,500원). 두 명이니 1,000 NTD다.

현금은 딱 50만 원만 환전해 왔으므로, 앞으로의 일정에서 현금을 사용하기 위해, 가난뱅이 Strider는 떨리는 손으로 신용카드를 긁었다. 해... 해외수수료가... 으흙 !

Strider는 500 NTD 짜리 티켓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전망대 직통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잉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 옆에 동그랗고 귀여운 캐릭터가 있네 ?

귀욤열매를 먹은 이 녀석의 이름은 댐퍼 베이비. (Damper Baby)


쉴 새 없이 거센 바람을 맞아야 하는 고층건물은 바람 때문에 필연적으로 갈대처럼 흔들리게 되어 있는데, 그 흔들리는 진동을 잡아주는 무게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댐퍼라는 구조물이다. 이 댐퍼는 마치 커다란 구슬처럼 생겼는데, 대만 사람들은 이 댐퍼를 타이베이 101 타워의 마스코트로 만들어 냈다.

오륜기처럼 다섯 색깔의 댐퍼 베이비들. 입을 쭈 ~ 내밀고 있는 듯한 입과 가로로 긴 눈이 달린 얼굴은 바로 숫자 101을 형상화한 것 !



너... 너무 크게 나오니까 좀 무섭군... =_=;;


하여간 빨강, 노랑, 녹색, 검은색, 은색의 다섯 가지 색깔 댐퍼 베이비는 대만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귀여운 캐릭터 중의 하나 ! ^^

요 댐퍼 베이비들은 꼭대기의 전망대에 가도 여기저기 많고, 기념품들도 많으니, Strider처럼 귀여운 아이템에 환장 ㅡ.ㅡ 하는 사람이라면 지갑이 자기도 모르게 열리는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난 왜 나잇값도 못하고 캐릭터를 이리 좋아하는 것인가 ㅠㅠ 오덕 바이러스에서 영원히 치유된 줄 알았는데 !!! 휴덕은 있을지언정 탈덕은 없다던 옛 성현의 말씀 ㅡ_ㅡ; 이 뼈에 사무친다...



댐퍼 베이비들 옆에는 대만의 여러 관광지 그림을 귀엽게 표현해 놓았다. 마눌님이 캐릭터랑 똑같은 포즈로 귀척 폭발하는 동안 길게 늘어섰던 줄이 금방 줄어들어서 엘리베이터에 냉큼 탑승 !


타이베이 101 타워의 전망대 직행 엘리베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귀하신 몸이다. 타보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전망대에 닿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LCD 모니터에 속도와 시간을 알려준다.


타이베이 101 타워 전망대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1분에 1,101m. 5층에서 89층까지 37초밖에 안 걸린단다. 숫자로 보면 잘 모르겠는데, 실제 타보면 정말 어마무시한 속도로 89층에 닿는다. 63 빌딩 엘리베이터는 그저 장난 수준.



댐퍼 베이비들이 뛰놀고 있는 슈퍼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88층에 도착하면, 2개 층을 걸어 올라가서 가장 높은 외부 전망대에 갈 수 있다.


지상으로부터 386m.

너무 빨리 올라와서 귀가 먹먹하지만, 침을 꿀꺽 삼켜주면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곳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타이베이의 야경.

크리스마스이브에 타이베이의 야경.


사실 대만 여행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렸었는데, 타이베이 101 타워에 올라간 이 날 만큼은 날이 개어 있었다.

그래서 타이베이의 야경이 저 멀리까지 카메라의 렌즈 안으로 들어왔다.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빛나는 전구들로 장식된 트리가 있어야 제 맛인데, 눈 앞에는 수십만 개의 가로등으로 장식된 타이베이 시내가 마치 트리처럼 놓여 있었다.


방 안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는 며칠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져서 맹숭맹숭하여지지만, 이렇게 잠깐만 볼 수밖에 없다면 한 장면 한 장면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낼 수 없었던 크리스마스 기분, 대만에 와서 제대로 내는구나.


