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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Feb 07. 2024

동료의 빈자리

또다시 마지막 출근일

"아마 잠시 후 회의에 조인하실 거예요"


여느 때처럼 줌 미팅에 조인했던 날이었다. 평소처럼 함께 조인하기로 했던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그는 오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로 했던 터라 어제 늦게까지 함께 준비를 열심히 하던 터였다. 

그런데 1분, 2분, 5분, 그리고 10분이 가까이 지나는데도 로그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동료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려고 했던 순간 그의 프로필은 회색으로 바뀌었고 Deactivated라는 단어가 떠있었다. 그리고 개인 메시지로 그의 문자가 와 있었다. 


회의에 조인할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아쉽게도 오늘 그가 이 회사로 출근한 마지막 날이라고.


결국 오늘 구조조정의 대상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구조조정은 하루이틀 겪는 게 아니고, 이미 너무 익숙해서 마음이 무디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매번 그 충격은 여전히 쓰리고 아프다. 특히 함께 열심히 일하고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남아있는 사람도 역시 상실감이 크다. 누구보다 마음이 힘들 동료의 심정이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아무 말도 함부로 건넬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명절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가 싶기도 했다. 


이직을 하면서 업계를 바꾸고, 환경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구조조정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회사의 입장에선 비용절감이 필요하고 사업 전략에 따라 결정을 한 다곤 하지만, 매일 일하는 직원들은 로봇이 아닌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마음이 혼란스럽고 무겁다. 회사는 어차피 평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그저 관성에 따라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계획하고 경쟁력을 갖춘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빡빡한 계획으로만 채워가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사고처럼 다가와 돌발상황이 생기는 걸 전략적으로 방어하긴 불가능하니까.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장이었던 그에게 이번 소식은 누구보다 무거운 부담이 될 거 같아 그의 메시지에 빠르게 답장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성실하고 능력 있는 분이기에 아마 곧 좋은 기회를 찾아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던 익숙한 길이 어느 날 마지막이라는 사실의 타격은 아마 절대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정말 어렵다. 하필 미팅이 앞뒤로 꽉 찬 바쁜 날이었는데, 갑자기 듣게 된 소식에 멍해진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모이면 언젠간 뭔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고, 앞으로 이런 일을 또 겪게 되면 과연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을까란 막막함도 함께 몰려들었다. 회사원으로서의 비전과 미래는 그저 허상에 지나지 않는 걸까란 생각도 들고, 정답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사고처럼 다가온 마지막 일상을 무거운 마음으로 흘려보냈던 하루였다. 열심히 일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정답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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