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 #26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를 다른 사람으로 안다니요? 그게 말이 되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그분은 지금 희귀한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오마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세상에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아는 그런 병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의사는 계속해서 말을 전했다.
"카프그라 증후군. 그러니깐 보통 캡그라스, 카그라스라고도 하는 증후군으로 망상적 동일시의 하나입니다. 치료법이 있지만 상당히 힘들 겁니다."
진료를 마치고 아사드는 라니아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집까지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근데 오마르는 어디 있는 거죠? 한 달 전에 일 때문에 출장을 다녀온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라니아... 내가 오마르예요. 지금 바로 당신 앞에 나 오마르가 있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당신은 오마르가 아니에요."
오마르는 속으로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약속한 오마르는 굳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오마르가 어디 있는지 제가 연락을 해볼게요. 편히 쉬고 있어요."
집으로 돌아온 오마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결혼을 약속한 라니아가 회사 출장 갔다 온 사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머리외상을 입었다.
의사가 말하길 원래 조현병이나 치매를 앓는 환자에게서 수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잘못된 약물이나 머리외상으로 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교통사고로 뇌의 관련 부분에 손상을 입은 게 아닌지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었다.
서로의 사랑을 속삭였던 라니아, 행복한 미래를 그녀에게 안겨주겠다고 다짐했던 오마르는 그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오마르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에 따른 정보와 감정적 연결이 결여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남들은 로맨틱한 병이다 슬픔을 안고 있는 병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지독하죠.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과 친했던 사람들까지 힘들고 지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향수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후각과 감정 연결에 대한 보고가 미비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그분과의 관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추론만 할 뿐이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이상 슬퍼하고 좌절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옆에서 지켜주기 위해서 더욱더 마음을 굳게 다짐했다.
오마르는 자신의 이름을 버렸다.
'가장 행복한', '가장 운이 좋은' 의미를 담은 아사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 옆을 지키기 위해 그녀만이 기억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향취를 담은 향수를 만들었다.
라니아는 그 향기를 통해 아사드를 기억했고 천상의 연을 맺었다.
브런치의 많은 작가님들의 글이 작가님들만의 아름다운 향기로 브런치를 채우고 있네요.
그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