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만 저렴한 섬동네
제주도는 관광지라 물가가 비싸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 육로를 통하지 않고 배로 물자가 오가는 섬이다 보니 선택지는 좁고 물류비는 육지보다 더 들기 때문에 우선 식재료부터 비싸다. 택배를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택배를 시킬 경우 큰 확률로 도선료 추가 입금 문자를 받는다. (보통 3천 원에서 4천 원 사이다.) 12000원짜리를 주문하는데 택배비만 4천 원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장님들이 계좌이체만 받아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가 쓰는 유기농 밀가루도 20킬로 한 포대마다 추가 운송비 5천 원을 더 내야 한다. 이런 가격 부담은 그대로 원가 상승률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고객이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제주도민에게 인터넷 최저가는 의미가 없다. 제주로는 발송을 안 하는 브랜드도 있고 크게 비싼 것이 아닌 이상 최저가에서 도선료만 붙어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박스째 사서 동네 친구들과 n분의 1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
마트를 가도 이 루틴이 동일하게 이어진다. 애호박이 기본 하나에 2천 원이다. 야채만 몇 가지 집어 들어도 만원이 훌쩍 넘는다. 파 한단이 4천 원이 기본이다. 동네 주민이 가는 마트인데 이런 가격이라면 관광지라고 말할 것이 아니다. 야채들이 비싼 이유는 척박한 제주의 풍토에서 모든 작물들이 조화롭게 자라지 않는다는 점과 도시에 비하면 적은 주민의 수 때문에 도매로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는 수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안사면 너희가 어디서 사겠냐는 섬 특유의 폐쇄성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이건 내 추측이다.) 물론 이마트는 다르다. 이마트 전체 물류에서 몇 퍼센트를 제주도에 보내는 것이니 가끔 전국적 행사를 할 때면 육지와 비슷한 가격으로 과일이나 야채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아주 가아끔. 그리고 제주도가 크다 보니 마트별로 가격 비교를 하면서 구매하기엔 주유비가 더 들기 때문에 몇백 원 차이로 다른 마트를 가는 것보다 한 곳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마트마다 강점은 저마다 달라서 사람마다 선호하는 마트가 달라지게 된다.
농협 하나로 마트의 경우 과일이나 채소가 제주권에서 난 것들이 많고 싱싱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농협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수입산 과일이나 야채를 구입할 수 없다.
제스코 마트는 제주의 코스트코와 흡사한 곳이다. 도매용 식재료와 음식점 운영에 필요한 잡다한 잡화류도 판매한다. 제과용품도 소량 판매하고 있다.
뉴월드(마트로)는 수입산 소고기를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역시 코스트코와 같이 창고형 마트이기도 하지만 제스코에 비해 조금 빈약하다. 24시간 영업한다.
이마트는 쓱배송이 최고다. 그 외에도 여러 행사를 통해 최저가로 공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오일장은 현금을 넉넉히 들고 가야 하지만 시기와 타이밍에 따라 팟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고 가장 신선한 상태의 야채와 과일들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일장날은 도로가 무시무시하게 막히며 현금만 사용이 가능하고 보는 눈이 없으면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어렵다.
삼양동 근처에도 여러 마트가 있는데, 아무래도 자주 가는 곳 위주로 가게 된다. 나는 Y식자재마트와 뉴월드 마트를 주로 간다. 이마트는 마감 세일 시간에 맞춰 가는 편이다. 처음에는 Y 식자재마트가 24시간이라 차가 없는 새벽 시간에도 가기가 쉬워서 자주 방문했는데 그 때문인지 뉴월드마트 화북점도 24시간 운영으로 바뀌었다. 제주도에 24시간 마트가 있다는 사실!
번외로 제주도에서 살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맛있는 제주산 돼지고기를 마트에서 사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생 돼지고기는 제주산만 먹을 수 있다. 제주 축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육지에서는 돼지고기를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 마트에서 만나는 돼지고기(냉동 제외)는 제주도에서 무럭무럭 자란 돼지라는 사실. 마트에서 파는 흑돼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흑돼지가 아니라고 하니, 비싼 흑돼지보다는 맛있는 제주 돼지고기를 구워 먹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