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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i Sep 25. 2022

내가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수련을 준비한 방법 -1-

사람들과 연결되기


수련생 모집 시즌이 되니 작년 생각이 난다. 아는 게 많이 없어서 나처럼 수련을 준비 중인 사람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불합격하면 어쩌나 불안했기 때문에 정보란 정보는 다 찾아보았다. 작년의 나처럼 마음 졸이고 있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만의 방법을 풀어보려 한다.



STEP 1. 네이버 카페 <우동연구소> ​가입하기


지금 생각하면 우동연구소의 도움이 8할이다. 수련생의 고민에 답변해주는 커뮤니티부터 정신질환과 관련한 자료는 여기에 거의 모여 있다. 나는 여기에서 심리 사회적 사정 사례 모음집, 필기 시험공부 방법, 면접 유형과 같은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보고 또 봤다. 무엇보다 즉각적으로 올라오는 수련 모집 일정과 각종 행사 정보가 유용했다.



STEP 2. 사람들과 연결되기


혼자 준비하는 건 고된 일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자극을 받는 성향이라 온라인 모임 3개를 들었다.


1) 독서모임

- 2020년 8월~2021년 4월(9개월)


정신건강 관련 서적을 읽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모임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어 참여했다. 모임에서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 '자유가 치료다',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었고, 각자 질문을 1~2개씩 준비해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모임원들이 바쁘면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보고 리뷰를 나누기도 했다.


모임원들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로 이루어져 있어 현장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일터 에피소드가 하나같이 흥미로웠고, 인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해당 모임은 위에서 언급한 우동연구소​에서 알게 되었다.



2) 수련 준비 스터디

- 2020년 11월~2021년 2월(3개월)


가장 직관적인 도움을 받은 곳이다. 우동연구소​에서 알게 되어 참여했고, 스터디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 DSM-5​ 진단 기준 암기

- 필기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조현병 스펙트럼, 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의 진단 기준을 외우고 한 명씩 달달 외운 걸 확인


* 참고 서적

DSM-5


(2) 사례 연습

- 가상의 사례를 읽고 주호소와 진단명, 사정 이론, 개입 이론, 개입 계획 작성

- 사정 이론: 대상자 개인의 특질과 사회 환경적 요인을 분석하는 데 사용할 이론(예: 인본주의 이론, 대상관계이론 등)

- 개입이론: 대상자에게 실제로 적용할 면담 기술 및 가설(예: 현실치료, 인지행동치료, REBT 등)


* 예시

최OO 씨는 23세 여성으로 약 5개월 전부터 이상한 말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그에게 카톡을 보내’ 등 자신에게 비난과 명령하는 내용이었다. 최 씨는 길을 걷다가 대화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자기 욕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행인들에게 다가가 대뜸 화를 내기도 했다.

최 씨는 지난 3개월 동안 불안, 불면, 망상, 환청에 시달렸다. 가족, 친구 할 것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TV, 휴대폰은 자기 생각을 읽고 있다고 믿었다. 혹시라도 가족, 학교 친구들, 아르바이트 동료들 등 타인이 자기 집에 들어와 독약을 먹이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느라 새벽까지 깨어 있었고, 대체로 흥분되어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부모님은 최 씨를 정신병원에 데려갔고,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최 씨는 병원 의료진들이 자신을 해칠 거라고 믿었고, 하루 종일 병동을 왔다 갔다 하며 걸었다. 고양된 상태로 다른 병실 환자에게 다가가 많은 말을 쏟아 내고 성적인 행동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씨의 기분은 오랜 시간 들떴다가 가끔씩 우울해지기를 반복했다.


* 답변 예시

1) Impression
- 조현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2) pt에게 적용할 사정 이론

<취약성 스트레스모델>
취약성 스트레스모형이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이상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대부분의 이상행동은 개인이 살아가며 경험하는 질병, 장애, 대학 입시 실패, 실연, 이혼, 구직 실패, 실직 등 불행한 사건이 촉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개인마다 심리적 특성, 환경, 성격이 달라 부정적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 또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모형에 근거하여 pt의 스트레스 처리 방식이 환청 및 망상을 촉발했다고 가정하고, pt의 주요한 생활사건(major life events)과 일상적 생활사건(minor life events)을 사정하고자 한다.

