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를 알리고 다듬는 방법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획을 잘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멋진 프로젝트를 열심히 기획한 후에 짜잔! 하고 공개한다 한들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프로젝트에 공감하고 참여해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이상 말이다.
결국 좋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고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1) 기획 재료 준비하기 (2) 기획하기 (3) 홍보하기 (4) 회고하기 (5) 개선하기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전 글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나요?(링크)’에서 (1) 기획 재료 준비하기와 (2) 기획하기 단계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기획의 나머지 단계를 내가 기획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사례와 함께 순서대로 살펴보려고 한다.
당연하게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참여해주지 않는다. 내 사이드 프로젝트를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려면 내 프로젝트에 참여할 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홍보해야 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내 프로젝트를 각인시키려면 눈길을 끄는 한 문장, 강렬한 이미지로 시선을 잡아보자.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일단 홍보 콘텐츠를 클릭하게 했다면 1차 성공이다. 그다음에는 이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참여는 어떻게 하는지 상대방이 궁금할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풀어놓으면 된다. 프로젝트 기획서를 참고해서 프로젝트를 설명하되, 처음 읽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써야 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거나 짧으면 사람들이 이탈할 수 있으므로 주요한 내용을 간추려 설명해보자.
나처럼 디자인 능력이 없거나 웹사이트 구축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노션이라는 툴을 활용해 간단히 소개 페이지를 작성해도 좋다. 카드뉴스 이미지 제작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템플릿을 제공하는 미리캔버스나 캔바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주변의 금손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제작하는 것도 추천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크몽이나 숨고 등의 플랫폼에서 섭외해도 된다.
| 사례 노트 |
참고하도록 비밀 교환일기 클럽 모집 페이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정도 수준(?)의 모집 글을 읽고도 사람들이 모여주었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작성해보자.
- 비밀 교환일기 클럽 3기 모집글: 링크
프로젝트 홍보는 채널과 예산 등 여러 옵션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초기 프로젝트이자 본업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러니 최소 비용으로 가볍게 접근해보자.
*지인에게 홍보하기: 홍보의 기본 중의 기본, 지인 홍보를 진행하자. 메신저 프로필이나 본인 SNS 계정에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올려두자.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지인에게 직접 홍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지인에게 홍보를 요청할 때는 바로 복사+붙여넣기할 수 있는 홍보용 이미지와 텍스트를 전달해서 상대방이 번거롭지 않도록 하자. 홍보를 요청할 때 민망하지 않도록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홍보를 해주면서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다.
*인스타그램에 광고하기: 사이드 프로젝트용 인스타그램을 개설해서 광고해보자.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이지 말고 조금씩 옵션을 변경하면서 광고 효율을 체크하며 홍보하자.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고민을 업로드해두면 광고를 보고 넘어온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프로젝트를 보아줄 것이다.
*커뮤니티에 홍보하기: 내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커뮤니티에 홍보하는 방법도 있다. 무료로 홍보가 가능한 곳이 많으며, 일부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유료로 진행하기도 한다. 홍보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급하게 가입해서 홍보 글을 올리기보다는 미리 가입해서 얼굴을 알리고 신뢰를 쌓아둔다면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홍보하기: 내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뉴스레터를 통해 홍보할 수 있다.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유료로 홍보하되 홍보 콘텐츠까지 작성해주는 곳도 있다. 뉴스레터는 발행 주기가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점에 홍보 콘텐츠를 발신하려면 홍보 시점과 발행 주기를 고려해 미리 논의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홍보하기: 내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인플루언서가 있다면 접촉해서 홍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에는 개인의 관심사가 세분화되면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많아져서 인플루언서 홍보를 고려할 때 부담이 줄었다. 그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권을 주고 후기를 남겨달라고 하거나 단순 홍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홍보비는 별도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포스터 부착하기: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라면 포스터를 제작해서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포스터에 모든 정보를 다 넣기 보다는 직관적이고 흥미를 끄는 디자인과 문구로 시선을 끌어보자. 자세한 정보는 QR코드를 통해 제공하면 포스터 디자인이 깔끔해질 것이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특히 사이드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면 회고는 필수다. 기획 단계에서 완벽한 기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80% 정도 기획이 완성되었다면 빠르게 실행해보고 회고를 통해 개선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단발성 사이드 프로젝트라 해도 회고를 해서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경험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회고는 운영자가 스스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자에게 요청하면 기획의 사각지대를 파악할 수 있다. 나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요청해서 온라인으로 회고 내용을 받았는데, 모두 익명으로 받았다. 익명으로 해야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물론 중요하다. 고생의 댓가가 되어주기도 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쓴소리도 필요하다. 당신의 쓴소리가 나의 프로젝트를 성장시키니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해보자.
