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케이스 스터디

읽어도 읽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들

by 커리어 아티스트

해외생활을 오래했지만 업무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은 제한적이라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한것에 비해 나의 영어는 그저 제자리 걸음이었다고 느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바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서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나의 갈증은, 환경이 바뀌고 업무내용이 바뀌면 채워질 줄 알고 여러 번의 이직을 했었지만, 처음에만 잠깐 배우느라 바쁘게 지내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일상이 되었다. 성공보다는 성장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항상 고급영어와 그리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MBA를 준비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다.


지맷시험 버벌파트를 준비하면서도 영어실력의 한계를 느꼈었는데, 막상 입학하고 나니 입학준비하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훨씬 더 많은 공부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리딩자료들이 매일같이 과제로 쏟아졌다. 게다가 콜드콜링이라고 해서 교수님은 항상 수업 시작하기 전 우리들에게 리딩 내용에서 나온 부분을 무작위로 질문하셨기에 긴장감과 스릴이 정말 최고였다. 리딩 자료를 받고서 그냥 제끼거나 읽지 않는다면 수업시간에 앉아있는게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마케팅 수업이 절정이었는데, 회계처럼 숫자를 다루는 과목 대신 브랜드 컨셉트에 관련된 거라 내용은 훨씬 더 소프트 해졌으나 그래도 깨알글씨들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이 침침해졌고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데, 한참 읽고나면 앞 부분이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글들을 꾸역꾸역 억지로 눌러담는 것 같았다. 케이스의 한글 번역본이 있으면 더 술술 읽혔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퇴근 후 아직도 해야할것들이 산더미이고, 마음은 급한데 읽는 속도가 안따라줘서 힘들었다. 퇴근하자마자 하루종일 엄마를 보고 싶어했던 아가를 뿌리치고 공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가가 잠들때까지 책읽어주고, 놀아주었는데 유난히도 잠이 없던 아가는 항상 밤 11시는 되어야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들때까지 공부는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아기가 잠이 들고 나서야 공부방에 들어설때면 온몸이 천근만근, 두눈은 절로 감겼다.


그때 정말 부러웠던건 마음껏 혼자서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싱글이나 아가가 없는 친구들이었다. 나는 왜 그 널널했던 싱글시절을 그냥 허송세월로 놀면서 보냈던 것일까. 그때가 정말 황금같은 공부시간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으니 나는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그나마 늦게까지 케이스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마케팅 수업 때였다. 파이낸스 과목에 비해 마케팅은 나에게는 새로운 분야였고,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지라 읽어볼수록 나름 재미있었다.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어떤식으로 마케팅을 했는지 여러 케이스를 읽어보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과제를 준비하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17-06-24-22-30-01-923_deco.jpg 매주 토요일에 있었던 원격수업




매주 토요일, 나는 마음이 더 분주해졌다.


장장 5시간동안 노트북앞에서 팀플에 수업 2개를 연속으로 듣고나면 번 아웃된 것 같은 느낌에 자연스레 수업 끝에는 맥주 한 잔의 생각이 간절해졌다. 실제로 시험이 끝난 이후엔 우리팀 친구들은 구글행아웃으로 화상미팅을 하면서 한손에는 와인잔, 맥주잔을 들고 시험이 끝난 걸 자축 하기도 했다.


수업 과정에서도 교수님이 실시간으로 중간중간에 피드백을 주시고, 우리들은 질문을 끊임없이 이어가야했다. 조용히 앉아서 듣고 필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계속해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던 수업이었던 지라, 동기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고, 나의 다음 질문도 생각해야했다.


우리팀 프레젠테이션 발표수업이 있는 날이면, 쏟아지는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변해야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많이 늘었던 거 같다. 영어가 제자리라고만 느꼈었는데 어느날, 회사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때 막힘없이 적절한 어휘가 생각나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단기간 나의 영어실력에 도움을 주었던 건, 바로 대학원 시절 했던 집중적인 리딩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통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특히 도움이 되는 건 좋은 컨텐츠가 담긴 리딩이었다.


비록 MBA는 졸업했지만, 나는 지금도 꾸준히 영어읽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읽다보면 이런 습관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올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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