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법에 대하여 <고래가 보고 싶거든>
고래가 보고 싶니?
그렇다면 장미 같은 건 모르는 척해야 해.
어여쁜 분홍색도 달콤한 향기도
물결치듯 흔들리는 모습도 모르는 척해야 해.
네가 고래를 기다리는 걸
장미는 좋아하지 않거든.
어여쁜 분홍색도 아니고
달콤한 향기도 없는 것.
한마디로 장미 아닌 것에
네가 관심 갖는 걸 장미는 좋아하지 않아.
「고래가 보고 싶거든」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2014)
한 눈 팔지 않고 한 자리에 서서 우직하게 인내하며 기다리고 기다려야 간절하게 바라던 꿈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 어쩌면 잠깐 딴청 피우고 새로운 유혹에 빠져 잠시 길을 잃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꿈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다면, 길을 돌고 돌아 언젠가는 그 꿈에 가닿지 않을까.
한 때는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때가 있었다. 부모님 말씀대로 교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는 삶을 택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일 수도...
마음속에 무슨 반항의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던 걸까. 반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발표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바른 글씨를 쓰는 칠판 서기이자 바른생활 부반장에 그쳤던 나. 사춘기 질풍노도의 바람은 꽤나 늦게 스무 살에 불어닥쳐, 꽤 오랫동안 머물렀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아집과 욕심은 한 톤 낮추고, 그냥 내가 좋아했던 그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은 요즘.
생각은 버리고 ‘그냥 한다’라는 마음으로. 온 감각과 자극의 안테나는 곧추 세우고, 그렇게 한 번 고래를 보러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