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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후 Oct 27. 2022

09. 사이드 프로젝트 하고 나면 뭐가 달라지나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4가지 인사이트

지금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인생의 경로를 바꾼 사람이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는지 상세한 방법과 팁을 이야기했다. 나처럼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 재료를 찾아내는지, 어디에서 판을 펼치고 동료를 찾으면 좋은지,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알리고 다듬어가는지 아낌없이 담있다. 혹시 나처럼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포기하는 슬픈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 4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삶의 경로를 조금씩 바꾸어온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






1. 모든 경험은 ‘정말’ 자산이 된다

‘버릴 경험은 없다’는 흔한 말을 이제까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에까지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새로운 제안과 기회를 마주하면서 그 말이 내 문장이 되었다. 의도를 가지고 시도했던 경험,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며 했던 경험, 실패했다고 여겼던 경험, 경험했는지조차 잊었던 경험 등 크고 작은 모든 경험은 내가 새로운 일을 벌일 때마다 도움을 주었다. 어떤 경험들이 어떻게 자산이 되어주었는지 살펴보자.



*관심 영역에서 얼쩡거린 경험

한때 출판계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편집 강의, 저작권 강의, 인쇄 강의 등 책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다. 파주 북소리라는 출판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어 번역 강의를 들으며 번역의 과정을 깊게 파악하며 교정 교열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단행본 번역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커리어 측면에서 보면 일하고 싶었던 출판사가 아닌 출판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지만, 이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스타트업에서 출판 담당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출판 용역을 맡아 프로젝트 매니징을 할 경험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출판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파악하게 해주었고,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고 마무리한 경험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회사 안에서 사이드 프로젝트한 경험

스타트업에 회계 담당자로 입사를 했는데 내가 출판에 관심 있고 번역 공부를 했다는 걸 아셨던 대표님이 작은 책자의 교정 교열을 맡기셨다. 이 일을 계기로 콘텐츠기획팀을 맡아 회계와 출판을 겸업하게 되었다.

콘텐츠기획팀에서 나는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단행본 제작의 전 과정을 진행했고, 잡지의 창간호를 기획하고 제작했으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았고, 출간 기념회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사회까지 보았다. 이런 경험들은 훗날 내 책을 직접 만드는 일에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기획을 해본 경험

콘텐츠 기획자로 일할 기회가 주어져서 새로운 스타트업에 이직했다. 대부분의 소규모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콘텐츠 기획 업무만 할 수는 없었고, 교육 운영, 프로젝트 백업, 공간 관리, 공간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 기획 영역에 집중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퇴사 후 공간 전시 기획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만약 회사에서 공간 기획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여기며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처럼 관심 있는 영역에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다 보면 나의 전문성이 되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된 사람으로서 기회를 낚아챌 수 있게 된다. 물론 관심 분야가 아닌 영역에서의 경험도 뜻하지 않게 나의 무기가 되어줄 때가 있다.


경험할 당시에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경험에서 배울 점을 찾고 삶에 적용한다면 경험은 반드시 자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간접 경험도 기획의 든든한 자산이 되니 평소에 레퍼런스를 많이 찾고 경험하고 기록해서 차곡차곡 쌓아두자.




2. 계속하면 돈이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실 크게 돈을 벌어보지는 못했다. 글쓰기 커뮤니티를 기획할 때는 참여자가 참여비 때문에 참여를 망설일까 봐 아주 적은 금액(1만 원)으로 참여비를 책정했고, 책을 만들어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을 때는 모인 펀딩 금액보다 제작비가 더 들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돈이 조금씩 들어왔다. 형태도 금액도 제각각인데 다음 항목에서 수입이 발생했다.   


*커뮤니티 참여: 첫 번째로 만든 글쓰기 커뮤니티는 무료로 운영하고, 두 번째로 만든 글쓰기 커뮤니티는 최소한의 참여비 1만 원을 받았다. 내가 만든 책을 활용해서 운영했던 자아 탐색 커뮤니티는 참여비 8만 8천 원으로 제법 높게 책정해서 받았는데, 책과 펜을 제공했다.


