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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영 Dec 28. 2023

열두 달의 요리

Ep 09: 온기 가득했던 열두 달 밥상

어김없이 올해도 매듭달이 왔다.

23년 나의 바람은 딱 한 가지였다. '소중한 사람들과 밥 한 끼를 더 먹는 한 해가 되는 것.'

내 소원은 이뤄졌을까. 늘 이맘때가 되면 지키지 못했던 다짐들, 알면서도 무심히 흘려보냈던 마음들이 아쉬움이 되어 돌아왔지만 올해는 아니다. 차고 넘치게 감사했고, 나를 돌봤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사계절 속의 나를 온전하게 해 주고, 지인들에게 온정을 나눠줄 수 있게 해 준 나의 열두 달 요리로 올 한 해를 기록해 본다.


#1 해오름달_JAN

치킨 토마토 스튜

새해 첫날, 1월 1일의 요리. 토마토와 구운 닭고기를 뭉근하게 끓여 따뜻하게 몸보신


무 굴 솥밥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 어릴 때 이미 굴맛을 알아버린 사람은 이맘때의 굴을 놓칠 수 없다


묵은지 들기름 파스타

엄마의 묵은지와 들기름, 고소한 삼겹살. 올해 가장 많이 해먹은 파스타


토마토 올리브 솥밥

혼자서 힐링할 때 일부러 해 먹는 동화 같은 추억의 솥밥



#2 시샘달_FEB

단배추 해장라면

술은 못 마셔도 모든 해장음식을 사랑한다


닭장 떡국

외할머니의 사랑. 이제 엄마가 외할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키츠네 우동

여우가 유부를 좋아해서 키츠네 우동이 되었다는 설화.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기억


얼큰 소고기 뭇국

경상도는 얼큰이지. 서울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아직도 빨간 소고기 뭇국을 더 좋아한다



#3 물오름달_MAR

냉이 된장국

냉이향을 맡으면 그게 언제든 이미 봄이다


무수분 카레

별도의 물 없이 토마토, 양파, 셀러리, 당근의 수분만으로 저온으로 1시간 동안 익힌다


 

포토뵈

올해 나와 내 지인들을 즐겁게 해 준 손에 꼽는 기쁨의 맛



#4 잎새달_APR

닭볶음탕

눈물 나게 매웠던 닭볶음탕만큼이나 잔인했던 4월


들기름 오징어뭇국과 소갈비찜

한약 먹는다는 핑계로 엄마한테서 받아온 소갈비찜. 그리고 들기름으로 신세계를 연 오징어뭇국

    

해산물 오일 파스타

생레몬을 뿌려서 먹으면 더 이국적인 맛이 된다



#5  푸른 달_MAY

와규 카레 우동

이사한 새 주방에서 처음 해 먹었던 요리


리코타 토마토 범벅 파스타

부드러운 리코타와 훌 토마토를 꾸덕하게 만들어 범벅으로 먹는 내 맘대로 파스타


시트러스 아보카도 샐러드

만드는 내도록 너무 예뻤던, 보석같이 알알이 빛나던 자몽과 오렌지 과육



#6 누리달_JUN

삼겹살 애호박 젓국 찌개

너무나 애정하는 찌개. 애호박과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정말이지


봉골레

냉장고에 1년 내도록 바지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툭하면 해 먹는 일상 파스타



#7 견우직녀달_JUL

땡초장 애호박 국수

열손가락 손톱밑이 싸해지도록 밤새 다진 청양고추로 만든 땡초장. 국수 양념장으로 찰떡이다


땡초장 강된장

강된장에 땡초장 듬뿍 넣고 살짝 쪄낸 호박잎에 싸 먹기. 알싸한 초록맛과 짭조름한 된장의 맛이 환상



#8 타오름달_AUG

김치 삼겹 말이 찜

푹익은 김치에 삼겹살을 돌돌 말아 자박하게 끓여 먹는 밥도둑. 양념에 잘 벤 구운 두부도!


트러플 버섯 리소토

삼계탕보다 더 힘이 나는 나의 여름 보양식



#9 열매달_SEP

연어 파피요트

생각보다 너무 건강한 맛이었던 파피요트는 곧바로 김치찌개와 라면을 불렀다


미나리 차돌박이 파스타

육향이 가득한 차돌박이는 올리브유조차 필요 없다. 향긋한 미나리와 찰떡궁합!



#10 하늘연달_OCT

양송이버섯 수프

가을은 버섯향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버섯포타주의 따뜻한 첫맛과 육감적인 버섯의 맛


완두콩 부라타 치즈 샐러드

치킨스톡, 버터, 파에 볶은 완두콩 위에 몽글몽글 부라타 치즈 톡!


살치살 스테이크 파스타

야근에 지친 몸과 마음이 해동되길 바라며, 꽁꽁 얼어있던 살치살을 꺼내 굽고 트러플 오일까지 쪼르르



#11 미름달_NOV

홍가리비 오일 파스타

제철 맞은 달착지근한 홍가리비에 버터와 와인을 살짝 넣어 풍미 더하기


보늬밤

깊은 밤과 함께 농후하게 졸여진 나의 첫 밤조림


바지락 수제비

유독 흐린 날이 많았던 11월. 비 오고 추운 날 아침엔 수제비 생각이 솔솔


명란 두부찌개

건보리새우와 새우젓으로 깊은 맛을 더하고 명란젓을 샤부샤부 먹듯 살짝 얹어만 주기!



#12 매듭달_DEC

김치 콩나물 죽

독감에 이만한 죽이 없었다. 칼칼하고 아삭하고 따뜻하기까지 한


명란젓 오일 파스타

입안에 넣으면 알알이 톡톡 터지는 명랑한 명란의 맛!


고기폭발 된장찌개

가득 넣은 삼겹살을 미소된장에 살짝 볶아, 집된장과 섞어주면 더욱 감칠맛 나는 된장찌개가 된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새해의 1월도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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