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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Jun 08. 2016

전설, 딘타이펑

스펀, 닭날개 볶음밥, 딘타이펑, 샤오롱바오

기차는 핑시에서의 느낌처럼 느리게 스펀을 향해 달려간다.


보통은 사람들이 타이페이에서부터 택시를 대절하여 '예진지스(예류 - 진과스 - 지우펀 - 스펀)' 혹은 '예스진지(예류 - 스펀 - 진과스 - 지우펀)'라는 코스를 하루 안에 주파하는 식의 여행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펀에 오는 것은 저녁 아주 늦게, 혹은 점심시간이 지나서가 된다.


우리가 스펀을 향해 가는 이 시간은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서 그럴까 ? 객차 안에는 스펀을 찾기 위해 열차를 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작은 열차에 어울리는 한적한 객차, 맘에 딱 든다.


이거이거, 사람이 번잡하게 몰려드는걸 점점 싫어하게 되는 걸 보니, 최근 재발한 오덕 바이러스가 히키코모리 바이러스로 진화할라나보다.. 무슨 포켓몬도 아니고 진화질이야 뎅장...



핑시를 떠나 한 20분 정도를 달렸을까 ? 기차가 드디어 스펀역에 도착했다. 

스펀역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스펀 ↔ 행복, 0km'라는 재미있는 팻말. 스펀은 곧 행복이랑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 그것도 0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아주아주 가까운 거리에. 


행복이 항상 그렇게 곁에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 근데 스펀 너 그렇게 공수표 막 날려도 되는거 ? 여기서 안 행복하면 가만 안두겠서 ~ 


어쨌든, 요런 아기자기한 센스, 대만 여행이 주는 꿀잼 허니잼 ! ... 만약 내가 여기서 딸기쨈 포도쨈 드립까지 치면 독자들이 바로 뒤로가기를 누르겠지 ? ㅡ_ㅡ;;



스펀역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해 주는 것은 바로 요 기념품 가게. 무서운 점원이 '사진은 앙대영 !' 하는 바람에 이거 한 장 밖에 못 건졌지만, 귀욤력 폭발하는 아이템이 산처럼 쌓여있다.


신기한 것이, 타이페이 근교 여행지에는 이런 기념품 가게가 꼬옥 있다는 거.

더더욱 신기한 것은, 짜기로는 신안 염전의 천일염만큼 짠 우리 부부의 지갑이 대만 기념품 가게에서는 살짝 살짝 열렸다는 거... 


결국 여기서 귀여운 지름신이 내려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가여운 우리 부부는 무엇엔가 홀린 듯 문고리에 거는 귀여운 그림의 나무 장식을 구매하고 말았다. 뭐... 크게 비싸지는 않았지만, 근검절약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우리 부부에게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만약 당신이 혹여 현재 오덕 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일생에 한 번이라도 감염된 적이 있다면 아기자기함이 넘치는 대만 기념품 가게는 섣불리 들르지 말 것을 강권하고자 한다 !



부지불식간에 나무 판때기 기념품과 현금을 맞바꾼 Strider 부부는 넋이 반쯤 나간 채 기념품 가게를 나섰다. 기념품 가게 앞에는 핑시선 곳곳에 항상 걸려있는 죽통을 배경으로, 대만 철도청 마스코트 쯤 되시는 듯한 아저씨가 씨익 웃고 계시다. 


'훗... 오늘도 대어를 낚았군 !' 이라는 의미인가 저 웃음은. ㅠㅠ


스펀역 주변에는 핑시보다는 사람이 많았다. 기차가 뜸하게, 그것도 천천히 오는 스펀역 철로 위에는 기차 대신 사람의 행렬. 하지만 여행 준비 전에 찾아봤을 땐 스펀에 사람이 넘쳐서 서울역을 방불케 한다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아직 오후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한적한 핑시에서 힐링받고, 다른 때보다 한적한 스펀을 거닐 수 있으면서, 거기에 핑시 - 스펀 코스를 오전 중에 끝낼 수 있다니 ! 역시 무쟈핑시선 호행버스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 


우리 똘똘한 마눌님 궁디팡팡 !



