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 하고 찾아온 <고양이 손을 빌려드립니다>
그날도 엄마는 바쁘게 집안일을 하다가 무심코 말했어요.
“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그러자 노랭이가 다가와 엄마 어깨에 앞발을 척 올려놓으며 말했어요.
“제 손이라도 빌려 드릴까요?”
엄마는 얼떨결에 “네?”하고 대답했어요.
노랭이는 그 말이 허락인 줄 알고 바로 집안일을 시작했어요. 까끌까끌한 혀로 접시를 닦고, 북실북실한 꼬리로 먼지를 털고, 집 안에 있는 파리와 바퀴벌레를 쫓아냈어요. 아빠에게 드릴 주먹밥도 만들었고요. (물론 털이 덕지덕지 묻었지만요.)
「고양이 손을 빌려드립니다」
김채완 글, 조원희, 웅진주니어(2017)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지구별에 정착한 어린 왕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고, 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우주에서의 하루살이가 버겁고 답답할 때마다 속으로 늘 말했다. 온전히 내 삶의 고단함을 우리 엄마에게 맡기기는 죄송하고, ‘이모님’이라는 고용된 관계도 어쩐지 불편하다. 그러니 ‘아내’가 딱이다. 난 둘 키우기도 늘 어려운데 우리 엄마는 도대체 애 셋을 어떻게 키워낸 걸까.
엄마는 가게 일을 하면서도 삼 남매 도시락을 꼬박꼬박 싸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엔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일요일이면 동네 목욕탕에 셋을 데리고 다녔다. 엄마의 손이 빡빡! 지나간 자리는 빨갛게 달아 올라 화끈거리지만 매끈한 살결은 얼마나 개운하고 시원했던지. 난 두 녀석을 씻기고 나면 땀에 절어 기가 쑹덩쑹덩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꼭 금세 할머니가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당시 우리 엄마는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어렸는데도 참 많은 일을 해 냈다.
여전히 난 엄마 손을 빌려 식탁을 차린다. 된장, 고추장, 김치(배추, 열무, 깻잎, 갓김치... 종류도 무지 많다), 멸치, 미역, 다시마, 고춧가루 등 모두 엄마표 재료다. 그럼에도 난 우리 엄마가 아니기에 엄마처럼은 절대 못한다.
곱디 고운 단풍나무 숲 공원에서 산책하는 아내의 그림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낙엽의 바스락거림, 노란 계수나무 잎의 달콤한 내음, 파아란 구름만큼 가슴이 뻥 뚫리는 바람의 흐름...... 가을가을한 공기 속에 내가, 아니 우리 엄마가 서 있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