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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pr 22. 2024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사람

포커페이스

페르소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속마음을 속이거나 숨기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여성분들의 경우는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해주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경우에도 속으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짓궂게 장난치거나 괴롭히는 행동을 통해 그런 속마음을 숨겼다.


근데 이게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흥미롭게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와 어느 날 놀이터에서 내가 집요하게 추궁했더니 좋아하는 마음을 그런 행동을 통해서 표출했다는 것을 알게 돼버린 것이다.


야! 부끄러워하지 마! 나도 그랬어!




대학교 시절에도 두 친구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도 그에 해당한다.


A는 S라는 같은 과 여자애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B가 S에 대해 호감이 있는 듯 얘기를 하자 A는 S가 뭐가 이쁘냐며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A가 S에 대해 매력 없는 친구라고 강하게 반문하는 것을 보고 나는 A의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신기한 놈일세? S는 분명 내가 봐도 진짜 매력적인 친구인데? 취향이 독특한 녀석인가??


재미있는 것은 결국 B는 S와 사귀게 되었는데 B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좀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친구야. 나는 A가 S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그날 술자리서 S 얘기를 했는데 A 이 넘아가 S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길래 좀 충격이었네.

나는 그 녀석 속마음 한번 떠보고 싶었던 건데 만일 A가 정말 S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하면 이어주려고 했지.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사실 S랑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라 나랑 친하거든.
같은 반도 여러 번 했고 말이야.

A 그 녀석이 내가 봐도 남자답기도 하고 S랑 잘 어울릴 거 같았는데 그놈이 그렇게 반응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원래 B는 S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S가 B에게 A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B가 S에게 대시하면서 씨씨가 된 경우이다.


A 이 친구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이거다.


나는 B가 S에게 호감을 갖는 거 같아서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S가 무슨 매력이 있냐고 했지.

근데 B가 어느 날 나한테 그러더라고.
진짜 관심 없는 거 맞냐고?

그때도 그렇다고 했어.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야...

그랬더니 B가 실망하는 눈빛으로 날 보더라고.

난중에 안 사실인데 그 녀석이 나를 이어주고 싶어 했는데 내가 그렇게 반응하니까 실망했다고 하더라고. 나보고 뭐라고 했냐면 너 눈깔이 삔 거 아니냐고 했다니깐!


결국 A는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려 했다가 자신이 호감을 갖던 S가 B랑 사귀를 걸 보면서 억울해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과감하게 속마음을 얘기할걸 하면서 말이다.


물론 A는 B의 말대로 남자다운 멋이 있던 친구라 다른 여자 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말이다.


야! 이 등신 같은 놈아!
20년도 훨씬 지난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S가 훨씬 나았다규!!!!



Richard Galliano - Blue Day (1996년 음반 New York Tango)


때론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솔직히 속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


나는 한 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도 그랬다면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때론 숨기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할 때는 그냥 과감하게 솔직해지자.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 봐 노심초사는 썸 타는 분들에게 과감해지기를 바라며 건배!



프랑스 출신의 아코디언 주자 Richard Galliano는 Ástor Piazzolla를 잇는 아코디언 주자로 정평이 난 뮤지션이긴 하지만 그의 음악적 근간은 탱고뿐만 아니라 전통 재즈, 특히 비밥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탱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잘 드러나진 않지만 <New York Tango>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의 연주는 탱고는 물론이고 비밥을 기반으로 한 상당히 뛰어난 기교와 음악성을 선보인다.


그중에 'Blue Day'는 바로 그런 그의 음악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곡이다.


동명 타이틀 곡인 'New York Tango'나 낭만적인 탱고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는 'Perle'등 참 매력 터지는 곡들로 채워진 음반으로 그의 작품 중 손에 꼽는 음반이기도 하다.


Label: Dreyfus Jazz

Title: New York Tango

Released: 1996


Richard Galliano - Accordion

Biréli Lagrène - Guitars

George Mraz - Bass

Al Foster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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