상가 거리가 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핑시와는 달리, 스펀은 역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비록 스펀이 천등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이 곳 상가 거리에서는 꼭 천등과 관련있는 아이템만 파는 것은 아니었다.


오른쪽 사진은, 대만의 왠만한 여행지에서 다들 팔고 있는 유가 ! 즉, 우유를 넣은 말랑말랑한 사탕.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가는 그냥 하얗고 카라멜처럼 쫀득해서 이빨에 달라붙는 싸구려 사탕일 따름이지만, 대만에서 파는 유가는, 유가 안에 견과류나 말린 과일, 곡물 등을 넣어서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


Strider의 군것질 짝사랑이 마눌님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압살당하는 바람에 귀국길 공항 면세점에서 이 유가를 조금 사온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만약 마눌님이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라고 했다면 아마 각종 맛별로 다 쓸어왔을 것이다...


대만 유가는 사랑입니다 ♡



왼쪽 사진은, 곰모양 빵. 우리가 스펀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영업 전이었는데, 스펀 마을 한 바퀴 돌고 오니 고소한 '델리만쥬' 냄새를 풍기며 영업 개시. 안먹어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맛도 델리만쥬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쥬나 호도과자 안먹으면 경기 들리는 분이라면 뭐 머스트 해브 아이템.


오른쪽 사진은, 조약돌의 모서리 부분을 살짝 깎아내어 부엉이 모양 공예품을 만든 것 !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발하고 공예품의 디테일도 상당하다 !!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당장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아련한 동글뱅이 눈망울들.


하지만 그 가격은 오덕 바이러스를 치료할 만한 가격. ㅡ.ㅡ; 색칠한 짱돌 하나가 300 ~ 500NTD(한화 11,000원 ~ 18,500원)임. 그거의 반값만 했더라도 하나 샀을텐데 ㅠㅠ 하지만 정말 귀여우니까 사고 싶은 분은 사도 좋다 !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무얼 하러 이 조그만 역까지 왔는고 하니, 당근 천등 날리기.


한국 여행자들에겐 마치 성지로 여겨지는 '가용엄마 천등집'을 비롯하여 여러 천등집들이 철로를 사이에 두고 쭉 늘어서 있고, 지금은 쓰이지 않는 철로를 따라 줄지어 선 옷걸이에는, 천등이 마치 겨울 덕장에 걸린 황태들마냥 쪼르륵 널려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붓글씨 한 획 한 획에 집중하는 21세기 한석봉들이 천등 하나 하나마다 대작을 만들어 내느라 무아지경에 빠져 계시고...


아... 이것은 가히 대만의 어느 천등 공장의 생산 라인인가 !!!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천등에 소원을 써서 서둘러 하늘로 날려보내기에 바쁜 이 곳의 모습은, 나만의 소중한 소원을 날려 보내기엔 낭만 한 방울이 부족했다.


하나의 천등이 오르기가 무섭게, 또 다른 천등이 그 뒤를 이어 날아간다.


만약 저 하늘 위에 누군가 있어서 이 소원들을 받아주고 있다면, 그런 천등의 끝없는 행렬이 달갑지 않을 것 같다는, 유치하지만 저절로 떠오르는 상상.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천등에 섞여서 그에게 닿기 보다는, 나의 소원을 담은 천등 만을 오롯이 올려 보냈으면 하는 그런 욕심이 드는 건... 과한 욕심은 아니겠지 ? ㅋㅋ


그 때문에 핑시에서 천등을 날리고 오길 참으로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끝없이 천등을 생산해내는 양산 공장같은 스펀보다는, 고요한 가운데 나만의 추억과, 고민과, 바램을 가만가만 담아서 천등을 날려 보낼 수 있는 핑시가 나에게는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스펀 거리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스펀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고, '성안궁'이라는 중국식 사원도 있다.


