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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Jul 18. 2024

직장인 디톡스

Detox your work


디톡스 효과


한 때 디톡스가 엄청 유행한 적이 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찾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꼭 해야 하는 필수 절차, 트렌드처럼 여겨졌다. 트렌드에 역시 민감한 나도 그 파도를 타고 디톡스를 시도해 보았다. 피로해소에는 간해독이 좋다고 해서 유명한 한의원에서 간 해독제를 구해서 남편과 사이좋게 나눠 먹어보기도 했고, 다이어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디톡스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식단에서 밀가루와 정제된 설탕, 소금 등을 걷어내고 몸에 좋다는 음식들로 구성해서 먹어보았다. 그리고 약간은 효과를 확인한 것 같다. 정말 그 한의원의 간해독제 때문에 간이 해독이 되어서 피로를 덜 느꼈는지,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집어넣지 않으니까 디톡스가 잘 되어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적어도 일 년 1-2번은 디톡스 주간을 가지고 있다. 디톡스로 가벼워진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면 무언가를 더하거나 새로운 걸 시작할 때 훨씬 수월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창의성 교육


창의성 교육이 가능할까?

HRD Center에서 교육기획 일을 할 때의 일이다. 나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과정을 기획하라는 명령(?)을 받고 개발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창의력이라는 키워드가 당연하고 흔한 워딩이지만 13년 전의 그 단어를 기업교육에서 사용하는 건 매우 신선하고 어색한 것이었다. 그때 나에게 떨어진 지시는 "세상에 없는 WOW 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라!" 그래서 그 TF팀 (Task Force Team)의 이름도 'WOW T/F'로 정해졌다. 1년 반정도의 여정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나의 직장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고뇌와 시련을 맛보았고 동시에 가장 큰 성취와 성과도 얻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개발 과정도 힘들었지만 개발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시 나와 함께 팀으로 일을 하던 선배가 원소속으로 발령이 났다. 결국 출시 전에 혼자 남겨진 나. 그리고 선배의 한 마디 "나는 떠나지만, 네가 꼭 잘 키워라!"


그 이후로 과정의 론칭을 결정하는 파일럿 테스트 그리고 그 이후 교육과정 진행을 혼자 하게 되었다. 선배가 부탁한다고 했으니 망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 그리고 내가 탄생시킨 자식이니까 꼭 잘 키워야 한다는 중압감 같은 게 늘 있었다. 그래서 모든 차수의 모든 교육 시간에 일어났던 일들이 나의 모든 세포에 기억되어 있다.


직장인의 창의성은 어떻게 교육으로 가르치지? 이게 가능한 일일까? 원래 창의적이었던 사람도 회사에 들어오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도 하고 원래 있었다고 해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이라는 굴레에 들어온 이상 몸과 마음에 쌓인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럼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창의 과정은 조금 독특하게 시작한다. 모든 참여자가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디톡스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통의 교육이 시작은 연수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시작이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의 참여자들은 연수원이 아닌 강남역 한 복판에 모인다. 그리고 진행자가 미리 디자인한 디톡스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해독 카드를 모을 수 있다. 나중에 그 해독 카드를 가지고 자신의 독소를 해독하고 과정에 입과 하는 콘셉트이었다. 2호선 지하철역에서 시작한 그 미션은 교보문고에서 끝나고 그 교보문고에서 자신의 톡스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을 가진 도서를 찾아서 가지고 와야 한다. 참가한 사람들은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한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만 앉아있던 이 사람들은 낮에 강남역을 뛰어다니면서 게임을 즐긴다. 마치 TV 프로그램 런닝맨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단순한 설정에 자신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직장인 된 이후 '내가 언제 이렇게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지?'라고 말이다.


직장인 독소의 정의 : 나의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독소의 두 얼굴


나의 이 창의 교육 일대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내놓은 자신의 독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정의된 독소는 '나의 새로운 변화, 창의성 발현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회에 나와서 밥벌이를 시작한 그 누구라면 나도, 그 시절 그들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변화와 도전을 가로막는 그 독소라는 놈은 항상 나쁘고 악한 것들은 아니다. 내가 지금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일 수 있다. 


교육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말한 나의 독소는 나, 아내, 아이들, 부모님, 주변의 기대 등을 말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자신이 서 있는 이 위치에 대해서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소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복잡해진다. 그런데 정말 이들은 나의 변화로 힘들어할까? 조금 더 생각을 진전해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도 나의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하는 방향이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기꺼이 나의 변화의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이다. 나의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그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내가 다른 일에 도전하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현재 진행형인 삶에 안주했던 이유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입사 때부터 우리 딸은 00 전자에 다닌다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내 자랑을 하는 엄마, 크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한다면 힘들어할 사업하는 나의 남편, 혹시나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잘 키우지 못하면 큰 일인 나의 딸 등 내가 변화를 결정할 때 나를 가장 가로막는 것들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독소라는 생각에 한 동안 괴로워했다. 그렇게 나는 한 3년 정도 고민만 했다. 



마주하기와 도장 깨기


내가 먼저 알아야 한다. 기쁜 소식은 스스로 자신의 독소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아주 큰 변화의 시작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걸 없애면  하고자 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그 독소들과 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직을 하거나 또는 내 사업을 하거나 하는 미래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도장 깨기의 방법이다. 부딪혀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랬더니 가장 먼저 엄마가 깨졌다. 처음에는 '이 지지배가 미쳤나?' 또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라고 핀잔을 주다가 계속 이야기하니까 이제 진심으로 느꼈는지 멘트가 달라졌다. 


그래 넌 어디를 가든 잘하겠지! 난 걱정 안 한다.


다음은 남편이다. 부부 모두가 리스크가 큰 일을 하는 건 가정 경제 관점에서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변화를 주저했다. 그리고는 입버릇처럼 나 스스로를 소녀가장이라고 부르고 우리 집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 혼자 너무 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나는 '나는 곧 이 안정적인 배에서 내릴 거로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그 삶에 대해서 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 금전적으로 독립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둘 다 아주 큰 리스크를 안고 스타트업에 다니는 부부다. 그래도 크게 두려움은 없다. 우리는 무엇이든 0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 딸은 처음부터 내 변화를 지지했다. 내가 지레짐작으로 독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보다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나보다 훨씬 큰 거인이었다. 


"00 이는 엄마가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면 어때?"

"엄마가 그 일이 더 좋아?"

"응 좋은 거보다 앞으로 엄마가 하는 일이 엄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면 좋겠어!"

난 엄마가 행복한 게 좋아!


이렇게 독소를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독소와 마주하며 해결책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문제의 원인만 찾아도 50% 이상의 해결책을 찾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면 된다. 내가 변화를 완성했을 때 내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그럼 내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혹시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여러 가지 현실의 이유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디톡스를 권하고 싶다. 독소를 알아차리고 마주하는데서 모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의 독소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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