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아가를 두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풀타임도 아니고 파트타임이었기에
공부와 일과 육아라는 세 가지의 과제들을 저글링 하듯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그 시절의 나는 항상 잠이 부족했다.
퇴근하고 나서 아기를 돌보다 보면 밤 10시나 11시가 되어서야 책을 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쌓인 책들과 과제, 팀 미팅을 하다 보면 금방 새벽 2-3시가 되었다.
몇 시간 내리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아기가 마음처럼 얌전히 통잠을 잔 건 아니었다.
중간에 아가가 깨면 분유를 타고, 우는 아이를 토닥토닥 달래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아가를 안고 있으면서도 아직 읽을 책들과 과제들의 부담과 불안감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나의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잠을 쫓기 위해 진한 블랙커피가 함께 했고,
조금이나마 면역력에 도움이 될까 싶어 평소에는 거의 입에도 안 대던 홍삼이 책상 한켠에 어느새 필수템처럼 자리 잡았다
밤늦은 시간의 동반자였던 홍삼
가끔씩 피곤에 지칠 때면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늦은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볼 때,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현재 나의 최우선 순위는 육아가 되어야 맞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공부를 시작 해던 동기들 모두 비슷하게 공감하는 듯했다. 그리고 실제로 동기들 중 2명은 포기하고 끝내 드롭을 결정했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샐러던트 엄마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일단 가장 중요했던 건 바로 가족들의 지지였다.남편은 나에게 꼭 해보고 싶었던 공부였으니까 도전해보라고 격려해주었고, 시부모님 역시 아가 보는 걸 도와주셨다. 나의 꿈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든든했고, 늘 감사했다.
입학하던 날, 동기들의 소개를 듣다가 놀랐던 건 나처럼 아이를 둔 부모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셋인 호주 출신 워킹맘.
아이가 넷인 아빠였던 싱가포르 출신 사업가 동기.
그리고 학기 중간에 둘째를 임신한 스위스 출신 동기 워킹맘도 있었다.
당시에 아이가 하나였던 나로선 그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난 아이 하나도 벅차고 힘든데, 셋, 넷은 어떻게 키우면서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지, 가능한 일인가?
아이 하나를 두고 있던 내가 볼 때 그들은 슈퍼맨이었다.
아이를 두고 공부하는 것에 죄책감 느낀 적은 없냐고 물어보니, 아이 셋을 둔 워킹맘 동기가 한 말이 있다.
아이들은 금방 커, 그리고 나중에 분명 아이들은 열정적인 엄마 모습을 자랑스러워할 거야
죄책감을 갖고 미안해하면 아가들은 아무리 어리더라도 부모 마음을 그대로 느낀다고 했다. 마치 와이파이처럼 그대로 전달된다고. 그렇기에 어차피 하는 공부라면 더 열심히 당당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육아는 양보다는 질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정성을 다해서 돌봐주면 되는 거라고, 우리는 지금 미련 없는 도전을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했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꿈을 응원하는 든든한 가족이란 것에도 공감했다. 심지어 스위스 동기는 남편도 함께 파트타임 MBA를 다른 학교에서 하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늦어질 것 같아서 시작한 우리들은, 분명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슈퍼맘을 동경하긴 했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않았다. 일도 육아도 공부도 어느 하나 쉬운건 없었으나, 그저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족들의 응원을 든든한 지원군 삼아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같은 팀에 배정되어 그룹 과제를 할 때마다 우리들의 콘퍼런스 콜 BGM으로 아이들의 웃음, 울음,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아기 엄마들의 콜의 시작은 항상 육아정보,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공부하는 엄마 라이프를 공감하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기를 서로 응원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정말 졸업식 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졸업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졸업식 날, 그동안 믿고 지지해주었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졸업장을 받으러 무대 앞으로 나갈 때 역시, 우리들은 공부하는 시간 동안 엄마를 응원해준 아이와 함께 올라가서 자랑스러운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만끽했다. 늦게 시작한 공부를 하느라 바쁜 엄마를 기다려주던 우리아기, 시부모님과 남편의 응원과 격려의 시간들이 기억 속을 스쳐갔다. 아이에게 졸업장을 받는 영광을 돌리며, 나의 마음 속은 죄책감 대신 감사함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