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던 걸까

by chouquette

오동통, 톤통, 통통아, 토실토실, 뽀송뽀송, 아기새끼...


너를 부르는 말들이 참 많았는데 뭐라고 불러도 자길 부른 줄 알고 쫑긋쫑긋 귀를 움직이던 모습이 선해.


강아지를 키우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니까 그래서 네가 더 그리운가 봐

길에서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엄마 미소를 짓게 돼. 저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싶어서.

꼭 풋내기 연인들더러 '좋을 때다~' 하는 것처럼 말이야.


네가 떠난 시점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내가 했던 지난 선택들을 되돌아보곤 해.

나는 정말 그 순간들에 최선을 다한 선택을 했던 걸까.

너와의 이별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너를 너무 쉽게 보내버린 것 같아서 언니는 자꾸만 너에게 미안하기만 해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해.

머리로는 알아. 언니가 너에게 고의나 악의를 가진 적은 단 한순간도 없으니까.


다만, 나는 네가 전부가 아닌데.

언니는, 네가 아니어도 다른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통통이 너에게는 내가 전부였으니까.

내 모든 선택과 판단이 너의 선택이 되고 그게 결국 너의 몫이 되는 거니까 어떻게 너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언니가 운동이라도 한다고 바닥에서 어기적거리면 얼굴 가까이 따라와서는 냄새 한번 맡아보고

근처에 털썩 주저앉아버리던 솜뭉치 같은 너를 언니는 너무너무 보고 싶어.

얼씬거리는 궁둥이에 얼굴을 묻고 한창 예뻐하고 있으면 결국은 귀찮아진 네가 달아나버리는 게 우리 장난의 결말이었는데.


주말에는 네가 담긴 함을 종이상자 안에서 꺼내서 제습제도 세워주고 인형도 더 가까이 두었어.

눈물이 나면 못 참을 것 같아서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참 야속한 건 너의 존재감과 상실감은 고작 한 줌 재가 남은 전부라는 거야.


어느 날은 멍하니 식탁에 앉아 영화를 보다가 어디서 소리가 나는 걸 글쎄 네가 저 구석에서 코 고는 소리로 듣고는 참 평화로운 오후라고 생각했어. 그저 옆집에서 들리는 소음이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널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실망감이 같이 밀려와. 이런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까지 네가 안 떠오르는 순간이 없어.


보고 싶다 통통.


언니가 누워있으면 머리맡에 엉금엉금 기어와 킁킁거리던 너의 작고 까만 코와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곳에 촉촉이 젖은 콧물까지 온통 다 그리워.


너와 함께한 14년이 조금 넘는 시간, 그동안 정말 최선의 선택을 했던 순간들이 있긴 있을까.

정말로 너에게 최선 아니, 최고였던 적이 단 10번이라도 있었을까.

내가 아니라 너에게 가장 적절하고 가장 선명했던 선택과 판단이 단 한순간이라도 있었을까 통통아.


있었을 거야, 언니는 널 많이 사랑했고 의지했고 아꼈으니까.


시간을 돌려서 단 1분, 몇 초라도 좋으니 잠들어있는 너라도 다시 보고 싶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얘기해 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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