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흐를 때, 강은 끝내 바다에 이를 것을 알고 있을까. 굽이치거나 바짝 말라서 강이라는 정체성마저 잃을 위기에도, 강은 바다를 꿈꿀까. 아니면 그때마다 경험하는 일들을 감내하고 부딪히며 그저 물줄기를 이어갈까. 나는 바다를 모르는 '오늘의 강', '오늘의 물' 같이 산다. 서울에서 다시 지역으로 내려가는 크게 굽이치는 이 구간도 그저 흐름을 타고 지날 뿐 대단한 목표는 없다.
10월 13일, 이삿날이 되었다.
<기획자의 집>의 터줏대감 냥이들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이사다. 사람과 달리 고양이에게 이사는 이민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고 해서, 동물병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두었다. 4시간이 넘는 이동 거리를, 케이지에 있는 것부터가 고역. 다행히 녀석들은 한 시간 텀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냥냥 잔소리 좀 하는 정도로 타협해 주었다.
(아직도 멀었냥, 속도 줄여라냥 .feat 보리)
그렇게 냥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창촌리에 도착해 보니, 약속한 공사기한과 달리 현장은 문짝도 아직 달리지 않은 상황이다. 난방도, 오피스 쪽 바닥 공사도, 뒷마당 펜스며 조명도 아직 미완이었다. 현장의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특히 지역이라면 조금 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지만, 직접 겪고 보니 약간 눈물이 찔금 나는 일... 어쩔 수 없이 감내할 것도 있지만, 미리 상황을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도 있는 것이다.
이삿짐 보다 먼저 도착했기에 도착할 짐을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공사가 어느 정도 완료되기 전까지 필요한 짐만 풀고, 나머지는 우선 적재해 두기로 했다. 아무튼... 나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은 달려야 하지 않겠나. 공사팀을 붙잡고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서, 창촌리 첫날의 추억이 휑하지는 않아 다행.
이사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시작이 무난하면 흥미가 없다. 의외성이 있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며 일상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진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이삿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때인데, 아직 못다 푼 짐이 있다. 그렇듯 아직 풀어내지 못한 <기획자의 집> 창촌의 기획 과정과 숨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부지런함일 텐데, 창촌의 시간은 예상과 달리 빠르게 흘러 매일 나를 재촉한다. 시간을 저장하고 싶었는데, 우선 충실하게 '오늘', '지금'을 쌓아가는 게 먼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