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인기 짱이었을텐데

by chouquette

통통, 지난 주말에 언니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 훌쩍 떠나갔다 왔어.


사실은 너에게 이렇게 큰 바다도 모래사장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꼭 보러 가자 했는데..

결국 널 데려오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 한동안 바다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거든?

그런데 이제 통통이는 어디든 언니와 같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즉흥여행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더라고.


아직은 추운 겨울인데도 부산 광안리는 따뜻했고, 강아지들도 많았어.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지는 못 할 날씨라 오히려 강아지들은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기 좋아 보이더라.


진작 데려올걸.


데려가기 위한 과정이 험난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또 네가 아직 아프니까 조금만 나아지면,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바쁜 일이 조금만 마무리되면....

온갖 핑계를 대며 미뤘는데 그냥 데려왔다면 너도 저기 저 강아지들처럼 저렇게 좋아했을 텐데.


파도치는 바다가 무서우면서도 짠내 가득한 처음 맡아본 냄새에 있는 힘껏 코를 킁킁거리고

저 멀리 뛰어노는 강아지들이 무서우면서도 반가워서 꼬리를 치고

밀물 썰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해서 고 작은 입을 앙앙하며 나를 안으라! 했을 텐데.


통통이가 있었으면 광안리 앞바다, 여기 놀러 온 서울강아지 중에서 인기짱이었을텐데.

언니는 그거면 다 괜찮은데.


언니가 미안해 통통아.

집에 돌아가 너를 안고 다시 나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설이느라 시간만 보내지 않고 이미 너와 함께였을텐데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아.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언니 마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게 아마 너를 보내고서야 남은 가장 큰 가시이자 아픔인 것 같아.


그 자리에 그대로 깔아 둔 방석과 담요, 이불에서 네 냄새가 점점 옅어지고 있어

그치만 쪼끄만한 수제비 귀에 뽀뽀했던 촉감, 털이 덥수룩해질때마다 복슬거리던 촉감,

민둥산 같은 볼딱지와 머리에 닿던 촉감. 그 모든 냄새들까지도 언니는 여전히 상상할 수 있어.

그래서 더 사무치게 그리워 통통아.


퇴근해서 텅 빈 집에 들어갈 때마다 부러 큰소리로 '통통아 언니와따!!' 하는데

어느 날은 정말 네가 없는 게 실감 나서 그만 울어버렸어.

너를 닮은 인형이라도 대신 안아주고 싶은데 그 많은 인형 중에서도 너를 닮은 건 없어.

언니에게 통통이는 그냥 통통이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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