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일어난 이야기 <꽃을 선물할게>
하늘에 구름이 몰리면
날이 흐린 건 자연의 법칙이죠.
태풍이 불면 나무가 뽑히는 건
자연의 법칙이죠.
그렇게 큰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저 곰님이 그 큰 손을 아무렇게나 흔들어
거미줄이 찢기는 정도면 될 텐데.
당신은 성큼성큼 사라지네요.
어설픈 아첨은 그만 안녕.
난 그저 자연의 일부이자 방관자.
무리한 부탁은 그만 안녕.
「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창비(2018)
책 표지의 꽃그림에 단번에 취해버린 그림책.
아마도 이 책을 보는 그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까만색 배경 속에 화려하게 반짝거리며 빛나는 들꽃 한 다발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다음, 투박한 곰의 손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곰의 시선에서 볼 땐 그저 미물에 불과한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까지...
때가 되면 곧 거미 밥이 되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무당벌레. 이 작은 벌레의 눈엔 같은 곳을 세 번이나 지나가는 곰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줄 수도 있는 귀인일 것이다. 거미는 또 어떨까. 외출해서 돌아오면 분명 맛난 먹을거리를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과연?
이렇게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 안엔 각각 다른 시선과 시선이 맞닿은 지점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각자의 관점을 서로 돌려보면 책이 또 다르게 읽히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영화 같은 구성에 다를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과의 만남이 만화스럽기도 하고 우리네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