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니도 언니 인생의 반을 너와 함께했어.
내가 16살 즈음이었나 너를 처음 만났고 15년이 지나 네가 강아지별로 떠났으니
내 인생에서도 네가 없이 지낸 날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우린 한 가족이었어.
언니도 네가 없던 시절엔 어렸으니까 그나마 선명한 기억을 가진 날부터는 언제나 통통이가 함께였던 거지
요즘 부쩍 강아지랑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보다도, 너와 함께했던 시간과 일상들이 언니에겐 너무 익숙해
그게 내게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우니까.
사실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기보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일 거야
언니에게 강아지는 통통이 하나고, 통통이는 최고의 강아지니까.
네가 떠나고 나서 그 이유를 찾고 싶었어. 정작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마주 할 자신은 없는지
차마 병원을 찾아가지는 못하고 그저 인터넷을 떠돌아.
결국 얼마 못 가서 창을 닫아버리지만.
네가 가기 전 마지막 일주일을 매일매일, 순간순간 되감기 해.
언젠가는 희미해지고 옅어지겠지만 그래도 그 언젠가에 네가 떠난 이유를 마주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네가 어땠는지는 기억해 내서 설명해야 할 테니까.
통통이가 언니 인생에 반, 아니 전부나 다름없어서 핸드폰을 켜면 나오는 광고나 알림 문자들은 모두 너야.
마침 오늘은 배변패드 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 알림이 오더라.
어제는 수제간식을 할인한다는 메시지가 왔고, 그제는 새해맞이 영양제를 세일한다는 소식이 왔어.
너를 위해 이제야 조금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난 시간의 나는 너무 어설픈 주인이었어.
아무래도 더 많이 미안해하고, 더 많이 울어야 이 마음이 조금 편해지려나 봐
너도 나랑 있어 행복했는지, 조금은 편안했는지 너무 궁금해.
언니만 아는 통통이 모습이 있어.
빵실 빵실한 볼딱지 같이 동그랗게 털이 난 모양, 자고 일어나면 눌린 머리에서 나는 꼬순내, 계속 귀찮게 굴면 변하는 눈동자, 씰룩거리는 코 같은 것들. 여전히 아른거리고 만지고 싶어.
통통이 네가 없는 시간이 너무 어색해. '없다'는 게 느껴질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
너무 많은 것들이 비워졌는데 달라진 거라고는 그저 2kg짜리 설탕 한 봉지가 없어진 것뿐이라니
이건 너무 모순적이잖아. 엄청나고 거대한 일.
우주에 행성 하나가 폭발하는 것만큼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밥을 먹고 여전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내가 덜컥 겁이 나 통통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별은 너무나 크고 무서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