물론 아침 시간이라 마을은 고요해서 산책하긴 좋았지만, 성안궁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ㅡ_ㅡ;;;



오라지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녀도 10분만 쉬면 다시 완충되던 20대 시절 에너자이저인 줄 알고 그렇게 스펀 마을 이곳 저곳을 한참 빨빨대며 돌아다닌 Strider 부부.


하지만 이미 흐른 15년의 세월. 

건전지는 오래되면 안의 충전재가 누액되어 전력량이 떨어지는 것이 진리. 

Strider는 게을러서 운동을 안하니 근육이 비계로 바뀌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진리. 


1시간 정도의 스펀 산책에 체력 급방전으로 두 부부는 거의 떡실신 단계에 이르렀다. 


결국 뭔가 뱃속에 채워넣어야 겠다는 본능의 부름에 찾아간 곳은 스펀 거리 초입에 있는 '류씨네 말린 닭날개 볶음밥 구이'집 ! (류가 소고계시포반) 사실 이게 대부분의 블로그에 '꼭 먹어봐야 돼요 !'라고 올라온 메뉴라서, 우리 부부도 지나칠 수가 없긴 했다.



닭날개의 뼈를 제거하고, 뼈가 있던 자리에 볶음밥을 채워 넣은 후 겉에 양념을 발라 석쇠에 구워내는 닭날개 볶음밥 구이. 빨갛게 지글지글 익어가는 통통한 닭날개들이 뱃속의 거지 군대를 따끔하게 자극한다. 


메뉴는 베이컨, 야채, 계란을 넣은 기본맛인 '볶음밥맛'과, 김치 볶음밥에 초두부를 넣은 '김치 초두부맛'의 두 가지 맛.


초두부 맛이라니 !!! 

입에 넣기 전에 냄새 만으로도 구토를 자극해서 일단 속을 비워주는 냄새를 피우는 초두부를 식재료로 사용하다니... 스티브 잡스 뺨때기 후려치는 엄청난 창의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꼭 한 번은 초두부에 도전해 볼 생각은 있다. 어차피 이 한 몸뚱이 세상에 한 번 왔다가 한 번 가는거, 맘껏 굴려주겠어 ! ㅡ.ㅡ;


어... 어쨌든 초두부가 디폴트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 우리 부부는 가볍게 볶음밥맛 선택.

(얼마나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지 사장님이 한글로 안내문을 다 써놓으셨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됨...)



비엔나 소시지마냥 엄청나게 늘어선 손님들 뒤에 서서 비엔나 5호와 비엔나 6호가 된 우리 부부는 소심하게도 안매운 맛을 선택한 후, 이윽고 드디어 닭날개 볶음밥을 손에 쥐었다. 고기가 들어있는 메뉴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조차 아름다운 한 닭날개에 60NTD (한화 2,200원) !


뱃속 거지의 긴급 지령에 따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오오... !!! 쫀득한 닭고기와 기름진 볶음밥이 어우러진 이것은 실로 아름다운 맛 !!!


치맥의 나라 한국에서 온 우리 부부를 닭고기로 감동시킨 류씨네 사장님은 천재인가. 마치 닭날개살을 정성껏 발라내서 후라이팬에서 야채 볶음밥과 함께 볶아내 온 일품 요리같은 느낌이었다. 닭다리살이나 가슴살이라면 낼 수 없을 법한 묘한 맛의 조화를 닭날개살로 만들어 낸 이 메뉴의 점수는요 ~



[ 류씨네 닭날개 볶음밥 ]

맛: ★★★★★

가격: ★★★★★

양: ★★★☆☆


- 닭날개 볶음밥 1EA 60NTD

- 매운맛을 원하면 JYP가 사랑하는 그 '두성'을 열어서 '라 ~ ♬' 하고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 주시면 된다. 근데 매운맛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고향의 맛 다시다 (전문용어로 라면스프 혹은 MSG) 를 담뿍 뿌려주는 거니 평소에 쌩라면 즐겨 드시는 분들은 도전해 보셔도 좋겠다.