3) pt에게 적용할 개입 이론

<인본주의 이론>
인본주의이론은 "인간은 자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아실현에 도전한다면 진정한 한 개인으로 성장하지만, 인간 본성을 억압하면 심리적 장애를 야기한다.
상담가는 pt에게 무조건적인 관심과 존중을 표함으로써 pt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 '지금-여기'에 초점을 두어 pt가 자기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4) 개입 계획

<장기목표>
- insight 형성
- 사회적 기술 습득, 공격적 행동 감소
- 스트레스 해소법 획득

<단기목표>
- 약물 및 증상 관리에 대한 교육을 통해 병식 향상
-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8회기)을 통한 대인관계기술 및 자기표현기술 습득
- 나비 포옹법과 같은 긴장 이완법 교육

<치료계획>
- 조현병 스펙트럼의 주요 증상에 대한 교육을 주 1회 실시한 후, Pans 임상 척도로 증상 호전 정도를 평가한다.
- 총 8회기의 사회기술훈련을 제공하면서 상담가와 Role Play를 진행하고, 자기표현척도로 변화를 평가한다.
- pt 퇴원 후, OO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해 사례관리를 지속한다. 또, 직업활동 연결 및 지지와 같이 f/u 한다.

* 위 사례와 개입 예시는 본인이 직접 재구성한 것으로 가상의 이야기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답변일 뿐, 사정 및 개입 연습은 스스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례 연습 TIP!

사정 이론과 개입 이론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대상관계이론으로 사정했다면 그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해결중심모델을 개입 이론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맥락이 이어져야 한다.


* 관련 자료

• 사례중심의 이상심리학

• 정신건강 수련 사회복지사 안내서



(3) 정신의학용어​ 시험

- 스터디 시작 후 30분 동안 정신질환 관련 영단어 시험 후 각자 알아서 채점한다.

- 수련 준비 기간 동안 약 200개 이상의 단어를 암기했다. 예) inappropriate affect, schizophrenia, insight, amnesia, delusion, acting out 등

- 정신의학적 증상을 표현하는 용어를 익힌다.



(4) 기사 읽고 토론

- 사회이슈 예시를 가져온 후 모임원과 토론한다.

예) 비자의 입원은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한다

VS 지역주민의 인권 또한 중요하기에 강제입원은 필수이다


실제로 모임원 중 한 명은 면접 당시 '비자의 입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회 이슈를 미리 나누지 않았다면 생각할 시간이 길어져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양한 기사를 읽고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한다. 만약 정신의학 관련 논제만 읽고 싶다면, 정신의학신문을 추천한다.


* 실제 토론 시 참고한 기사

여성 자살률, 2008년과 닮았다(한겨레 21, 2020)

조현병 딸 23년 병간호… 돌보다 지친 엄마, 비극 선택(뉴시스, 2020)

정신과 입원환자 32%가 비자의 입원… 보호자가 대부분 결정(뉴스 웍스, 2020)​



(5) 자소서와 면접 피드백

- 서로 자기소개서 첨삭해 주기

- 면접 후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공유하기



위 5가지 방법으로 스터디원 4명 모두 2021년 수련에 합격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덜 힘들었다. 그렇지만 혼자 준비해도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단, DSM-5 진단 기준 암기, 정신건강사회복지 이론(예: 대상관계이론, 애착 이론, 심리 사회이론 등)을 접목하는 연습, 영단어 암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만약 대학병원 수련을 준비한다면 정신질환 관련 논문(영문) 한 문단 정도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길면 A4 용지 한 장 분량, 짧으면 한 문단 분량 정도로 필기시험에 나오기 때문이다.


NIH​또는 구글 스콜라​에서 정신질환 키워드를 영어로 검색하면 논문이 쭉 나온다. 그중 무작위로 선택해 1~2 문단 정도 해석하는 연습을 하면, 정신질환 관련 영단어와 문맥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대형병원 수련을 희망한다면 논문 해석 연습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에 반해, 일반 병의원이나 시설 같은 경우 논문 해석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3)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예비 학교

- 2020년 11월 말(하루)


우동연구소​에서 주최하는 강의다. 하루 종일 ZOOM으로 교육을 들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의는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이자 우동연구소의 매니저 고진선 님이 해주셨다. 수련의 A to Z를 설명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외에도 오픈 카톡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필기/면접 준비 방법과 이어지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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