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했던 것들은 전부 너를 닮았어

by chouquette

통통아, 폭풍같던 주말이 지나고 다시 한 주가 시작됐어.

너는 지금쯤이면 강아지별에 도착했을까?


언니는 아무래도 일어날 수가 없어서 침대에서 밍기적 대다가 느지막히 씻으러 들어갔거든.

화장실을 가려면 거실을 지나야하는데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어.


아침 잠 많은 내가 어거지로 일어나 눈 비비며 약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밤새 채워진 배변패드를 치우지 않아도 되고, 비워진 물그릇에 물을 따라주지 않아도 되더라.

언제부터 그래도 됐던건지 한 몇 년 된 것 같은데 고작 며칠 안했다고 이렇게 어색해.


그래도 잘 참았는데, 젖은 머리를 감싼 채 화장대 앞에 앉자마자 따라 들어오던

네가 보이지 않아서 언니는 결국 또 울고 말았어.


흠뻑 젖은 수건을 킁킁대며 언니가 출근하는걸 알아차리고 가만히 바라보며 배웅해줬는데.

가기 전에 간식주는 건 알아서 빨리 주라며 발 밑에서 열심히 꼬리모터를 돌리던 너였는데.


언니에게 정말 네가 없어 통통아.


늘 하던대로 언니는 회사에 출근해, 출근하면서 핸드폰을 켰는데... 온통 너야 통통아.

SNS 의 그 흔한 광고 조차 애견용품이고 무의식적으로 좋아요를 눌러둔 영상들도 전부 강아지들이야.

앨범은 또 어떻고. 언니 사진은 하나도 없고 전부 통통이 사진 뿐인걸.

그래서 알았어, 내가 좋아하고 귀여워 했던 것들은 전부 너를 닮아있다는걸.

메신저의 사소한 이모티콘 조차도. 머리맡에 놓인 인형들 조차도.

너를 닮았기에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었나봐.


이런 내가 너 없이 뭘 할 수 있을까.


퇴근하고 집에 올 때는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야겠다 싶어서 현관문 앞에서 심호흡을 해.

문이 열려도 혜성처럼 튀어나와 반겨주는 솜뭉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웠어.

아마 네가 있었다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아니 계단 올라오는 발소리나 엘리베이터 띵동 소리에서부터

귀가 쫑긋해졌겠지? 아마도 아는 체하고 싶어서 앙앙 짖기도 했을거야.


음, 다행히 거실까지는 무사히 통과했는데 아침바람에 터진 슬픔이 아직 안끝났나봐.

문을 열기 전부터 보이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으면서 거기가 아니면 거실, 너의 자리에.

아니면 침대 이불 뭉치 속이나 언니 배게 위해서 막 자다 깬 부스스한 너의 모습이 있을 것 같고

거기도 아니면 옷과 가방을 내려두던 자리로 '어디갔다왔어!' 하며 쫓아왔을텐데

아, 아니다. 너라면 언니 양말부터 물어갔겠다.

너 양말도둑이었잖아.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떼워보려고 손에 든 핸드폰 안에는 여전히 너의 모습이 가득해.

귀도 코도 손도 발도. 모든 게 다 작고 소중했던 너를 닮은 것들이 내 일상의 전부였는데

어디를 봐도 내 시선엔 온통 통통이 뿐이야.


기운이 없어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하염없이 울다보니

결국 또 너를 위해 달려오지 못한 지난 날이 떠올라 사무치게 미안해.


내 털동생, 내새끼,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의 기준이 된 나의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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