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밭에 보리가 익었던가
나무처럼 살아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하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 인디언들의 노래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한 사람은 시인 랭보다. 살다 보면 평소에는 그렇게도 잠잠하던 가슴이 막상 맞닥뜨려보면 큰 불덩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부싯돌은 차가운 자신의 몸에 불꽃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그래서 사람을 알려면 그가 열망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것을 무시하면 그 사람이 가진 힘의 근원을 또한 무시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마찬가지로 가슴에 불이 당기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체념할 수 없게 되었다면 그는 길을 떠나야 한다. 우리는 이런 연유로 각자 다른 삶의 가지를 치고 샛길을 발견하고 때론 둥지를 틀며 자리를 잡기도 한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이면 한 번에 바다를 만들려고 덤벼들기보다는 작은 강부터 만들어야 한다.
자연 속에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 하고 시계바늘을 녹일 정도로 묵묵히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가난할 때 좋은 시간을 가지라는 말처럼 마음은 더없이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그 정도의 경험치는 마음에 담을 수 있어야 비로소 촌놈도 되고 촌년도 된다.
창촌(倉村)은 옛부터 사람들이 창고를 지어 놓고 살 정도로 은근히 풍족한 곳이어서 창고(倉庫)가 이름이 된 윤택한 느낌을 주는 안온한 곳이다. 이곳은 호남고속도로가 지나는 까닭에 소통이 용이하고, 멀리 실핏줄처럼 들판을 누비는 보성강이 압록을 지나 석곡의 대황강으로 합류하여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가서 남해로 빠지는 그림 같은 정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지명에 平(평)자가 들어가면 일단은 너른 들판이 있고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믿어도 좋다. 또한 남도의 식수원인 주암댐이 명산인 조계산과 수많은 지류로부터 물을 받아들여 사시사철 물안개를 피워 올리는 것을 조망하며 살 수도 있다.
이곳에 한 처자가 자리를 잡는단다.
승보의 대가람이 지척이라서 투탁할 믿음을 줬을까?
處處(처처)가 道場(도량)이요 物物(물물)이 古佛(고불)이라 여기며 살아보라.
묻노니
산 아래 밭에 보리가 익었던가.
- TIME : 2023.08.26
- 본 글은 존경하는 분께 받은 <기획자의 집> 창촌리 시작을 축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