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Oct 06. 2016

it felt good

 퇴근이 늦겠다고 미안한데 한시간만 기다려달라는 문자에 나는 걷던 걸음 그대로 그의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쫀득한 라떼 한잔을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서니 다섯명도 채 안되는 사람들 사이로 내가 섞였다. 너른 창가 옆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다 커피가 든 잔을 잡기위해 시선을 앞으로 두던 차, 어딘지 모르게 들떠있는 여자가 보였다.


 누가봐도 그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그 긴장은 온전히 설레임으로 인해 오는 긴장이라는것을 나는 그녀의 손에 쥔 작은 거울로 인해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까지 보던 얼굴을 다시 또 보고, 차들로 바쁜 거리를 보다가도 다시 또 얼굴을 보고- 그러면서도 핸드폰을 보며 맑게 웃는 얼굴을 보며, 나는 우리의 지난 3년이 떠올랐다.


 친구의 소개로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던 첫 날, 뭐 좋아해요? 라고 묻던 그의 말에 나는 단번에 고기요. 라고 대답을 했었다. 첫 만남치곤 화끈하게 마늘에 상추까지 야무지게 고기를 싸먹던 나를 보며 그는 말했었다. 내일은 뭐해요? 하고.


 그 때는 그 말에 별 뜻을 두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문득 궁금해져 그가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나처럼 비어있던 그녀의 앞자리에는 키가 큰 남자가 앉아있었다. 덩치 큰 남자의 모습으로 인해 나는 전처럼 그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의 사이엔 간지러움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낯선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오래 전 내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렇게 삼십분이 흐르고, 조용하던 핸드폰이 반가움을 쏟아내며 소리를 울렸다.


 ㅡ 나 퇴근! 어디야?
 ㅡ 여기 더 카페.
 ㅡ 근처네? 금방갈게!


 미안했는지 얼른 오겠다는 말을 건네는 목소리에 그의 표정이 생각나 얼굴엔 웃음이 맴돌았다. 전화를 끊은지 얼마되지않아 계단쪽에선 발소리가 들려왔고, 자연스레 고개를 향한 나는 기다렸던 그의 모습이 걸음과 함께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며 닫아두었던 웃음을 다시 열었다.


 " 배고프지? "
 " 별로. 배고파? "
 " 나도 별로. 근데 왜 자꾸 실실웃어? 뒤에 뭐 있어? "
 " 아니, 근데 나 물어 볼 거 있어. "
 " 어쩐지 자꾸 웃더라. 뭔데? "
 " 우리 처음 만난 날. "
 " 응. "
 " 나는 밥만 먹고 헤어지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내일 뭐하냐고 물었잖아. 그 때 왜 물었어? "
 " 갑자기 그걸 왜 물어? "
 " 궁금해서. 왜 물어 본 거야? "
 " 고기 먹는 모습에 반해가지고, 첫만남에 서슴없이 쌈싸먹는 모습보고 이 여자다 했지. "
 " 웃기네. 진짜야? "
 " 당연하지. 아직도 생생해, 테이블에 놓인 반찬은 다 싸서 먹던 모습. "
 " 게걸스러웠던건 아니고? "
 " 전혀. "
 " 의심스럽지만 믿어준다. "


 의심은. 그러며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밀던 그는 당연하게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저녁 뭐 먹을까? 그의 목소리와 함께 뒤에 앉아있던 두 남녀의 의자가 밀렸다.


 나는 그의 말에 고기? 라고 대답하며 웃었고, 키 큰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가자! 나 또한 익숙한 키 큰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어느덧 10월, 함께하는 순간이 시간에 묻어 가을을 불러오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좀 걸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