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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 Aug 30. 2017

커피나무 숲을 본 적이 있나요?

야생의 아라비카, 쥬리아 커피 '류이치 히라카와' 인터뷰

인도네시아 동쪽의 플로레스 섬의 망가라이, 이 곳에는 매우 특별한 커피가 있다. 이 커피를 수확하기 위해 사람들은 차를 타고 산을 오르다 그 길의 끝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 숲을 찾는다. 그리고선 아파트 3층의 높이, 6미터가 훌쩍 넘는 나무에 익숙한 솜씨로 올라 열매를 따다 옆구리에 찬 바구니에 넣는다. 야생의 커피나무는 산속 깊은 곳에서 이렇게 숨어 70년 이상을 숨 쉬어 왔다.


사람들은 이를 수확하겠다고 나무를 더 낮은 평지의 밭으로 옮겨 심지도, 심지어 가지치기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필요하면 나무가 있는 곳에 사람이 찾아갈 뿐이다. 이 곳의 사람들에게는 고향(home)의 맛이자 이들이 신의 선물이라 소개하는 쥬리아 커피(Juria Coffee)에는 나무와 사람이 함께 해 온 묵묵한 지난 시간의 욕심 없는 맛이 가득 담겼다.



쥬리아 커피의 시작은 1944년, 이 마을 출신의 청년이 다른 섬으로 유학을 갔다 고향에 돌아오는 길에 아라비카 커피나무의 씨앗을 동네에 선보이면서부터다. 사실 1870년을 전후로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으로 아라비카 원목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이때 운 좋게 살아남은 후손이다.


풍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맛을 가진 아라비카, 그중에서도 쥬리아가 탄생하는 티피카(Typica) 나무는 수확량도 적고 병충해에 약하다 보니 이 시기 이후의 커피 농장에서는 대부분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종을 키우게 됐다. 순수 아라비카는 매우 드문 원두가 되었다. 그러나 인공의 맛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갈 수 없는 법. 커피가 주 수입원인 망가라이 원주민들도 직접 즐기는 것은 저 깊은 숲에 감춰진 쥬리아였다. 일 때문에, 학업 때문에 지역을 떠난 이들에게 역시 쥬리아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었다.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은 때론 제삼자의 눈에 먼저 띄게 마련인가. 쥬리아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일본에서 온 류이치 히라카와다. ‘트루 커피(true coffee)’를 찾아 세계를 헤매던 그는 쥬리아를 발견하고선 이를 세상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일일이 손으로 커피를 수확하고 즉시 과육을 분리하고, 깨끗한 물에 세척을 거친 후에도 너른 채에 담아 공중에서 말린다. 매일 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은 실내로 들여 원두를 보호하며 두 달의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원두 선별도 기계로 한 번, 이후 두 번 이상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그의 노력 덕분에 땅에 한 번 뉘이지 않고 만들어낸 쥬리아는 스페셜티 커피로 인증받았다. 저 높은 가을의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맛(cleanness), 쥬리아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우붓의 작은 공간 쥬리아 하우스 카페(Juria House Café)를 찾는다.







류이치 히라카와씨 / 출처 : instagrame @juria_coffee



Q. 원래 커피를 좋아하셨던 거죠?


A. 커피는 늘 좋아했었어요. 특히 대학 때는 킷사텐(喫茶店, 일본식 다방)을 자주 찾았는데 늘 학생들이 토론하고 책을 읽고 라틴 음악을 듣는 분위기였죠. 다크 로스트 된 진한 커피를 코튼 필터에 걸러주셨어요. 그게 제 첫 커피인 것 같아요.



Q. 아무리 좋아해도 진짜 커피를 찾아 나선다는 건 또 다른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작하셨던 건가요?


A. 원래 저는 TV 다큐멘터리 PD였어요. 1980년대에 내전을 취재하러 엘살바도르에 갔었는데 무척 위험한 촬영이었죠. 그때 통역이자 코디네이터로 도와준 게 지금은‘1세대 커피 헌터’로 알려진 호세 가와시마였습니다. 그는 엘살바도르 국립 커피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연구소로 우리를 초대해 커피를 내어 주었어요. 깜짝 놀랐어요. 제가 알아 온 커피와는 전혀 다른 맛인 거죠. 섬세한 아로마가 입 안에 가득 차오르고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충격적일 정도로요. 그 뒤로 우리는 커피 친구가 됐어요.


그런 맛을 가진 진짜 커피를 찾아보려고는 계속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그러다 카와시마가 손수 2007년 ‘미 카페토(Mi Cafeto)’라는 회사를 세우고 진짜 커피를 소개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제게도 큰 영감을 주었어요. 열정이 샘솟더라고요. 저도 커피를 생산하는 지역들을 더 열심히 찾게 됐어요.