스펀의 또 다른 명물인 징통 다리가 있지만, 우리 부부는 구경만 하고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절... 절대 다리 건너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다. 배가 고파소 ~ ;;;


닭날개 볶음밥 한 조각을 빛의 속도로 흡입하긴 했지만 바닥이 드러난 저질 체력에 에너지를 공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는 애잔한 변명 만을 스펀에 남긴 채, 우리 부부는 어제 사람이 붐벼서 가보지 못했던 융캉제의 딘타이펑 본점을 가기 위해 무쟈핑시선 호행버스에 다시 올랐다. 대만에 있는 동안 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딘타이펑, 기왕 갈꺼면 본점으로 가 보고 싶었기 때문.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795번 호행버스 정류장은 징통 다리 옆에 있는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 택시들이 늘어서 있는 길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795번 버스를 타고 50분 정도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MRT 1호선 무쟈역에 도착하게 된다. 무쟈역에서 다시 MRT 1호선을 타고 가서 다안(Daan, 大安)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면 동먼역에 갈 수 있다. 동먼역 5번 출구에서 나와서 융캉제 입구까지 가면 바로 옆에 딘타이펑 융캉제 본점.              



드디어 도착 ! 딘타이펑 융캉제 본점 !!! (정태풍, 鼎泰豊) 


1958년 요리용 기름가게로 시작한 딘타이펑은, 1970년대 요리용 기름 소비가 줄자, 1972년 업종을 바꿔서 중국식 찐만두인 샤오롱바오 (소롱포, 小籠包) 를 팔기 시작한 역사와 전통의 가게.


40년 넘게 팔아치운 샤오롱바오는 셀 수 없을만큼 많고, 벌써 11개국에 10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체인 레스토랑이 된 딘타이펑. 1993년 뉴욕 타임즈의 '세계 10대 레스토랑' 선정부터 시작해서, 2010년부터 유명한 맛집 가이드인 '미슐랭 가이드'에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어마무시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벌써 6개의 딘타이펑 매장이 있어서 그냥 샤오롱바오 맛을 보기 위해서라면 한국에서도 먹어도 상관없겠지만, 원조집을 찾는 것은 먹부림을 부리는 자의 당연한 도리 아니겠는가. 음하핫 !


유리창 너머로 슬쩍 보이는 딘타이펑의 주방에서는 수많은 인원이 마치 수술대 주변을 둘러싼 의사들마냥 신중한 자세로 샤오롱바오를 조립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긴 하지만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기시간이 20분이란다. 그래도 뭐 어쩌겠음. 샤오롱바오의 노예 1인 ㅡ_ㅡ 이 되어 거의 호텔리어급 유니폼으로 차려 입으신 두 명의 리셉셔니스트에게 번호표를 받으러 갔다.


그러자 왼쪽의 동글이 언니가 방긋 웃으며 Strider에게 뭔가를 건네주며


"여기에 메뉴 적어서 주세요 ~"


이 언니들... 한국말로 얘기한다. ㅡ_ㅡ;; 한국사람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면 한국말을...

그리고 이윽고 내 뒤에 서 있던 일본 사람들에겐 일본말로, 그 뒤에 서 있던 서양 사람들에겐 영어로 "여기에 메뉴 적어서 주세요 ~"...


한국어 - 중국어 - 일본어 - 영어...

이 언니들 최소 4개 국어 가능자...



언니가 나에게 전해 준 것은 대기번호표와 메뉴판, 그리고 주문서.

대기번호 1167 ㅡ.ㅡ;; 벌써 오늘 하루만 이 딘타이펑을 다녀간 손님이 1,167팀이 있었다는 소리니까, 사람수로 치면 한 팀당 두 명만 왔다고 치더라도 거의 2,500명이 왔다는 얘기다.


