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할 때나 빈곤할 때에
지혜로 다루어 모으고 나누니
생을 더 편케 누리게 하기 위함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에 속하는 법정리, 창촌(倉村)
'창'자는 예전 이 마을에 사창(社倉)이 있어 붙여진 명칭이다.
사창은 조선시대 향촌에서 보릿고개나 흉년이 든 때에 곡식을 대여해 주던 기관이다. 곡식이 부족한 백성들에게 재생산 혹은 구호를 목적으로 곡물을 빌려주던 일종의 '구호 제도'였다. 관에서 운영하기도 했지만 주로 민간이 운영했고 일종의 지방 자치적 체계로 운영되었다 한다. 그러다 보니 사창제를 통해 원곡과 거두는 이식(利息), 즉 일종의 이자로 받는 곡물이 점차 고리대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곳 창촌의 생활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사창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의 기능이 오랫동안 뿌리내린 생활문화의 면면들이 존재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생활사들이 마을 공동체의 가치관이나 성향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창고가 있던 마을, 창촌리는 주암호수와 송광사를 가까이 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전라남도의 필수 생활용수-주암호의 깊은 수량을 머금고 있는 골짜기들, 그 사이를 흐르는 아름다운 강과 비옥한 논밭. 전형적인 전남의 농촌마을의 풍경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현재 총 120여 가구의 250명이 채 안 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여느 시골처럼 꼬부랑 허리로 밭일을 하는 분들, 마을 어귀에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 OO상회 같은 이름이 여전히 남아있는 작은 가게들이 오순도순 마을의 모습들을 채운다.
이곳의 정서에도 열린 문화와 해방성,
낙천성과 명석성이 있지 않을지
“지세와 기후가 극단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적 기질도 중용적이고 하천이 바다로 유입되니 사람들도 가슴을 열고 오는 자를 환영하는 해방성을 갖고 있으며, 주민을 낙천적 사교적으로 만드는 은근성과 균형 잡힌 풍토로 인한 언어 논리 표현의 명석성이 뛰어나다.” 독일의 풍토학자 J.G 헤러드가 프랑스의 물길과 문화정서를 두고 한 얘기다. 전라남도의 지역은 옛부터 산발사하(散髮四下)라고 해서 물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지형으로, 프랑스와 유사하다는 평이 있다. 그렇다면 이곳의 정서에도 열린 문화와 해방성, 낙천성과 명석성이 있지 않을지 가늠해 본다.
마을은 사찰을 외호 하기도 하고,
사찰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기도 하는 운명공동체
또한 이곳은 사하촌(寺下村)이다. 절 아랫마을은 사찰에 많은 부분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조상 대대로 절의 대소사를 함께 겪어내고, 수행자들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며 살아왔다. 특히 승보사찰이자 천년 고찰인 큰 절 송광사의 아랫마을이기에 오랜 시간 불교적 정서에 익숙한 삶이다. 마을은 사찰을 외호 하기도 하고, 사찰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기도 하는 등 운명공동체라고 해도 좋을 밀접한 관계성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곳에, <기획자의 집>이 시간창고를 만든다. 이름하야 [ Time Storage Project ]. 창고가 있던 마을 창촌에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 보려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