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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pr 04. 2024

억지보다는 자연스러움으로!

강박관념에 벗어나자!

위스키 향에 취하고 싶은 날이었다.


소주 냄새나 위스키 냄새나 뭐가 다른가 싶겠지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미묘함이 있다.

뭐 솔직히 말하면 그게 그거다.


그럼에도 이건 진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세라노는 언제나 그런 위스키 향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미묘함이 언제나 세라노와 대화를 원하게 된다.


항상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유머에는 스페인 말로 치스떼, 아니면 해학이 있다면 오히려 그 속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나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웃기려 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그런 사람들의 유머는 상황에 맞지 않거나 재미있지도 않다.

인위적인 웃음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웃음이 기분 나쁜 감정으로부터 나온다면 과연 좋은 의미의 유머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여전히 세라노는 바쁘다.


혼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위스키를 마신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늘은 표정이 밝구먼.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세라노가 위스키를 한잔 건네며 말을 툭 걸었다.


"그냥 좋은 일이 있어야만 표정이 밝은 건 아니잖아요?"


"이 친구 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구먼!"


모르겠네요.
가끔 세라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저에게 멋져 보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지 않아요.

재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말이에요.
어쩌다 보면 그런 생각이 저를 가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웃기려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더라고요.
근데 그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멋지다고 느껴지지 않거든요.

세라노는 언제나 자연스럽잖아요?
냉철한 것 같으면서도 대화 속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움이 사람을 끌게 만들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한동안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자네는 꼭 롤모델이 있어야만 하는 사람인 건가?"


"그게 무슨 의미죠?"


"그렇지 않은가? 나는 말일세.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좋아한다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안다고 생각하네. 물론 나르시시즘은 예외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더군."


"음..."


"나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여긴다네. 물론 나도 자네처럼 같은 종교긴 하지만 신이 주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네. 나란 존재는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그렇군요."


"우리 모두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네. 그렇게 생각하면 서로가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네. 자네도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네에게 막 대할 수 없는 것이지. 자네가 말하는 유머 감각이나 재치라는 것은 말이야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네."


"하지만 롤모델이 있다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래.
롤모델이 있는 건 좋은 것이지.
하지만 롤모델만 찾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

이거 하나는 잊지 말게.
닮고 싶은 롤모델도 결국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이라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도 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지.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롤모델의 존재가 의미가 있는 거야.

막연하게 어떤 부분이 좋아서 그 사람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는다면 보통은 그냥 닮고 싶다는 생각에 그치는 걸 많이 봤다네.

아마도 자네가 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면 그냥 그 생각에 머물 확률이 높아.
내가 가진 어떤 모습을 자네가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자신을 돌아보면 어떨까?

내가 보기엔 자네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하는 말일세.



Jimmy Smith & Eddie Harris - 8 Counts For Rita (1996년 음반 All The Way Live)


지금같이 시대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때론 이것이 독이 되기도 한다.


이유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지천에 깔려 있으니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어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부족함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은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세라노는 아마도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될 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머 감각이나 재치라는 것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라노의 논리는 그것도 사실이지만 언제든지 공부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라노의 마지막 말은 딱 이거였다.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자기 자신부터 찾아야지! 



하몬드 오르간의 Charlie Park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Jimmy Smith와 테너 주자 Eddie Harris의 라이브 음반 <All The Way Live>는 실제 81년 샌프란시스코의 Keystone Korner에서 벌어진 라이브를 담고 있는 음반이다.


Eddie Harris 하면 'Freedom Jazz Dance'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골수 재즈팬이 아니라면 잘 알려진 뮤지션은 아니다.


Eddie Harris가 상당히 괴짜라서 독특한 음악 세계를 펼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해오면서 대중적으로도 크게 각광받지 못했지만 Miles Davis가 'Freedom Jazz Dance'를 리메이크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의 활동 역시 다시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블루스, 비밥 등 당시 재즈 어법에 통달해 있으면서도 오히려 대중적인 사운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특히 Funky 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뮤지션으로 Les McCann과 협연하면서 이 방면으로는 대가로 알려지게 된다.


이런 Funky 한 사운드가 Jimmy Smith와 만나면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주를 펼쳐낸다.


그중에 '8 Count For Rita'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듣다 보면 어깨가 들썩거리게 만드는 리듬이 아주 기가 막히게 맛깔난다.


Label: Fantasy

Title: All The Way Live

Released: 1996


Jimmy Smith - Hammond Organ

Eddie Harris - Tenor Saxophone

Kenny Dixon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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