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우울을 지니고 산다.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오히려 그것의 존재가 희미해지면 어색하고 불안하다. 나라는 존재의 안팎을 둘러싼 투명 막 같다고나 해야 할까.
이 존재를 영원히 떨쳐내는 건 불가능하단 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에 이것이 단지 얕음으로 잔잔히 남도록, 이 상태에서 더 깊어지지 않도록 예의 주시한다. 깊어지는 순간 중심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건 시간문제니까.
하루에 한 번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달달한 무언갈 음미하고, 햇빛을 쐬며 자주 걷기 위해 추운 날에도 패딩 주머니 속에 꽁꽁 얼어붙은 손을 넣은 채 쌕쌕 숨을 쉬고 들이마시며 움직여본다. 내가 지닌 이것이 과하지 않도록, 그 깊이를 얕게 유지하며 스스로를 든든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이전엔 이 얕은 감정이 내게서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 존재이고, 밝지 않은 감정은 숨겨야만 하는 수치스러운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이 또한 내 일부라는 걸 안다.
당차고 밝아 보이는 사람들도 자신만이 인지하는 얕은 우울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에서 묘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스스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이로, 삶의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며 얕게 잔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