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이나 할 것이지, 요즘 시간이 많은가 봐?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점심을 먹다가 내가 요즘에 도전하던 프로젝트를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회사일을 하면서도 항상 다른 흥미로운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나는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말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아마 그녀는 그저 순수하게 나의 시간적인 여유가 궁금해서 무심코 던진 말 일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반응을 듣고 나서도 꿋꿋하게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기가 어려웠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렇게 상대방의 반응을 의식하는 만남에서 완전히 나다울 수는 없었고 마음 한구석에서 답답함이 쌓여갔다. 브런치는 사실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도전에 대한 기록의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가끔 돌아오는 무관심 또는, 부정적인 반응들에 시무룩 해지지 않고 가장 나다운 모습인 여러 가지 도전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시작한 나만의 프로젝트였다.
솔직히 나는 온라인상에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것이 부담스러웠었다. 굳이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나를 이미 아는 지인들도 가끔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나의 이런저런 일벌이기 에피소드들을 쓰면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해외생활로 보낸 시간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의 이런저런 새로운 도전들의 경험담이 기억의 저편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편안한 상태에서 기록할 수 있는 건 바로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의외로 나의 이런 기록들에 공감을 눌러주시는 랜선 구독자분들이 생기면서 나는 조금 더 용기를 갖고 나다움을 담는 글을 써볼 수 있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야
여행을 가면 우리가 흔하게 듣는 말이다. 낯선 공간인 해외여행을 가면 사람들은 많은 사진들을 찍는데 해외생활이 여행이 아닌 일상의 배경이 되고 나면 사진을 찍는 건 당연히 시들해지고 더 이상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도 느끼기 힘들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가 코로나라는 변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나라가 좁은 싱가포르에서는 사람들이 주변 국가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나도 원래 올해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늦봄에는 싱가포르는 떠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어느덧 코로나는 장기전이 되어버렸고 벌써 일 년의 절반 이상이 훌쩍 흘러버렸다. 이제 꼼짝없이 갇힌 이 곳에서 똑같은 하루하루 일상 말고, 조금은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기에, 나름대로 온라인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도전해보았다. 그렇게 일상인 듯 여행 같은 하루하루의 조각들을 기록해나가면서 나다움을 담아보기로 했다.
일상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외국에서 나의 모국어로 글을 쓰는 건, 내가 제일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브런치에는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내가 글을 직접 쓰는 즐거움도 있지만,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게 크다.
따뜻한 커피를 내려서 가장 나다운 모습의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제일 소중하고, 편안하고. 그리고 감사하다.
나중에 코로나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나의 여러 가지 도전들을 글로 담는 건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