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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후 Oct 30. 2022

11. 사이드 프로젝트로 바뀐 삶 그 이후는 어떤가요?

해피엔딩 이후의 삶에 대하여 

사이드 프로젝트는 우연히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게 사이드 프로젝트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첫 시도는 단순히 글쓰기 모임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임을 만들었고,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그 욕구를 지나치지 않고 구체화하고 시도했다. 이런 시도가 ‘끌려가는 삶’에서 ‘끌고 가는 삶’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회계에서 기획으로 커리어를 바꿀 수 있던 것도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해 오면서 기획력을 쌓을 수 있었고, 커뮤니티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토록 바라던 기획자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니 이제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을까? 모두 알고 있겠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년 동안 기획자로 일을 해오면서 많은 한계에 부딪혔고, 자괴와 괴리에 괴로워했다. 결국 에너지가 바닥난 채로 퇴사를 선택했다.


과연 나는 기획자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 

기획자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기획은 뭔가? 

궁극적으로 나는 사회에 어떤 가치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전에는 회계에서 기획으로 커리어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커리어를 전환하면 끝날 줄 알았지만 나다운 삶에 주파수를 맞추며 찾아가는 커리어 여정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완벽히 정리된 삶의 지도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씩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겨우 다음 스텝을 파악하는 것, 그 한 걸음을 나아가서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또 다음 걸음을 발견하는 것. 이렇게 더듬거리며 이전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어 조금씩 길을 그려 나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마음이 지쳐서 퇴사했기 때문에 딱히 대책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전에 뿌려놓았던 씨앗이 새로운 일을 물어왔다. <마음을 전하는 절기 엽서북>을 통해 인연이 맺어진 한 카페에서 전시 제안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다. 브런치에 쓴 사이드 프로젝트 글을 보고 동영상 강의 플랫폼에서 강의 제안을 받아 준비하고 있다. 시계부를 2년 동안 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크라우드 펀딩과 전자책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지는 않았지만 아주 조금씩, 천천히 삶의 각도를 바꾸어주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나다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은퇴 후가 막연히 두려웠다면 이제는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나만의 일들을 쌓아간다면 수십 년 뒤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일을 작당모의 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유익을 주고 있을까? 


지금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얼추 끝나는 2개월 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길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갔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나만의 길을 찾아왔다. 그러니 이다음 길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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