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세계 1 유리

유리 눈 밑에 박힌 각각의 눈물 점은 사실, 누군가의 눈이야.

by 류인환

유리劉璃. 내게 산실産室 같은 그 꼬마.


그는 버릇이 하나 있어. 매번 잠들기 직전, 속으로 되뇌는 거야. '나는 죽음에 든다.’ 유리 생각은 그래. 잠든 동안 의식 없는 그는 죽어버린 거지. 로그아웃처럼. 하지만 그 시간이 공백이 되는 것은 아니야. 의식은 꿈의 세계로 옮겨가니까. 그곳은 유리에겐 사후 세계야. 오직 그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 유리에게 그보다 진실한 세계는 없어. 그곳에선 거짓말을 둘러댈 필요도, 욕망을 감출 이유도 없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그곳이 유리의 본 삶일지 몰라. 그리고 우리가 현실이라 말하는 세상은, 그에겐 주기적으로 접속되는 공동의 세상이지. 자신의 삶을 비교하기 위해 혹은 꿈의 소재를 찾기 위해, 공동의 삶에 접속하는 거야.


유리는 베낄 만한 너희들의 삶을 수집해. 그렇게 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 일시적인 죽음으로 사후세계를 방문한 뒤, 하루만큼 연장된 생명을 얻고 현실로 회생하는 거지. 두 개의 삶. 모두 필요해. 자신이 없는 공동의 삶은 스스로가 유령과 다름없고, 교감할 수 없는 그의 꿈속 삶은 우리들에겐 화석에 불과하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동시에 이중의 삶을 사는거야. 문제는 어떤 쪽이 현실인지 모른다는 것. 글을 읽는 지금. 네가 어떤 세계에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지. 꿈에서 깬다는 것. 그것이 어디로부터 어느 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인지.


우리는 늘 미지의 세계를 살아.




yuri.jpg 유리 눈 밑에 박힌 각각의 눈물 점은 사실, 누군가의 눈이야. 그와 함께 숨 쉬는 존재들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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