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지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한 겨울이었던 때가 벌써 한 여름, 그것도 장마철이 되어버렸지 뭐야
흠뻑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지면 산책줄을 매고 온몸을 흔들어대는 강아지들이 동네 이곳저곳에서 보이곤 해.
건너편 횡단보도, 반대편 골목길, 50m쯤 맞은편.
한 껏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거리는 강아지들만 보면 남의 강아지인데도 언니는 그렇게 흐뭇하고 애틋해.
나에게 네가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는 게
마치 꼭 며칠 있으면 본다거나 친정에 가면 네가 있다던가 하는 그런 잠 깐 뿐인 허전함이 아니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걸 언니는 아직도 받아들이는 중인 것 같아.
무심코 아무 때나 네가 생각나. 그냥 내 손과 발을 보듯 너를 봤고, 만졌고, 느꼈던 만큼 문득문득
정말로 무심결에 아무것도 아닌 때에 네가 불쑥불쑥 생각나서
특히 언제 보고 싶더라, 같은 말은 다 거짓말 같아.
습관처럼 통통, 네 이름을 불러.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마다 울지는 않는다는 거...
유일하게 고민하지 않고 셔터를 누를 수 있던 건 작고 소중한 솜뭉치 너뿐이었어.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 귀여움과 미모가 다 살려놓는다면서 틈만 나면 찍으려고 했지.
그런데도 다시 보니까 너무 부족해.
사진을 핑계 삼아서라도 더 멋진 곳에 데려가줄걸, 더 예쁘게 꾸며줄걸.
우리 통통이 진짜 엄청난 귀여움을 가진, 고작 설탕 두 봉지 무게 밖에 안 되는 작고 예쁜 강아지였는데.
그러니까 사료랑 간식 봉지 모델은 너였어야 하는데. 하면서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 동영상들 하나하나 보기를 반복하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러다 어떤 사진은 SNS에 올리기도 해.
그렇게라도 네가 내게 있음을, 아직 나에게 네가 남아있음을 기억하고 싶은가 봐.
너의 냄새가 배어있는 이불과 담요를 여전히 빨지 못했고, 밥그릇도, 방석도, 간식들도 그대로거든.
이미 사라진 냄새를 무슨 수로 맡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 그 냄새가 다시 나는 것 같기도 해.
그동안 네가 보고 싶지 않던 게 아냐. 너무 보고 싶은데 보고 싶다는 말 밖에는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남겨.
매일 쓰던 것이 일주일에, 한 달에, 그러다 몇 달 만에 썼구나-를 깨닫고 나니 결국 너를 보내기는 하는구나 싶은데 그러면서도 너를 보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
결국 난 사람이라서, 이렇게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통이 언니는 나였으니까, 언니가 너를 잘 보내볼게.
편지를 쓰기 전에 우연히 동영상을 하나 찾았어. 좀처럼 배를 내주지 않던 네가 내 옆에서 아주 편안하게 자고 있길래 그 모습을 남기려고 찍었던 모양인데 그 속에 너와 내가 너무 다정하고 편안해 보여서 그래, 너도 나를 좋아하긴 했구나 싶은 거 있지.
너도 오늘 같은 좋은 날씨에 신나게 뛰어놀고 있겠지? 열심히 놀아, 신나게 놀아.
노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강아지니까 본분에 맞게 즐겁고 활기차게 놀아 통통.
발이 더러워질 걱정도, 엉뚱한 걸 주워 먹고 탈이 날 걱정도 없이 그냥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