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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Nov 01. 2020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을 존중할 수 없는 이유

말은 곧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제대로 성립되려면, 먼저 온전하게 바로 서 있는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비 정상적으로 기대거나 한 사람이 타인을 바라보지 않은 채 스스로를 향한 자기애를 가지고 있으면 제대로 된 관계는 성립되기 힘들다. 말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된 대화가 성립되려면 일단 온전한 자신만의 생각을 존중할 줄 아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길거리를 다닐 때나 카페에 앉아 의도치 않게 타인의 음성이 어깨너머 나의 귀에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험악한 말을 으스대며 마치 완장처럼 내뱉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많은 생각이 든다. 겉으로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라고 외쳐대는 것 같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누구보다 내면은 곧 쓰러질 것처럼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 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들리고 있다. 단단한 사람은 외부에 굳이 '나는 단단하다!'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생을 살아갈 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대하는 사람을 존중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사람들은 타인에게도 가장 낮은 수준의 언어로 취급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존중이라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받기 전에 자기 스스로에게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럴 마음이 없으므로 그 자신 또한 타인에게 존중받지 못한다.



말에도 자존감이 있다


말에도 자존감이 있다.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한계에 대해 생각하는 태도이며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인생의 파도를 만났을 때, 나의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하는지 스스로를 믿고 일련의 성취를 이뤄내는 자기 확신이다.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외부 환경이 아무리 변화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단단함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말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잘 몰라서 할 수도 있고, 혹은 서툴러서,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기에 우리는 실수를 한다. 실수를 잘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조금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간다. 자존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이런 실수에 대한 타인의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할 줄 알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그를 성장시킨다. 타인의 말에 빗대어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지만 동시에 순간의 실수를 저지른 자신의 모습을 확대 해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존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타인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가능한 이유는 내 안에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확신과 믿음이 있기에 외부에서 어떤 말(영향)이 와도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굳이 필요 없는 말이라고 느껴질 때 과감하게 버릴 줄 안다.


하지만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이와 반대로 타인의 말과 시선에 갇혀 자신을 바라본다. 평생을 ‘선생님에게 칭찬받으려는 유치원생’의 태도로 임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지는 바라보지 않고 타인의 말을 기준으로 행동한다.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외부가 흔들리면 본인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자존감이 극도로 낮은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가까스로 높이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의 경우,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을(혹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타인의 불행에서 위로를 얻는다. 타인의 불행으로 내가 한 발자국 앞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자존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다.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차근차근 이야기할 줄 안다. 내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지 내면을 바라볼 줄 알기에 이미 어느 정도 생각의 단단함과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그저 타인의 동의를 얻기 위해 대화에 참여한다. 그렇기에 맥락 없이, 영혼 없이 공허한 말이 오고 간다.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치를 가늠하지 못한다. 자신의 말을 그저 타인의 동의를 얻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말 역시 그저 나의 열등감을 해소할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언어를 존중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의 언어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생각과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있다. 이 앎은 딱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이리라. 나의 말이, 나의 이야기가 소중한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타인의 말을 진정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거라고 믿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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