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 #25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베를레앙은 자신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득 코타르 증후군이 생각난다.
자신은 이미 죽어 부패하고 있거나 부패되어 영혼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심지어 불멸의 존재로 착각한다는 희귀성 정신질환인 코타르 증후군.
공허해진 베를레앙의 몸과 마음속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외로움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커튼을 열고 창 밖으로 보이는 환한 세상을 바라본다.
에펠탑이 보이고 센 강은 언제나 그랬듯이 세상과는 무관하게 유유히 흐른다.
출근 준비를 하고 거리를 나선다.
"베를레앙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아참 램버트. 오늘 오후에 약속 잊지 말고!"
출근길에 만나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즐거운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베를레앙은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수많은 나라가 멋지다고 말하는 파리지앵의 삶.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는 멋진 삶.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 삶.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된 어찌 보면 극도의 이기주의 같은 그 삶 말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Chic'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베를레앙은 그건 포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삶의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코타르 증후군처럼 파리지앵은 자신의 삶이 그렇게 믿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생각했다.
무심하게도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그 속에 여유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만 베를레앙은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하루는 의미 있는 듯 무의미하게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외로움과 마주하겠지.
그래 인생은 원래 외로운 거라고 자기 위로를 한다.
베를레앙은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파리지앵의 삶에 의미를 찾는 행위는 더 이상 안 한지 오래되었다.
그냥 이렇게 착각 속에서 사는 삶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뭐...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겠지. 인생 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