한 사람당 1만원만 먹고 갔다고 쳐도 벌써 2천 5백만원. 도대체 찐만두 하나로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거냐 이 가게는... 


하여간, 우리 부부는 메인 메뉴로 샤오롱바오와 샤오마이 각 5알씩, 새우볶음밥, 그리고 부족한 야채섭취를 위해 양배추 볶음을 시켰다. 김치도 팔고 있으니 김치가 그리우신 분은 한 번 사먹어 보시는 것도 뭐... ㅡ_ㅡ;


정말 2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고 1167번을 불렀고, 우리는 4층 자리로 안내받았다. 타이페이 시내에 딘타이펑의 지점이 여러 군데 있고 다들 엄청난 좌석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 딘타이펑 본점은, 뭐랄까, 마치 우리나라 명동에 있는 '명동교자' 칼국수집 같은 느낌으로 좁은 건물의 여러 층을 사용하는 형태라서,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좀 더 '맛집에 왔다'는 느낌을 준다.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아 잠깐 기다리고 있었더니 딘타이펑의 상징, 간장에 담긴 생강채가 나왔다. 샤오롱바오가 나오면 요 간장소스 생강채를 함께 얹어서 먹어야 한다.


배고픔에 절망 중인 가련한 포즈의 축 처진 우리 마눌님. 샤오롱바오야, 어서... 어서 나와서... 거지왕 Strider의 젓가락 앞에 순순히 해체당하거라... 


식사대금은 선불이랍십니다. 친절하신 점원님이 샤샥 나타나서 웃는 낯으로 스슥 징수해갔음...



드디어 우리 부부의 앞에 대령한 샤오롱바오 외 기타 녀석들 (양배추 볶음 & 새우볶음밥). 귀여운 샤오롱바오 다섯 알이 죽통 위에 뽀얀 살결을 반짝이며 살포시 앉아있다...


그런데 죽통에 비... 빈 자리가 조금 많아 보인다... 

뭔가 푸짐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전두엽을 강하게 때리고 지나갔지만 ㅡ_ㅡ;; 알흠다운 맛의 신세계를 기대하며 샤오롱바오를 그윽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훗... 맛만 있다면야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다...


Strider: 네 놈들이 뱃속에 육즙을 가득 품고 있다던 그 샤오롱바오들이냐. 듣던대로 피부가 하얀 것이 미색이 훌륭하구나. 


샤오롱바오: 거지왕... 더 이상 우리 다섯 샤오롱바오의 긍지를 능욕하지 말고 식기 전에 빨리 해 치워라 ! 


Strider: 어허... 이 고약한 것들.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려 드는게냐. 다섯 알에 3,700원 정도 한다더니 듣던 대로 비싸게 구는 놈들이로군. 


샤오롱바오: 가난뱅이 월급쟁이인 네 놈에게 잡힌 것이 원통할 따름이다 !


Strider: 뭣이 !!! 딤섬 주제에 감히 거지왕인 짐을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 여보 마눌님, 어서 이 놈들에게 생강채를 끼얹어서 육즙을 토해내게 만들라 !


마눌님: 뭔 헛소리양. 얼릉 식기 전에 먹어 !!!


Strider: 넹


ㅡ_ㅡ;;; 함께 주문한 양배추 볶음과 새우 볶음밥도 함께 대령했다.


    

샤오롱바오를 지대로 먹으려면, 당근 매장에 나와 있는 설명서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우선 숟가락 위에 샤오롱바오 한 알을 올려서, 만두피를 젓가락으로 쭉 찢어내면 숟가락 위로 육즙이 쪼르륵 흘러 나온다.


샤오롱바오야. 아프냐. 나는 배고프다... 


이 때 육즙 목욕탕에 몸을 담근 채 널브러져 있는 샤오롱바오에게 생강채를 쫙 끼얹으면, 간장과 육즙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빛깔의 국물이 완성된다. 요 국물과 샤오롱바오를 한 입에 호로록 ! 하는 것이 샤오롱바오 흡입의 정석임.


