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지나고 언니와 오빠는 여전히 통통이가 그리워.
핸드폰 배경화면을 바꾸고서 매일매일 귀염진 통통이가 우리 옆에 있었던 추억을 되새겨보고는 해.
설날이라고 언니 오빠도 집에서 음식을 좀 했는데, 아마 통통이가 있었으면 고기 냄새에 환장을 해서 '나도 줘!' '내꺼는!' 하는 표정으로 꼬리치고 있을 모습을 상상했어.
소고기였으니 언니오빠도 분명 네 몫을 충분히 떼어놨을 거야.
명절 핑계로 사람들을 조금 만나고 밖에도 나갔더니 그래도 지난 한 주보다는 너의 빈자리가 조금은 받아들여진 것 같아. 그래서 너의 물건들을 다시 하나씩 살펴봤는데 우리 통통, 언니하고 오빠하고 얼마 같이 있지도 못했더라.
신혼집에 이사 오고 한 달쯤됐을까 아른거리는 너를 데려오기로 했어. 언니 집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밥그릇, 물그릇부터 네가 앉을 방석과 너를 안고 다닐 포대기, 온갖 사료와 간식, 특별히 더 좋아하던 간식. 매일 현관에 쌓이던 택배 상자는 전부 다 이런 것들이었는데 쓴 티가 없네. 산책시키고 나면 쭈그리고 앉아 너를 씻기기는 힘들 것 같다며 다이소에 달려가 샀던 욕실 의자도 너를 위해 쓴 건 고작 한 번인 거야. 신장이 좋지 않아서 소변을 자주 보는 너를 위해 쟁여놓은 배변패드는 반도 못 쓴 거 있지.
원래대로면 오늘은 항암 4주 차인 날이네. 너의 병원 기록을 이제야 작성하기 시작했어. 언니가 조금 더 빨리 신경 써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조금 더 빨리 이상한 점들을 눈치채고 변화를 감지했다면 너의 시간을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 언니는 또다시 질문에 질문을 반복하고 수백 가지,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세어봐.
언젠가 떠날 거라는 걸 계속 생각했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너무 예상치 못한 순간이잖아. 뭔가를 해볼 겨를도 없었다고 속상해하다가도 너도 그만큼 놀라고 아팠을까 봐, 사실 언니는 그게 더 걱정이야.
오랜만의 연휴에 언니는 널 닮은 인형을 만들어보려고 사다둔 키트를 꺼냈어.
네가 있을 때 사다 둔 건데, 네가 떠나고 나서야 만들고 있는 나를 보니 그동안 너에게 못해줬던 것들만 생각나지 뭐야. 영양제를 더 일찍 챙겨줄걸, 건강검진을 더 자주 할걸, 모니터링도 언니가 더 신경 쓸걸. 그냥 이렇게 아무 때고 언제든지 이별할 수 있는 거였다면, 언니는 아까운 것도 중요한 것도 없는데.
너를 똑 닮은 얼굴을 만들고 싶었는데, 손이 문제인 건지 마음이 문제인 건지 영- 뜻대로 되지 않네
그래도 이거 만들어서 내 통통이다- 생각하고 소중하게 쥐고 다닐게. 네가 못 보고 떠난 세상, 언니가 이제라도 더 보여줄게. 마음껏 구경하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