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 아닌 일을 끝까지 해내는 방법
사이드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본업이 아닌’ 일이다. 그래서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게 된다. 본업이 없는 백수 시절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바이트나 취업 준비, 시험공부를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본업으로 했던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시도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퇴사한 2020년이었다.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때로는 동시에 두어 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있었다.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보다 마무리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관여하거나 강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 한다. 마감도 정하기 나름이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자기가 정한 마감을 어기는 것도 다반사다. 급한 일은 왜 그리 많은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다른 일들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매니징하듯이 사이드 프로젝트도 관리해주어야 한다.
그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본업처럼 진행하면서 체득한 나만의 프로젝트 매니징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쓰는 툴 중에 ‘갠트 차트(Gantt chart)’가 있다. 갠트 차트는 과업을 단계별로 나누고 단계별 작업 기간을 설정하도록 구성된 관리 툴이다. 이 툴을 통해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진척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어떤 과업이 있는지, 과업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마감을 못 지키거나 수준 이하의 퀄리티로 종료될 위험성이 있다. 세부적으로 과업을 나누고 과업별로 예상되는 소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두면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갠트 차트를 활용했을 때 어떤 점이 좋았을까?
한눈에 프로젝트 진척 상황이 보인다.
프로젝트 과업의 순서를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일정이 보이기 때문에 조율도 수월하다.
여러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갠트 차트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같이 세팅해두면 프로젝트들의 전체 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어느 시기에 과업이 몰리는지 예측할 수 있고, 조정 가능한 과업을 재배치하여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들을 운영할 수 있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서 서식을 제공한다.
서식 위치: 구글 스프레드 시트 → 템플릿 갤러리 → 프로젝트 관리 파트에서 갠트 차트 클릭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시간 관리가 중요하다. 메인으로 할 수 없어서 ‘사이드’ 프로젝트이며, 이 경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삶에는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행사나 약속, 자기 계발이나 쉼도 필요하다. 시간 분배를 잘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두 가지 다이어리를 통해 삶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하나는 삶을 관리하는 ‘시계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기획 다이어리’였다.
*시계부
시계부라는 말은 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계부는 시간의 사용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라고 할 수 있다. 가계부에 돈의 내역을 기재하듯이 말이다.
사람마다 시계부(또는 타임트랙커)를 쓰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시계부에 하루 24시간을 모두 기록하고, 할일을 정리해서 관리하고, 간단한 일기를 메모한다. 매일 밤에는 다음 날의 할일을 정리하고, 매주 일요일에는 주간 일정을 계획하고 점검한다.
시계부 작성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되었다. 2020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백수가 우연히 지인의 나눔으로 일력 다이어리를 얻게 되면서 시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2년 가까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의 24시간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마 처음부터 ‘매일 24시간을 시계부에 기록해야지’라고 결심했다면 작심삼일에 그쳤을 것이다. 그냥 가볍게 오늘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 정도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2년 가까이 시계부를 써오면서 느낀 좋았던 점을 나누고 싶다.
삶과 일을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다.
시계부에는 삶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정도 모두 기록해두고 있다. 따라서 삶과 일을 균형 있게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을 의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백수일 때 시계부를 쓰면서 조금 더 시간을 의식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아무런 제한이 없는 백수 시절에는 시간을 쉽게 흘려보내게 된다. 하지만 시계부에 모든 시간의 사용을 기록하면 내가 얼마나 하루를 잘 보냈는지, 혹은 그렇지 못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하루를 우왕좌왕하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다.
매일 밤에 다음 날의 할일과 일정을 시계부에 기록해둔다. 그러면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오늘은 뭘 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거나, 할일이 몰려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주간 일정도 미리 체크해두기 때문에 외부 일정이나 약속을 잡을 때 참고할 수도 있다.
나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다이어리 2종을 활용해 시계부를 작성해왔다. 둘 다 장점이 뚜렷했지만 단점 역시 존재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내가 만든 시계부 다이어리로 시간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소량으로 제작해서 지인들과 함께 시계부를 써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할 예정이다. 시계부 가이드는 전자책으로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벌써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 기획을 뚝딱 해치웠다. 경험이 쌓일수록 기획이나 실행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다.
*기획 다이어리
원래는 다이어리 하나에 삶과 사이드 프로젝트 관련 일정을 모두 정리했었다. 그러나 일정이 한눈에 안 보이고 관리가 어려워서 사이드 프로젝트 일정만 따로 관리하는 기획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기획 다이어리는 월간 일정 페이지만 사용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구성만 들어있는 다이어리를 골라 사용했다. 매월 말에 다음 달의 계획을 세웠는데, 다음 항목을 고려해서 일정을 수립했다.
월간 과업 목표설정: 프로젝트는 몇 달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는데, 해당 월에 프로젝트의 어떤 과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갠트 차트를 참고하여 과업 목표를 기재했다.
일별 과업 일정 수립: 월간 과업을 완료하기 위해 업무를 쪼개서 해당하는 일자에 적어두었다. 이때는 사이드 프로젝트 이외의 일정도 고려해서 실행 가능한지를 파악하며 작성했다.
추가로 팀원이나 외부 인력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경우, 변수를 고려해서 작업 일정을 조금 더 넉넉하게 잡았다.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이나 휴일도 고려해서 일정을 수립했다. 또한 내가 할 일과 남에게 요청할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남에게 요청할 일을 우선순위에 두었는데, 내가 업무를 넘겨야 일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일정을 관리하자. 특히 프로젝트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거나 자주 못 만나는 경우에는 선제적인 상황 공유가 필수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히 자주 공유하자. 서로의 상황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만약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면 매니징 메이트를 만들자. 일정이나 진행 상황을 체크해주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을 구해도 좋고, 지인 중 일정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시작했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하다. 시작이 반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머지 반도 끈기를 가지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해서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