서울의 야경, 뉴델리의 야경, 뭄바이의 야경, 홍콩의 야경, 두바이의 야경...

수많은 야경들의 목록에 그렇게 타이베이의 야경을 올렸다.


나는 야경 헌터는 아니다. =_=;;



... 라고 해놓고 타이베이 야경 사진을 연달아 올리고 있다. ㅡ.ㅡ;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실내 전망대 한 바퀴를 돌면서, 타이베이의 야경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타이베이 시내의 약간은 낡은 듯한 부분은 밤의 어둠 뒤로 숨겨졌고, 가로등과 빌딩과 거리 만이 빛나고 있다.


야경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것 같다.

많은 경우, 아무리 인간이 멋있는 건물을 지어다 놓더라도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빛이 충만한 도시의 야경이야말로 자연의 풍경에 비길 만한 유일한 것이 아닐까.



전망대 안의 댐퍼 베이비들과 놀면서 야경도 찍고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내려가는 길에 있는 전광판에서 커플 사진을 박았다. 매년 12월 31일 타이베이 101 타워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신년 맞이를 한다는데, 우리 부부는 일정 상 그 광경을 볼 수 없었기에 전광판에서 보여주는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댐퍼 베이비가 귀여운 것이 이상할 정도로 탈우주적 모양새를 뽐내고 계신 실물 댐퍼가 있으니 한 번 보고 가자.

댐퍼 베이비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저 댐퍼가 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제 타이베이 101 타워와 작별을 고할 시간.

다시 어마무시한 속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타워의 바깥으로 나왔더니 살살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듯했다. 아.. 이때는 이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우리 부부의 비에 푹 젖은 대만 여행의 예고편이 될 줄은 몰랐더랬다...


하여간, 마눌님 친구가 중국어로 된 책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있어서, 타이베이 101 타워에서 멀지 않은 '에슬리트 서점' (Eslite Bookstore, 성품서점, 誠品書店)에 들렀다.

에슬리트 서점은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본점이 타이베이 101 타워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므로, 혹시나 가야 될 일이 있다면 타이베이 101 타워에 왔을 때 들려도 괜찮을 듯하다.



[ 에슬리트 서점 가는 법 ]

딘타이펑 타이베이 101 타워 지점이 있는 출구로 나오면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으로 올라와서 타이베이 101 타워를 오른쪽에 끼고 쭉 걸어올라 가면 타이베이 시정부가 있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에슬리트 서점이 있다.


에슬리트 서점은 새벽 2시까지 영업하므로, 만약 타이베이 101 타워에 늦은 시간에 들렀더라도 문제없이 쇼핑을 할 수 있다.


서점 자체가 오지게 넓고, 한국 서점처럼 컴퓨터로 책 위치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기 때문에 책을 찾으려면 쉽지가 않으니 만약 여기서 책을 사고자 한다면 꼭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자.

워낙 책도 많고 손님도 많기 때문에 점원들도 책 제목만 가지고 찾아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 부부는 책 한 권 사기 위해 거의 한 시간 정도를 헤매었다. ㅠㅠ 하여간 그렇게 책을 사는 것으로 첫날 일정 마감 !


첫날부터 아침 일찍 비행기 타랴, 대만 와서 적응하랴 빡센 일정을 소화해 낸 우리 부부는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하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는 쎄 ~ 한 느낌과 함께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4편 예고)


드... 드디어 2일 차 일정 !

나이도 생각하지 않고 첫날부터 힘을 다 빼버린 Strider 부부는 잔잔한 즐거움이 있는 무쟈 핑시선 여행을 마친 후, 한국사람은 역시 밥심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인 먹방에 돌입했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찍히는 것도 아주 대차게 찍힌 발등. 대만 여행 2일 차를 수놓는 뜨거운 땀과 눈물 by 키키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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