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는 떡갈비를 구워줄게

by chouquette

통통아, 오늘이 너의 49재래.

떠난 날부터 7일째마다 7번씩 재를 지내는데 그 7번째인 마지막 날로 가장 중요한 날이래.

뭐, 불교 문화고 미신이고 이런걸 떠나서 그저 언니랑 오빠는

네가 강아지별에서 해맑게 웃고, 뛰어놀고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해.


어제는 삼일절이라 쉬는 날이었는데 언니가 글쎄 전 주소로 택배를 시켰지 뭐야.

이사온 지 반년 만에 처음으로 실수를 해버렸는데 문득, 통통이가 불렀나보다- 싶었어.


산책하러 나가면 집 앞 골목이 끝나자마자 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나가던 통통이.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겁이 많으면 차가 지나가면 알아서 비켰다가 '가자!' 하면 움직이던 통통이.

사람들이 없는 틈에 잠깐이나마 목줄을 풀어주면, 어떻게 알고 쌩쌩 뛰어다니던 통통이.

강아지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많은 날에는 안고 다니라고 버티던 통통이.

한 자리에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으면 움직이라고 보채던 통통이.

오빠를 만나는 날에는 두 다리를 짚고 서서 무한 뽀뽀를 날리던 통통이.

오빠가 달리면 작은 귀를 펄럭거리며 꼬리 빠지게 쫓아뛰던 통통이.

언니나 엄마가 오빠가 오지않으면 뒤돌아 다시 달려가던 통통이.

마트며 식당이며 문 열린 곳에는 한번씩 빼꼼하고 고개를 기웃거리던 통통이.


그래도 너와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최근까지의 추억이라 그런지 이 동네의 기억이 다 너무 생생해.

네가 기운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잘 아는 곳에 데려가보자고 주말을 기약했는데

그 주말이 너에게 오지 않을 줄이야.

그저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는 일만 남았다고 설렜었는데, 어쩌면 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익숙했던 환경이 바뀐 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니는 그마저도 미안해


너를 데려오고 챙길 물건이 많아지면서 간식 박스를 사다두고 차곡차곡 담아뒀는데

이제 그만 정리해볼까 싶어 뚜껑을 열었다가 이내 곧 닫았어.

너의 냄새가 베어있는 이불 두 채는 빨지도, 넣지도 못한 채 한 구석을 제 자리마냥 차지했지


네가 아프다는걸 알고나서부터 시간이 없다는걸 알았고 그래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건 그냥 다른 강아지들 얘기고, 통통이 너는 기적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했나봐.

다시 생각해보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하면서도 1년, 2년, 3년 살 수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살거라고,

계속 함께하는 미래를 그렸고 언젠가는 떠날거라는걸 알았지만 아주아주 먼 얘기라고 여겼던 것 같아


네가 떠나는 건 그만큼 갑작스럽고 예고도 준비도 되지 않았던 이별이야.


엊그제 강아지 증명사진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길래 몇 장을 주문해봤어.

예쁘고 귀여운 통통이 모습을 잘 남겨줄걸 하는 아쉬움이 너무너무 컸거든.

주문 할 사진을 고르는데 정말 어느한 가지도 버릴 사진이 없더라

사진에 담긴 털 한가닥 한가닥 조차 다 너무 소중하고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날 정도로 예쁘니까.


어느 날은 지나가다보면 강아지랑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유독 많이 보일 때가 있어.

너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이제 더 많이 생기고 있는데

언니가 무지했고 더 성실하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 저녁에는 브로콜리랑 당근을 잔뜩 넣은 떡갈비를 구워줄게 통통아.

네가 있던 자리는 이제 비었지만

이렇게나마 언니오빠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표현해야겠어. 이렇게나마 너에게 미안함을 달래야겠어.


미안하단 말보다 고맙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더 많이 하랬는데

고맙고 사랑해서 그래서 미안한 게 사무치게 많은걸 어떡해.


작고 하얀 최고의 강아지 통통.

나는 너에게 그저 최선이었지만, 너는 나에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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