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Jun 08. 2023

뻘쭘한 티가 나는 사람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 남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나 혼자만 모르는 주제일 때, 심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이와 업무차 단둘이 차를 타야 할 때. 어색함과 민망한 감정이 들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또 어느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 높은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 애써 자연스러운 척을 해본다. 하지만 까만 눈동자는 나도 모르게 왔다 갔다 흔들리다가 목적지를 잃고, 눈꺼풀은 평소보다 1.2배 정도 빠르게 깜빡인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함께 오므렸다 피는 것을 반복해 보고, 손가락 마디를 자주 꼼지락 거린다.


모순일 수 있으나 내가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였다는 생각을 하면 수치스럽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타인은 어쩐지 귀엽다. 특히 얼음장같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어색한 상황 속에서 어쩔 줄 몰라 뚝딱 거리는 모습을 보일 땐 더 그렇다.


어색한 상황 속에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자들의 은근한 카리스마는 물론 부럽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임에도 부끄러움과 어색함을 완전히 숨기지 못한 채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는, 사회적 가면을 완전히 쓰지 못한 자들과의 일시적인 불편함이 때때로 기분 좋은 만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방이 불쾌해할까 봐 어색한 감정을 숨겨보려 노력하지만 벌컥 튀어나오는 삐걱대는 행동과 한 템포씩 늦은 반응들이 때론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 뚝딱거림이 예상외로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녹여내기도 한다.


세상은 타인에게 흠을 보이지 않을 것을 자주 요한다. 그래서 떤 상황 속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이는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의 흐름 속에서 그것의 효과가 크다는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임에도 뻘쭘한 티는 자들을 어쩐지 더 오래 보고 싶다. 부자연스러운 맑음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을 누리고 싶어서일까.   





[이미지 출처 :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