체력이 완전 방전된 마눌님에게 먼저 샤오롱바오 시식의 기회를 바쳤다. 우선 가장 도도한 척 하던 샤오롱바오 1호가 마눌님에게 고문당한 후 육즙 채 호로록 !


잠시 후 냠냠거린 마눌님의 한 마디.


"... 허니 이거 완전 맛있어 !!!"


맛에 대한 만족도 표현이 늘 밍숭맹숭한 울 마눌님이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표현하다니 ?!?!? 어디... 나도 한 알을 난도질한 후 호로록 !... 


..... 오오오오오옷 !!! 이건 정말 촉촉한 육즙에 상큼한 생강채가 어우러져서, 비릿한 돼지고기 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쫄깃한 육질과 매끈한 만두피가 입 안에서 함께 춤을 추는 형국이었다.


영혼이 돼지우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어 !!! ... 음.. ? ㅡ_ㅡ?

어쨌든 고향만두와는 다르다 고향만두와는 !



으으음.

하지만 같이 나온 새우볶음밥은... 고추장을 부르는 맛이었다. 너무 느끼해 !!! ㅠㅠ

결국 전격 고추장 소환 !!! 가방 속에 봉인되어 있던 궁극의 소스 '달찬들 쇠고기 볶음고추장'이 테이블 위로 강림해서 느끼한 새우볶음밥을 단칼에 해치워버렸다.


이윽고 등장한 샤오마이도 알흠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테이블 위로 끌려나왔고, 샤오롱바오에 이어 굶주린 두 부부의 위장 속으로 육즙과 함께 장렬히 산화하였다... 새우로 틀어막힌 샤오마이의 아랫쪽에는 샤오롱바오처럼 육즙 가득한 돼지고기 고명이 들어앉아 있으니, 샤오롱바오 먹는 식으로 생강채를 얹어서 호로록하면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텅 빈 테이블만이 남았음. ㅡ_ㅡ;


계산서에는 세금 포함 726NTD (한화 27,000원) 이 똭 !! 어제 포함해서 먹는데 가장 많이 쓴 돈이다. 


하긴, 뭐 한국에서도 별 볼일 없는 레스토랑에서 외식 한 번 할라믄 3만원은 우스우니, 딤섬 하나로 세계를 평정한 전설적인 월드클래스 테이스트를 맛본 것에 비하자면 2만 7천원이라는 가격이 딱히 불만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 딘타이펑 융캉제 본점 평가 ]

맛: ★★★★☆

가격: ★★★☆☆

양: ★★★☆☆  


- 샤오롱바오 5 pieces 100NTD, 샤오마이 5 pieces 170NTD, 새우볶음밥 210NTD, 양배추 볶음 180NTD

- 다른 메뉴에 비해 샤오롱바오가 워낙 압도적으로 맛있으니 샤오롱바오에 더 집중해서 주문해도 좋을 듯



밥 먹고 나오다보니 귀욤 터지는 샤오롱바오 & 죽통 마스코트 상품과 각종 초콜렛, 펑리수, 그리고 소스류 등을 눈 튀어 나오는 가격에 팔고 있었다. 물론, 타이페이에서만 한정 판매 중인 상품이어서 한국의 딘타이펑에서는 구할 수 없는 레어템이지만, 그렇다고 돈 주고 사기엔 너무한 가격이다. 샤오롱바오와 죽통 인형이 물경 1,000NTD (한화 37,000원) !!!


... 팔리긴 하는거냐, 얘네들 ? 




(6편 예고)


다음 행선지는 시먼딩.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영웅 히동구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대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제발 바... 밥 좀... " ㅡ_ㅡ;;


만두 몇 알 가지고 채울 수 없었던 속을 채우기 위해 찾아간 시먼딩.

배고픔에 눈이 먼 Strider는 키키 레스토랑의 복병 대만 요리에 지대로 당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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