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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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티븐 컨의 글을 읽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와 [사랑의 문화사]를 읽는다. [사랑의 문화사]의 경우는 절판이었는데 중고서점에서 결국 샀다. 성실한 사람의 성실한 글쓰기를 보는 건 그 자체로 좋다. 다양한 분야를 제대로 알고 있지만 결코 흥분하지 않는 이의 글쓰기.
#11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을 읽고 있다. 소설 쓰기에 대해 설명하는 글과 장편 소설 쓰기에 대해 설명하는 글 그리고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는 소설 쓰기에 대해 말하면서 (이 책은 인터뷰 부분 빼곤 강연 원고 같다.) 플로베르를 길게 언급한다.
그(플로베르)는 은유와 도덕적 판단을 억누르고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엄밀하게 쓰기를 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실주의적인 소설을, 낭만적인 묘사가 없고 거의 임상적인 글처럼 보이는 소설을 쓰기 원했습니다. 그리고 시골 사람과 평범한 삶으로부터 심지어 천박한 삶으로부터도 어떤 영원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길 원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문체에 달려있었을 거예요 (26쪽)
#12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플로베르가 원했던 글을 그도 쓰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목표를 이뤄낸 것 같다. [어젯밤]을 좋아한다. 그의 장편은 읽어본 적이 없다. 시간이 조금 더 나면 읽어야겠다. 설터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와 여가]와 [가벼운 나날]을 쓴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둘 다 장편이고, 그는 장편소설(이라는 장르를)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참고로 그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자신의 단편은 '아메리칸 급행열차'이다.(아직 다른 단편집 [어젯밥]이 출간되기 전에 한 인터뷰에서의 언급이다.)
#13
난 단편을 좋아한다. 한국 문단이 단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난 한국 문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단편에 작가의 역량이 여지없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좋다. 단어 하나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좋은 단편 소설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톱니가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를 보는 느낌, 그리고 손이 맞는 사람들이 주저 없이 일을 하는 걸 볼 때의 기분과 같은 걸 느끼는 걸 거다. 장편은 핍진함을 위해 묘사와 설명의 밀도가 낮은데 느슨한 묘사와 설명으로 소설을 잘 이끌어가는 재주는 단편을 잘 쓰는 재주보다 더 희귀하다. 어쩌면 난 단편을 더 선호하는 게 아니라. 잘 쓴 소설을 선호하는 것이고, 잘 쓴 소설은 단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14
소설에 대해서 길게 생각하는 건, 주로 10월이나 11월의 일일 거다. 이 주기가 끝났으면 좋겠다.
#15
일단 생활에 대해서는 시간을 미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