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건 꼭 나쁘지만은 않아

꿈이나 목표가 반드시 하나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by 커리어 아티스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와중, 계속 마음속 한구석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했다.

보통 자기 계발서에서도 많이 다루는 말이기도 한데 "좋아하는 것" 내지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것을 직업화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들 한다.


매일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잦은 야근에 치이면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란 사치로 느껴졌다.


그래서 1-2년간의 학생 신분으로의 회귀를 통해 커리어에 잠시 쉼표를 찍으며 당당하고 여유 있게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MBA에 가면 각 업계 각 직급의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살아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아직 찾지 못한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가 진정하고 싶은 바로 그 일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상대적으로 은퇴나이가 빠른 내가 속한 업종에서 제2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굉장히 흔했다. 그리고 부지런한 친구들은 그런 질문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미 무언가를 사이드 프로젝트로써 조금씩 진행하는 중이었다.

예전 직장에서 인도 출신 동료는 회사원이자 알고 보니 소설가였다. 이미 아마존에도 그의 이름으로 된 책이 이북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호주 출신 동료는 회사원이자 알고 보니 F&B사업에 마음이 맞는 몇몇 친구들과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이기도 했다. 미국 출신 동료는 회사원이자 밤에는 유명한 바에서 바텐더로 변신했다. 싱가포리언 동료는 국가대표 운동선수이기도 했다. 이런 커리어의 반전이 나에겐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제일 부러웠던 건 본인이 열정 있는 그 한 가지의 특정 분야를 찾아냈다는 사실이었다.


그에 비해 관심사가 굉장히 다양했던 나는 시간은 가는데 내가 온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그 "어떤 것"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불안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일단 여러 가지 경험에 나를 노출시켜봐야 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배우기에 바빴지만 막상 제대로 한건 없는 것 같아서 허무하기도 했다. 한때는 외국어에 꽂혀서 중국어, 일본어 학원을 다니다가 또 어떨 때는 춤에 꽂혀서 폴댄스, 벨리댄스, 살사 등등을 배우다가, 또 어떨 때는 음악에 꽂혀서 악기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서 이내 흐지부지 해져 버렸다.


MBA를 통해 생각하는 목표들 중엔 졸업 후 진정하고 싶은 일로의 업종전환 기회를 보기도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로 이 대학원 과정을 지나고 나면 앗,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이거구나 라고 찾을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MBA 입학전형에 포스트 MBA, 즉 졸업 후 나의 이상적인 커리어의 모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다. 당시 나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고 가상의 사업체를 셋업 하는 이야기를 에세이에 담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졸업한 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수많은 길들 사이에서 방황 중이다.


세상에 다양한 업종과 일들이 있는 건 알겠지만 나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부을만한 어떤 한 가지로써 정의되는 딱 맞는 일을 찾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이 세상엔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꾸준히 그 한 가지 분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MBA동기 중에서는 원대한 하나의 꿈이나 목표를 향해 간다기보단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주어진 일들을 해내면서 그렇게 일상 속의 소소한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역시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커리어에 대한 야망으로 시작한 MBA였지만 졸업 후 현재는 오히려 원대한 야망보다는 소소하지만 나만이 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축하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뭔지 모른다고 해서 그게 또 나쁘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한 가지를 정해두지 않았기에 앞으로 할 수 있을만한 일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깐.


그래서 나는 지금도 계속 아슬아슬하지만 즐거운 방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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