*기대했던 점: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자가 이 프로젝트에 돈이나 시간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참여자가 프로젝트에 기대한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이 항목을 통해 그 그림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자. 참여자의 그림이 내 그림과 어느 정도 일치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스스로 회고할 때도 내 예상이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달랐던 점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좋았던 점: 내가 참여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부분을 잘 받았는지, 기획과 의도가 잘 반영되었는지 알 수 있는 항목이다. 참여자들의 따뜻한 후기를 읽다 보면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한번 시작할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윤영자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을 자세히 기록해두면 다음 기획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 사례 노트 | 비밀 교환일기 클럽의 참여자 후기
- 들어주는 짝꿍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 꾸준히 글을 쓰는 것으로 저의 무기력을 해소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 익명을 기반으로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던 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 제 삶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됐고 번아웃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아서 좋아요.
- 여기에서의 경험 덕택에 저 자신과 긍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아쉬웠던 점: 사이드 프로젝트의 개선을 위해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다. 기획과 실행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요소이며, 좋은 프로젝트의 힌트가 되어준다. 최대한 자유롭고 솔직하게 의견을 달라고 요청하며, 주관적인 의견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획자도 스스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돌아보면서 프로젝트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 사례 노트 | 비밀 교환일기 클럽의 참여자 후기
- 교환일기가 짝꿍뿐만 아니라 멤버 모두에게 공유되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 짝꿍과의 일기 외에 다른 활동들, 다른 멤버들과의 소통이 적어 아쉬웠어요.
- 네이버 카페에서 교환일기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네이버 카페에는 평소에 잘 안들어가기 때문에 접근성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아요.
- 1:1로 짝을 지우기보다, 더 자유롭게, 파트너 없이 그냥 모두를 파트너라 생각하고 일기를 교환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어요.
*개선할 점: ‘내가 운영자였다면 이렇게 바꾸겠다’하는 지점이 있는지 물어본다. 프로젝트 기간, 운영 방식, 참여비, 운영 플랫폼, 운영자 및 참여 멤버 등 구체적인 항목을 제시하면 참여자가 더욱 자세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운영자가 회고할 때 운영 관점에서 개선할 점을 점검하고 다음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다.
| 사례 노트 | 비밀 교환일기 클럽의 참여자 후기
- 모든 글에 댓글 쓰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할 것 같아요.
- 글들을 묶어서 한 기수가 끝난 다음 읽어보라고 pdf 전자책으로 만들어도 뿌듯할 것 같네요.
- 챌린지 같은 거 하게 되면 상품(커피쿠폰 같은)을 건다든지 해서 동기부여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회고 설문은 위의 회고 항목을 기초로 하여 설계하되, 자연스럽게 의견을 기재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했다. 무작정 좋았던 점이나 아쉬운 점을 물어보면 생각이 안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참여한 목적은 무엇이었나요?’라고 묻고 ‘얼마나 달성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차례로 생각을 떠올리고 기재하도록 했다.
온라인으로 회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설문 툴은 아래와 같다. 나는 주로 구글 설문지를 활용했으며, 답변에 따라 다음 질문이 바뀌는 것처럼 구조가 복잡한 설문이 필요한 경우 타입폼 등 유료 서비스를 활용해도 좋다.
구글 설문지: 무료로 이용 가능
타입폼: 월 1개, 질문 10개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
서베이몽키: 질문 10개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
회고까지 마쳤다면 거의 다 왔다. 이제 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엇을 적용할지 정하고 개선할 차례다.
비밀 교환일기 클럽을 3기까지 운영하면서 받았던 피드백을 바탕으로 4기에는 아래와 같은 개선점을 적용했다.
*운영 플랫폼 변경
처음에 비밀 교환일기 클럽을 시작했을 때는 네이버 카페에서 익명으로 가입을 받아서 진행했기 때문에 내 짝꿍과 1:1로 교환일기를 주고받았음과 동시에 다른 짝꿍들의 교환일기를 읽고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다. 느슨한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익명의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고 설문을 받아 보니 자신의 짝꿍하고만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참여자 니즈를 발견했다. 그래서 비밀 교환일기 클럽 4기는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해서 짝꿍끼리만 서로의 교환일기를 볼 수 있도록 개선했다.
*외부 커뮤니티와 콜라보 진행
비밀 교환일기 클럽에 연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같은 방식의 운영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거기에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특정 소재 없이 무작정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하는 점도 발견했다.
그래서 4기에는 외부 독서 커뮤니티와 협업해서 책을 매개로 한 교환일기를 기획했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책의 일부를 발췌하여 공유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이어 나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공통된 책 내용을 바탕으로 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상이한 피드백 반영 방식
참여자에게 프로젝트 기간이나 운영 방식, 플랫폼 등 운영 전반에 관해 의견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의 성향이나 생각이 가지각색이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때로는 의견끼리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기획자이자 운영자인 내가 판단해서 반영 여부를 결정했다. 모든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고, 기획자인 내가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기획을 설계한 사람은 보지 못하는 점을 파악하게 해주었고, 이런 의견 덕분에 더 나은 프로젝트로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사람을 모으고 다듬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았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라는 문장은 너무 거대해서 시도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커다란 덩어리를 조각으로 나누어 하나씩 처리해보면 별 거 아니다.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다면 작게, 빠르게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