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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Apr 15. 2024

낭중지추 (囊中之錐)

좋은 의미일까 나쁜 의미일까?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다.


의미로만 따진다면 참 좋은 의미이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드러나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한자가 가진 뜻으로만 풀이한다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의미인데 이걸 주제로 한 웹툰 '송곳'이 있다.


물론 그 웹툰의 내용은 낭중지추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그 웹툰에서 얘기하는 '송곳 같은 인간'이라는 말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다.


즉, 낭중지추라는 말의 한자 그대로의 뜻을 바꿔 말하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어떤 프로젝트로 회의가 잦아졌다.

사실 나 같은 말단이 참여할 회의는 아니었지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회의가 잦아지는 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회의가 특정 사람 두 명에 의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떤 주제에 대해서 두 사람이 부딪쳤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A라는 분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훌륭했다.

프로젝트의 핵심과는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성공의 요소로서는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B라는 분은 핵심에서 벗어나는 아이디어는 지금 당장 꺼내지 말자는 의견이다.

그 의견 역시 참여한 분들이 동의를 하는 내용이다.


주 요지는 먼저 핵심적인 것을 수행한 이후 하자는 의견과 애초에 그 아이디어는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디어를 내신 A라는 분은 평소에 조용한 분이셨고 그분과 몇 달간 일한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분이 그런 아이디어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내미는 모습이 다소 생소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뜬금없이 중반이 지난 시점에 나온 의견이기에 아마 다들 고민이 많은 듯싶다.


회의를 하다 보니 역시 기가 빨린다.

이럴 때는 위스키 한잔이 참 생각난다.


그날 세라노의 바에는 동행으로 온 손님 외에는 한가했다.

잔을 정리하고 있던 세라노가 나를 보고 반가워한다.


"세라노. 오늘은 한가하네요?"


"그렇지. 나도 오래간만에 한가하다 보니 편안하구먼."


"세라노는 부자가 될 생각이 없으신 거예요? 아니면 이미 부자이신가요?"


"하하하. 이보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겐 중요하지."


세라노.
최근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어서 요즘 회의를 많이 하고 있어요.
솔직히 회의가 많은 건 이해가 되는데 회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 중반쯤 돼서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는데 이것 때문에 다들 고민이 많은가 봐요.
회의도 길어지기 시작하고 회의도 잦아들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디어를 프로젝트에 포함시킬지 아닐지부터 이제는 별별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의견들도 나오기 시작하고 프로젝트가 산으로 나가는 게 아닌지 싶어요.
그래서 회의만 했다 하면 지치네요.


그간에 일을 세라노에게 말했다.


"그 의견을 내신 분은 마치 송곳 같은 사람인가 보구먼."


"송곳이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은가?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들 말일세."


"음..."


"좋은 의미에서 그 상황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보기엔 참 불편하다는 거지. 송곳이란 게 말이야."


"그런가요?"


"왜? 자네도 그런 거 느꼈을 거 같은데? 수업이 다 끝나고 선생님이 '질문 있는 사람'하고 물어볼 때 꼭 마지막에 질문하는 사람들 말이야? 대부분은 '아니 수업이 빨리 끝나고 놀고 싶은데 거기서 왜 질문을 하지?' 하고 불편해할 거란 말이지. 자네도 그러지 않았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바로 확! 와닿네요!"


"그렇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인데... 결국 그런 송곳 같은 사람 역시 그렇다는 의미가 되겠지. 어쨌든 그 친구는 질문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욕 좀 먹었을 거야. 노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테니 말이야. 낭중지추라는 말이 참 좋은 의미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난 돌인 경우가 많다는 거지."


"질문한 친구는 정말 궁금했을 텐데 말이죠."


"그렇지. 어떤 부분에 대해서 특출 나면 꼭 시기질투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 말이야. 세상이 그래서 참 재미있지. 주머니 속 송곳이든 모난 돌이든 불편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게 말이야. 하지만 그것을 헤쳐나가는 사람은 크게 될 확률이 높다는 거야."


자네도 이거 하나는 잊지 말게나.
낭중지추든 모난 돌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좌절하지 않는 게 중요하네.
그 상황을 헤쳐나갈 때 한 발짝 더 성장할 테니까.



Marcus Printup - I Remember April (1995년 음반 Song For The Beautiful Woman)


세라노는 그 상황을 헤쳐나갔을 때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결과가 중요할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얻는 지혜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좌절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도 건넸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얻는 지혜가 많아질수록 더 멀리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라노는 내게 그런 사람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보다는 앞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라는 충고와 함께.



지금 생각해 보면 Marcus Printup의 연주는 Wynton Marsalis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Wynton Marsalis가 이끄는 Jazz At Lincoln Center Orchestra의 멤버로 발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통 재즈에 입각한 그의 연주는 트렌드에서 살짝 비껴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Blue Note에서 4장을 발표한 이후 Nagel Heyer Records에서 2장의 작품을 남기곤 줄곧 SteepleChase에서 음반을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그의 연주가 생각나는 이유는 어쩌면 변하지 않는 전통 재즈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거라 생각한다.


유행에 뒤처지면 좀 어떤가?

그의 연주는 질리지 않는 옛것을 자신의 감성으로 표현하는 뮤지션으로 시대가 흘러도 매력적이다.

4월이 벌써 반을 지나가려고 한다.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I Remember April'를 선택했는데 이게 참 잘 어울리는구먼!!!



Label: Blue Note

Title: Song For The Beautiful Woman

Released: 1995


Marcus Printup - Trumpet

Walter Blanding - Tenor Saxophone

Eric Reed - Piano

Reuben Rogers - Bass

Brian Blade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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