Q. 쥬리아를 알기 전까진 사실 오리지널 티피카(Typica)가 그리 희소하였는지 몰랐어요.


A. 티피카는 오리지널 아라비카의 한 종류예요. 그런데 병에 정말 약하고 생산량도 적죠. 수확도 까다롭고요. 그래서 세계 어느 지역이나 로부스타(Robusta) 종과 교배한 하이브리드 종을 많이 재배합니다. 순수 아라비카는 정말 드물어요.



Q. 그런데 왜 망가라이 지역에선 티피카를 계속 재배하는 건가요? 우연히 마을에 흘러 들어온 건 알겠지만, 거기서도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이 많은 커피를 택할 수도 있잖아요.


A. 아, 오해는 마세요. 망가라이 지역에서 쥬리아만 나는 건 아니랍니다. 여기서 도 대부분은 병충해에 강한 하이브리드종을 재배해요. 쥬리아는 아주 일부에 해당하지요. 그렇지만 농부들도 쥬리아 커피가 아로마의 퀄리티나 부드러운 맛이 다른 커피와 다르단 걸 압니다. 직접 마시는 건 늘 쥬리아예요. 그래서 쥬리아는 각별한 커피인 거죠.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리고 재배의 개념과도 좀 다르긴 하죠. 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고 가지를 치며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산속에 내버려두는 거니까요. 그렇게 70년이 넘게 지나니 커피밭이 아니라 커피 숲이 이뤄졌어요.



Q. 야생에서 자란다니, 수확도 번거롭겠어요.


A. 맞아요. 쥬리아는 정말 가파른 산비탈에서 자라요. 어떤 지대는 나뭇가지나 바위를 붙들지 않고서 서 있기도 어렵죠. 그러니 오히려 가지치기를 하면, 붙들 것이 없어 수확이 어려워져요. 가지에 올라 수확하는 걸 보면 곡예 같은 느낌도 받아요. 높이가 6-7미터를 훌쩍 넘으니, 생각보다 정말 높거든요. 애정 없이는 어려운 일이죠.





Q. 카페는 어떻게 열게 되신 거예요?


A. 물론 쥬리아의 맛에 반했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가 더 커요. 농장에 직접 가서 보면요, 커피 농사를 짓는 게 호락호락하진 않아요. 가난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거든요. 직접 보고 나니 저는 외면할 수가 없더라고요. 쥬리아 커피를 소개해서 사업을 넓혀 주고 싶었고, 작은 펀딩들도 꾸려서 농부들의 삶을 좀 더 안정되게 돕고 싶었어요.


카페는 소개 차원에서 열었던 거예요. 마침 제가 은퇴 후에 우붓에서 살고 있었는데, 렌트비가 부담되지 않는 작은 공간을 찾아냈고, 거기에 카페를 연거죠. 그 전에도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커피파티들을 열면서 소개는 했는데 한계가 있죠 아무래도. 수익의 5% 이상은 농부들을 돕는 데 써요. 그들의 일상이 좀 더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환경도 개선할 수 있도록요.



Q. 조금씩 더 알려지는 걸 느끼세요?


A. 그럼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5년 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쥬리아가 최근에는 짝퉁이 등장했으니 알려지긴 한 것 같아요. (웃음) 애초에 카페를 비즈니스로 생각하질 않았거든요.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커피를, 그리고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던 거죠. 다른 카페와 경쟁하는 것도 원치 않아요. 얼마든지 협력해서 좋은 커피의 참된 맛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니까요.





Q. 많이 알려졌는지, 인스타그램에 월드 트레블 캠페인까지 하시던데요.


A. 아, 그건 정말 우연히 기획된 캠페인이에요. (웃음) 제 카페에 온한 손님이 세계 여행을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부탁했어요. 쥬리아 커피를 가져가서 사진을 좀 올려달라고요. 흔쾌히 수락해줬고 캠페인이 시작됐어요. (Juria Coffe xKarry’s World Travel 시리즈는 juriacoffee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다)



Q. 커피 맛도 맛이지만, 카페 공간도 좋더라고요. 작지만 무척 안락한 느낌이요.


A. 의자네 개가 전부일만큼 가게의 공간 자체는 협소해요. 그렇지만 이 곳이 마치 누군가의 집 거실처럼 편하게 쥬리아를 즐기며 쉬다 갈 수 있게 되길 바랐죠. 카페가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 놀러 간 것처럼요. 아로마가 가득하고 리치한 바디감을 가진 최상의 쥬리아 커피를 선보일 수 있다면 주방도 클 필요는 없어요. 핸드드립 할 공간이면 충분하죠. 좋은 커피, 좋은 사람, 편안한 공간. 쥬리아를 경험하기엔 좋은 장소 같아요. 이 곳에서 정말 여러 나라에서 온 커피 러버들을 만나고 정보를 나누는데, 이 자체가 저는 정말 좋아요.





글. 김율희

사진. juria coffee 인스타그램 (ⓒjuriacoffee)




Juria House Café

위치 80571Ubud, 3 Jl.Sugriwa, Banjar Padang Tegal

영업시간 11:00-18:0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 juria_coffee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riahousecafe







※ 삼청동 코지홈과 공동 기획하여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작지만 야문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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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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