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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Jun 25. 2024

유혹의 마흔

도전하기 좋은 나이


그만둔다는 건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직과 퇴직의 개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같은 모습의 퇴사를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시기마다 퇴사의 이유마다 보이는 행태를 그룹핑할 수는 있다. 


정년을 맞이하여 퇴임하는 임원들의 퇴사는 퇴임하는 장군들의 모습을 닮았다. 가장 아름다운 퇴사다. 사실 더 바랄 것도 잃을 것도 없을 만큼 오랜 회사생활을 한 그들은 별 중의 별이다. 그래도 그들의 퇴사 회식에도 그 어떤 아쉬움 같은 게 보인다. 더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일까? 좀 더 오래 다니고 싶은 미련일까? 사람마다 아쉬움의 종류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00아 너는 나처럼 일하지 마라!" 


이직을 하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현직장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제안을 받고 가는 사람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친다. 현재에 대한 미련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차있다고나 할까? 정말 현재 조직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기쁨의 회식을 하고 헤어진다. 헤어질 때 멘트도 비슷하다. 

"00님 수고하셨습니다. 건승하세요!"

나는 이 말이 '나는 떠나니까 너는 남아서 조금 더 고생하세요'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의 퇴사는 어떤 모습일까? 가끔 생각해 보면 위 두 개의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았다. 정의하기는 어려웠지만 미련이 남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후련하지도 않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내가 다니는 그 회사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를 찾는 과정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겨울 왕국 2(frozen2)이다. 나는 1편 보다 2편이 더 좋다. 왜냐하면 2편에서 보이는 엘사의 성숙하고 도전하는 눈빛이 딱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엘사의 모습이 나의 이상형이다. 아토할란에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엘사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인생은 진짜 나를 찾아 가능 끝나지 않는 여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들어가는 엘사 @겨울왕국 2 픽사

이직의 과정도 엘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딘가를 떠나 새로운 길을 찾는 이 과정은 결국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에게 더 잘 맞는 업은 무엇인지, 내가 서 있을 곳은 어디이고, 누구와 같이 있어야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지.... 이런 고민을 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변화를 처음 할 때이다. 나처럼 말이다.



이직하기 좋은 때


그럼 커리어를 변화하기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일까? 그런 게 있긴 할까? 직장인 사춘기라고 불리는 3년, 5년, 7년 차? 아니면 현 직장에서 가장 열받는 일이 있을 때? 사실 그때는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좋은 때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변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바꾸는 걸 가장 어려워했다. 한번 정하면 거의 대부분은 내 의지로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연애도 하면 기본 5년 이상을 하고, (그래서 문제다.) 미용실을 하나 정하면 10년은 다닌다. (그 미용사분이 퇴직할 때까지... 또는 아예 가위를 놓으실 때까지..) 참 지독하게 고지식하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그대로 투영이 되어서 인지 처음 정한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바꾼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은 없다. 


내가 나를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분명 누군가 큐를 주지 않으면 직장도 바꾸지 않을게 뻔했다. 그래서  딱 한 가지 기준만 정했다. "40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있던지 그때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할 거야!"


사실 이 결심은 2번째다. 입사할 때는 30이라고정했던 거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30살이 너무 빨리 되었다. 그래서 40으로 재조정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나 잘 봐 둬라 나는 40에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나에게는 40이 오지 영원히 오지 않는 그런 시간대의 삶이라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40이라는 인생의 숫자는 참 빨리 왔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니 나는 40살을 2년 남겨 둔 시점에 있었다. 그리고 정말 냉수마찰을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지금이야! 일단 뭐라도 해야 해!"


거의 20년간의 나의 시간을 보낸 이 세상을 떠나 밖에서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물고기로 비유한다면 바다에 살던 물고기가 강으로 거슬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큰 변화가 필요했다. 숨 쉬는 방법도 영법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아니 다시 태어나야 하는 수준이었다.



나의 강점을 찾아서


이렇게 삶의 방향을 완전히 트는 변화를 준비하는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미래 유망한 직종에 대한 리서치? 어디가 가장 핫한 직장인지, 직업인지 알아보기?

아니다. 단연코 나에 대한 이해가 먼저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핑계로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 잊어버린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잃어버린 나를 먼저 찾아야 한다. 

내가 가졌던 강점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상황에서 가치를 만드는지 하나씩 하나씩 세포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금 서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해야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나를 톺아보기를 한다. 톺아보기란 사전적 의미로 샅샅이 차근차근하게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톺아보기를 할 때는 혼자 생각하기보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을 활용하면 더 쉽게 갈 수 있다. 그들은 생각보다 나를 잘 알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엉뚱한 선물 같은 답을 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는 대상자를 찾아서 물어봐야 한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지인들을 찾아 커피 한 잔을 주고 인터뷰를 해 보자!


나를 생각하면 뭐가 떠올라?

내가 가장 행복해 보일 때는 언제야?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 것 같아?

내가 고쳐야 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어?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잘 어울릴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구하다 보면 조금씩 나를 구성하고 있는 키워드, 숫자 등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 해 본다. 나를 남이 보고 내가 나를 보는 '그' 것들의 합이 진짜 나다. 그리고 그 내용을 꼭 글이나 문서로 정리해서 보자. 이렇게 나를 톺아보고 나면 '진짜 나'를 숫자와 글로 만나볼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신감도 생기고 부족함이 보이면 보완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족한 걸 메꾸는 일 보다 잘하는 걸 더 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유는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흔 살이 되면 세상을 거짓에 현혹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혹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십이 넘어 중년이 될수록 선택과 갈등에 고민은 늘어만 간다. 아이러니하게 나 자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 고민은 깊어지기 때문이다. 이직도 그 고민 중의 하나이다. 마흔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고 변화의 유혹을 느껴도 충분히 되는 나이이다.

단,  나에 대한 정확힌 이해가 되었다면 말이다.


마흔은 불혹 아닌 유혹의 마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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