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네 또 왔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내적 소용돌이. 이 주기적인 꿈틀거림이 이제 놀랍지도 않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긍정과 부정의 극단적인 부분까지 상상해보고 그에 따른 희로애락을 온몸을 다해 느끼는 나. 한참 그것들에 푹 빠졌다가 지쳐 너덜너덜 해질 쯤에야 이성의 자아가 힘을 되찾는다.
사회에선 이성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합리적인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쉴 새 없이 일렁이는 감정의 요동침은 괴롭고 때론 귀찮다. 슬퍼하다가도 금세 사소한 것에 까르르 웃는 내 모습에 어이없어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라는 문장을 종종 다이어리에 적어두던 때도 있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감정의 격차가 좁혀지며 무던해지나 싶었지만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김없이 꾸준히 휘몰아쳐 온다. 요즘의 나는 버둥대며 그것을 외면하는 대신 온몸을 그대로 맡겨본다.
길거리의 작은 꽃들을 보고 설레어하기도 하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에 하루 종일 감동받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오지랖을 부려 방패막이되어주기도 하고, 노래 가사를 한 줄 한 줄 음미하다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개운한 치유의 기분을 느껴보기도 한다.
스스로 선천적으로 감정에 쉽게 취약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선택해야 한다. 정서적 풍요 속에 부정적 잣대를 세우고 무너질지, 숱한 감정 중 담을 건 차곡차곡 담고 버릴 건 가차 없이 버리며 풍족한 감정 부자로 거듭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