*크라우드 펀딩: 책을 만들 때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해서 펀딩을 진행했다. 제작비에 못 미치는 금액이 펀딩되었지만 제작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크라우드 펀딩 스토리 제작: 내가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을 보고 지인이 크라우드 펀딩 스토리 제작을 의뢰해서 부가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립출판물 판매: 독립출판으로 제작한 책들은 인디펍이나 커넥티드 북스토어 같은 플랫폼에 입고해두었는데, 소량이지만 계속 판매가 일어나서 월에 1~5만 원 정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작은 일이라도 계속하다 보니 돈이 되고 기회가 찾아왔다. 이렇게 모은 작고 소중한 돈은 별도의 사이드 프로젝트 통장을 만들어서 모아두었다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했다. 별도로 모아둔 돈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자금을 충당하니 진행할 때 큰 부담이 없었다. 이런 면에서 안정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었다.




3. 시도는 다양한 기회로 연결된다

사이드 프로젝트 수입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뜻밖의 제안을 받았던 것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양한 기회로 연결되었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그다음을 설계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발견되는 길도 있었고, 의외의 순간에 주어진 기회도 있었다.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갔더니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사이드 프로젝트가 다양한 기회로 연결되었는지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연결과 협업의 기회첫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쓰소클럽이라는 글쓰기 커뮤니티를 2기까지 운영하고 나서 여성 커뮤니티인 빌라선샤인에서 내 경험을 발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글쓰기 모임을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 한 발표였지만 내 경험을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비밀 교환일기 클럽이라는 글쓰기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는 다른 커뮤니티와 콜라보할 기회도 생겼다. 독서 커뮤니티인 들불에서 콜라보할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교환일기라는 키워드를 제안했고, 글쓰기에 책을 더하는 기획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다른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콘텐츠 확장의 기회네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회계가 아니라 기획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기여서, 제주도에서 나다운 일을 고민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달 살기 하면서 일하는 나를 탐색하는 <갭먼스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뉴 그라운드라는 커뮤니티에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해온 나에게 관련된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했는데, 이때 <갭먼스 가이드북>을 활용해서 일하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프로그램 ‘갭먼스@홈’을 기획해서 운영했다. 그 덕분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또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는 경험을 했다.


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인 <마음을 전하는 절기 엽서북>도 콘텐츠 확장의 경험을 맛보게 해주었다.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엽서북을 구입하고 인스타그램에 제작자인 나와 디자이너를 태그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DM을 보냈는데 한번 놀러오라고 하시기에 인사를 하러 갔다. 그랬더니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면서 엽서북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기획을 제안 주셨다. 하나의 작은 엽서북이 전시로 확장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환과 제안의 기회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는 커리어를 전환하게 된 점이다. 회계를 업으로 삼았던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유연한 기획으로 업을 전환하고 싶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획 경험이 쌓이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게 되었다. 진입하고 싶은 영역이 있는데 경력이 부족하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쌓아보자.


그 덕분에 이렇게 브런치에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브런치를 보고 사이드잡 관련 뉴스레터에서 내 글을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더욱 신기했던 건 동영상 강의 플랫폼 담당자님이 브런치를 보시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주제로 해서 강의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하신 것이다. 이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록으로 남긴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전환점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디에 찍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점을 찍어두었더니 어느새 새로운 선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묵묵히, 꾸준히 기획하고 진행하고 기록하다 보니 기회가 저절로 찾아왔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기획의 시작부터 과정을 나누고 아카이빙해두면 나라는 사람의 콘텐츠가 풍성히 쌓이고, 이는 기회의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4.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는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사람이었다. 아니었다면 나와 맞지 않는 회계 일을 8년 가까이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내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도하고 그렇게 쌓인 경험을 통해 더 크고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기획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얻게 되었고, 이는 커리어를 전환하고 나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이런 경험과 마인드셋은 그토록 원했던 ‘나다운 일을 통해 만들어가는 나다운 삶’에 가까이 다가가게 할 것이다.

예전에는 은퇴 이후의 삶이 막연히 두려웠다. 회사를 벗어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고, 앞선 사례가 나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계속 나다운 일을 기획하고 작당모의 한 경험이 그때는 엄청 많이 쌓였을 것이니까, 주도적으로 나다운 일을 작당모의 하는 내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제 사이드 프로젝트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하고 싶은 기획이 계속 떠오르고, 기존에 시도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기회가 온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나답게 살며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꿈을 언젠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편: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한 내에 끝까지 이끌고 가는 매니징,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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