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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기쁨 Sep 07. 2024

다시 태어나도 변함없이 II

낯선 상상 #28

겔다는 스핏스베르겐 섬으로 출발했어요.
산적의 딸이 그에게 준 순록을 타고 그녀는 눈의 여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지요.

겔다는 중간에 사미인 여인들을 만나고 조언을 얻었어요.
순수한 마음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아빠. 근데 진짜 라플란드에 눈의 여왕이 있어요?
궁금해요.

왜 눈의 여왕은 카이를 데리고 간 걸까요?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것 같은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아리안느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요하네스는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아리안느는 심장이 문제가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 신이시여. 어찌 이런 가혹한 형벌을 이 작은 어린아이에게 내리셨나이까?'


하지만 요하네스는 내색하지 않았다.


"물론! 라플란드에는 눈의 여왕이 있단다."


"진짜예요? 아빠. 전 꼭 눈의 여왕을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따지고 싶어요. 왜 카이를 데려갔는지..."


숨이 차오르며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아빠의 품에서 살포시 잠이 들었다.


자장가를 불러주는 요하네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CHAGE&ASKA - On Your Mark (1995년 Hayao Miyazaki/Studio Ghibli)


산적 마티아스가 준 것은 화인구라는 작은 구슬이다.

산적들이 그 추운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신비한 작은 구슬 때문인데 가슴에 품으면 온기가 온몸을 타고 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얇은 옷을 입을 수 있어 기동성이 상당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온기가 그의 몸을 따라 퍼지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렇게 어느덧 라플란드에 도착한 요하네스는 그 광활한 눈의 풍광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마티아스가 깨버리려 했던 그 거울은 딸 아리안느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물건이었다.

요하네스는 그 거울을 라플란드가 훤히 보이는 곳에 두고 아리안느가 눈의 여왕을 만나길 희망했다.


눈의 여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것은 딸의 마지막 소원이기 때문이다.


요하네스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딸의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마티아스와 아스트리드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요하네스는 바람에 부서지더라도 주위의 눈을 모아 화인구로 따뜻해진 몸으로 녹여 다시 얼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얼음성을 만들고 그곳에 거울을 두었다.


"이 아빠는 다음 생이 있다면 언제나 사랑하는 나의 딸 아리안느의 아빠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그때도 소중한 너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기도해. 사랑하는 우리 딸 아리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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