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를 오는 친구들의 공통점을 보면 전반적으로 커리어에 욕심이 있고 삶에 대한 열정과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력이 대단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이렇게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많았고, 같은 루틴을 반복하기보다는
뭔가 이번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MBA 진학 전에도 유튜브에서 다양한 학교들의 수많은 MBA 졸업생들의 후기를 들어보면서
과연 비용을 들여서 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하며 중점을 두면서 보았던 점도
바로 커리어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는지 여부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커리어 개발 관련 수업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포스트 MBA에 대한 진로를 들어보면서, 졸업 후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에서 일하던 선배들의 성공 케이스를 들어보았다. 그때마다 나도 어쩌면 그런 멋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 업종을 완전히 바꾼 케이스는 파트타임보다는 풀타임 프로그램에서 많았다.
아무래도 파트타임보다는 좀 더 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 풀타임 잡을 포기하는 거니까,
인턴십도 하는 기회도 다양했다. 반면 파트타임에서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업종 변경보다는, 기존의 포지션에서 승진이나, 아니면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네트워킹의 목적이 더 컸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의 나는 비록 파트타임이었지만, 사실 기존 포지션에 남기보다는 다른 선택지들의 옵션들이 궁금했다. 당시에 MBA 학생들을 상담해주는 커리어 센터가 있었는데, 이력서를 제출하고 따로 상담을 예약하면 커리어 컨설턴트라는 분과 미팅을 할 수 있었다.
그분은 헤드헌팅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분이었다.
이력서를 보시더니 그분께서는 나의 배경 설명에 대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시며, 새로운 분야로 업종 변경을 하게 될 경우의 장단점을 말씀하셨다.
이미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기에, 다른 새로운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다시 처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연봉이 많이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하거나
새로운 업종의 워라밸이, 그리고 업무의 성격이 기대와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셨다.
그래도 정 업종을 바꾸고 싶다면,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셨다.
사업을 해보는 건 어때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사업"이라는 건 졸업 후 커리어 옵션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주 먼 훗날이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무리인 것 같았다. 왠지 사업이란 모험심이 크고 배짱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나는 감히 시도해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꼭 거창한 사업이 아니더라도 소박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해봄을 추천했다. 사업 같은 부업으로 본인의 퍼스널 브랜드를 차근차근 쌓아보라고, 어차피 우리는 훗날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와야 할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도하는 것이 혹시 실패를 하더라도 타격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MBA는 사업을 경영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지금 배운 내용들을 발판 삼아 작은 본인만의 사업(이라고 쓰고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커리어 컨설팅 후,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갔다.
여전히 사업을 하기에는 쫄보인 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회사로부터 독립해야 할 그날을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단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날 이후, 명함에서 회사 이름을 지웠을 때, 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건지, 오롯이 내 이름 석자를 걸고 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나날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